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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터 24시간 돌려 자국군 시신 태운다" 러 감춘 은밀한 비밀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 용병 기업인 '바그너그룹'의 무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용병 기업인 '바그너그룹'의 무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전쟁 사망자 수를 축소하기 위해 자국 군인들의 시신을 몰래 화장하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가 우크라이나 국방부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페이스북에 전쟁 실황을 알리면서 “러시아가 크림반도 점령지의 한 화장터를 24시간 가동해 자국 군인의 시신을 소각하고 있다”고 했다. “크림자치공화국 심페로폴 지구의 크라스나조르카 정착지”라고 구체적인 장소도 적시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어 “이 지역의 화장터 앞에는 최대 10대의 군용 차량이 줄지어 서 있다”면서 “러시아군은 이 트럭을 이용해 사망한 자국 군과 용병들을 실어 나르고 있으며, 화장은 24시간 내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이곳 화장터를 계속 쓰고 있어서 지역 민간인들은 화장터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러시아는 최근 동부 루한스크와 도네츠크 전선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로 인한 사망자 수도 최근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일 영국 국방부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군대는 작년 침공(2월 24일) 이후 최근 2주 동안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내고 있다. 보고서는 “최근 7일 동안 러시아 군의 사망자 수는 하루 평균 824명으로, 지난해 6~7월 기준 사망자의 4배를 넘어섰다”고 했다. 이어 “러시아 군에 훈련된 인력이 부족하고 이들의 배치에도 문제가 있어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가장 인명 피해가 큰 전장은 동부 전선 도네츠크주의 바흐무트와 부흘레다르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부흘레다르에서 이달 초 러시아의 전차가 엉켜있는 모습. 우크라이나 공군이 촬영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부흘레다르에서 이달 초 러시아의 전차가 엉켜있는 모습. 우크라이나 공군이 촬영했다. AP=연합뉴스

이중 도네츠크주의 소도시 부흘레다르에서는 이달 둘째주 우크라이나의 대대적인 매복 공격으로 러시아 군이 큰 타격을 입은 곳이다. 우크라이나 측은 “수일에 걸친 공격으로 러시아 전차 36대를 파괴했으며, 러시아는 하루 평균 100~130명의 군인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전투에서 러시아 측이 5000명 규모 정예 부대인 제155해군보병여단 전체를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고도 했다.

지난해 2월 개전 이후 러시아 군의 사망자 수는 15일 기준 최소 13만 명에서 20만 명가량으로 추산된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추산한 사망자 수는 13만9770명, 미국이 추산한 수치는 약 18만 명이다.

러시아가 전쟁터에서 진상 은폐 등을 목적으로 시신을 불태운다는 얘기가 처음 나온 건 아니다. 지난해 4월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시의회는 “러시아 특수여단이 전쟁 범죄를 숨기기 위해 이동식 화장터를 이용해 살해된 민간인들의 시신을 모아 불태웠다”고 발표했다. 이달 초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 군 사망자 수를 은폐하기 위해 중국으로부터 이동식 화장터 21대를 주문했다”는 영국 타블로이드지 보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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