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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적’ 표현…6년 만에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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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방부가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내는 국방백서에서 북한에 대한 적 개념을 다시 담았다. 국방백서는 국방정책을 대내외에 알리는 목적으로 2년마다 발간된다. 지난 정부에서 삭제된 개념이 되살아난 것으로, 현 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더 고도화했다고 평가했고, 한·일 관계에 대한 비중도 늘렸다.

국방부가 16일 공개한 국방백서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명시했다. 북한이 한반도 전역을 공산주의화한다는 목표로 한국을 적으로 규정한 데다, 핵 개발과 함께 군사적 위협을 가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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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적’ 개념은 1994년 ‘서울 불바다’ 발언을 계기로 95년 백서에 처음 나왔다가 참여정부 시절 ‘직접적 군사 위협’ ‘심각한 위협’으로 대체됐다. 이후 이명박 정부 들어 2010년 판에 되살아난 뒤 2018년 판과 2020년 판에선 “대한민국의 주권·국토·국민·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는 구절로 바뀌었다. 이번에 부활한 적 개념을 놓고 국방부는 북한 위협의 실체와 엄중함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북한과 관련된 표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번 백서에서 김정은에게 뒤따르던 ‘국무위원장’ 호칭이 모두 빠진 채 ‘김정은’으로만 기술됐다. ‘북·미’라는 표현도 이번엔 ‘미·북’으로 바뀌었다. 9·19 군사 분야 남북 합의와 관련된 대목도 크게 바뀌었다. 지난 백서에 포함된 9·19 합의의 합의서·부속서 전문이 이번 백서에선 모두 빠졌다.

김정은엔 국무위원장 호칭 빼…일본엔 “가까운 이웃국가” 표현 

또 이번 백서는 처음으로 9·19 합의 위반 사례를 표로 정리했다. 모두 17건으로 이 중 2019년 11월 서해 창린도 포사격, 2020년 5월 강원도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총격을 제외한 15건이 지난해 10월 이후 발생했다. 해상완충구역 내 포병 사격, 서울 상공 무인기 침범 등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사 합의라는 건 서로 지킬 때 유효하다”며 “북한이 위반을 또 했을 때 고민해야 할 부분 등 현재의 안보 현실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는 흐름은 북핵과 미사일을 서술하는 부분에서도 잘 드러난다.

핵 분야와 관련, 2022 국방백서는 북한이 핵무기의 재료가 되는 플루토늄 70여㎏을 보유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2020년 50여㎏에서 20㎏ 늘어난 수치다. 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이 2018년 말 영변에서 핵시설 가동을 중단했다가 2021년 7월께 5㎿ 원자로 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핵 보유량과 함께 핵 투발이 가능한 탄도미사일 종류 역시 늘어나고 있다. 이번 백서에는 2020년 백서에 없었던 북한 탄도미사일 7종류가 추가됐다. 여기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과 북극성-4ㅅ·북극성-5ㅅ·극초음속 미사일 2종 등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은 물론 근거리탄도미사일(CRBM)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인 고중량탄두형이 포함된다.

대외 관계와 관련해선 일본에 대한 서술이 우호적으로 바뀐 점이 눈에 띈다. 이번 백서는 “한·일 양국은 가치를 공유하며, 일본은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미래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할 가까운 이웃 국가”라고 명시했다.

‘동반자’까지는 아니더라도 ‘가까운’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대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각국 국방 교류협력을 소개하면서도 한·일 협력은 한·중, 한·러를 제치고 가장 먼저 서술됐다. 통상 사용되는 중·일·러 대신 ‘일·중·러’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2020년 백서에선 한·일 협력이 한·중과 한·러 사이에 자리한 바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 위협이 커지는 등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서 일본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호주와 인도의 군사 동향이 서술된 점도 이번 백서에서 새로 나온 내용이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발맞추는 행보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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