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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불법파업에도 죄 안 묻겠다는 ‘노란봉투법’ 끝내 강행하다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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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의 방어권을 사실상 무력화한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거대 야당의 주도로 국회 첫 관문을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여당인 국민의힘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15일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노조법 2, 3조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어 오는 21일 야당 의원 수가 우세한 환노위 전체회의에 올려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기업 경쟁력 훼손을 넘어 가뜩이나 어려운 국가 경제에 끼칠 악영향이 불 보듯 뻔한데도 그동안 재계 등에서 우려를 표한 각종 부작용에 귀를 막은 채 끝내 강행하겠다는 태도다.

거야의 이번 노란봉투법 처리는 어제(16일)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지적한 대로 형식과 내용 모든 면에서 문제다. 친노조 정책으로 일관했던 지난 문재인 정부는 정작 임기 5년 내내 적극적인 입법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이 법안 처리를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우면서도 헌법과의 상충 문제나 노동현장의 혼란 등 각종 부작용을 고려한 정치적 판단으로 유보한 것이다. 그런데 야당이 되자마자 태도가 돌변한 건 이 법안이 국가 경제에 발목을 잡든 말든 지지층 결집을 위해 최대 우군인 양대 노조의 환심을 사겠다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번에 소위를 통과한 민주당 개정안은 경총이 ‘불법 파업 조장법’이라 규정한 것처럼 노조의 정당한 쟁의행위가 아닌 불법행위까지 면책함으로써 파업의 일상화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불법 파업이라도 노조에 손실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원안처럼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범위를 직접적으로 제한하진 않아 위헌 논란을 살짝 비껴가긴 했다. 하지만 불법 파업과 관련해 개별 노동자별로 구체적인 손해와 불법행위를 입증할 책임을 기업에 부과해 가장 강력한 불법 파업 대응 수단인 손해배상을 사실상 무력화했다. 강성 노조의 불법 파업에 면죄부를 준 거나 마찬가지다. 또 노조의 교섭 대상을 확대해 하청업체 직원이 원청업체를 사용자 삼아 쟁의에 나설 수 있고, 임금협상 등 미래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사안에 대해서만 쟁의가 허용됐던 과거와 달리 채용 문제 등 현재의 근로조건을 이유로도 쟁의를 허용했다. 이처럼 사용자 범위가 확대되고 경영상의 판단까지 쟁의 대상에 포함되면 기업은 사법 리스크를 우려해 투자와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결국 그 피해는 미래 세대가 고스란히 짊어지게 된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합법 파업 보장법’ 운운하며 본질을 흐리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불러올 혼란과 불법을 책임질 자신이 없으면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당장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