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망하게 생겼어. 20년 알고 지냈는데… 형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지난 15일 수원지검에서 진행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의 ‘4자 대질조사’에서 김 전 회장은 이 말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1968년생인 김 전 회장은 1963년생인 이 전 부지사를 ‘형’이라고 불렀다. 김 전 회장은 대질신문 내내 이 전 부지사에게 격앙된 반응을 보인 한편, “우리 입장도 생각해 달라”며 호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15일 오후 5시부터 9시30분까지 약 4시간30분 동안 대북 송금 혐의를 받는 이 전 부지사와 김 전 회장,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을 불러 대질신문을 진행했다.
대질 조사에서 김 전 회장과 안 회장, 방 부회장 등 3명은 “이 전 부지사가 ‘북한에 스마트팜 비용을 지급하지 않으면 경기도 대북사업이 어려워진다’며 먼저 대납을 제안해 쌍방울이 대신 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에게 “우리 쪽 사람 10명이 넘게 구속됐고, 회사도 망하게 생겼다. 우리 식구들은 살아야 하지 않느냐”고 호소했다고 한다. 또 “나 (감옥에) 들어갔다 나오면 70세다” “왜 형 입장만 생각하느냐, 우리 입장도 생각해 달라”고 설득하다가 “왜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마셨는데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느냐”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전·현직) 공무원들은 왜 거짓말하느냐”며 따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이 전 부지사가 계속 “나는 모르는 일”이라는 취지로 부인하자 김 전 회장은 언성을 높이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측이 대북사업을 하려고 안 회장을 끼워넣어 북한과 협약서를 쓴 것 아니냐”고 반박하자, 안 회장과 방 부회장도 나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느냐”며 김 전 회장을 거들었다고 한다.
이 전 부지사가 계속 혐의를 부인하자 김 전 회장은 쌍방울 임원진에게 지시해 대북 송금 자금원 등 관련 내부자료를 검찰에 제출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