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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긴축완화 움직임 후퇴, 달러 몸값 또 꿈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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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지난해 한국 경제를 괴롭혔던, ‘킹달러(달러 가치 초강세)’의 공포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생각보다 강한 미국 경기 지표가 잇따라 나오면서, 주춤했던 달러 가치가 다시 오르고 있어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달러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15일)보다 2.6원 내린(환율은 상승) 1284.8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12월 21일 이후 약 2개월 만에 최저치다. 종가 기준 달러 대비 원화값은 지난 6일 1250원대로 떨어진 데 이어 이날도 달러 가치 상승세(원화 가치 하락)가 이어졌다. 이런 추세면 달러 대비 원화값이 다시 1300원대에 진입할 수 있다.

달러 가치는 올해 들어 줄곧 내림세였다. 유럽 경기의 예상 밖 호황과 중국의 리오프닝(경기 재개) 기대감에서다. 특히 최근 미국 소비자물가(CPI) 상승세가 다소 둔화하면서, 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곧 멈출 수 있다는 희망이 환율을 더 안정시켰다. 지난 1일 미국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직후 파월 의장이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둔화)’을 공언하자, 다음날 달러 대비 원화값은 1220.3원(종가 기준)을 기록하며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런 흐름에 제동이 걸린 것은 최근 미국 실물 경기 지표가 예상 밖으로 더 좋게 나오면서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달 소매 판매는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3.0% 증가했다. 전월 대비 상승 폭으로는 지난해 1월(4.9%) 이후 최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9%)보다 1%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미국은 경제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70%가 넘기 때문에 소비자 구매력이 강하다는 것은 그만큼 실물 경기가 좋다는 의미다.

소비뿐 아니라 제조업 경기도 반등했다. 같은 날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2월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 지수(-5.8)는 전월(-32.9)보다 27포인트 급등했다. 0보다 크면 경기 확장, 이하면 위축을 의미한다. 아직 지수가 0보다 아래이지만 한 달 새 3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실업률이 1969년 5월 이후 최저치인 3.4%로 떨어질 정도로 고용지표도 강세다. 이에 미국 경제가 ‘경착륙’은 물론 ‘연착륙’조차 겪지 않은 채, 침체나 둔화 없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노 랜딩(no landing)’ 시나리오가 힘을 받고 있다.

여기에 Fed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달러의 ‘몸값’을 높이고 있다. 당초 시장의 예상대로 가면 Fed의 기준금리 상단은 최대 5.25%에서 멈춘다. 하지만 지금처럼 경기가 계속 호황을 보이면, 물가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기 때문에 Fed가 기준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

실제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대비 6.4%)이 예상치(6.2%)보다 높게 나오자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 워치의 6월 기준금리 5.25~5.5% 확률(45.7%)이 1주일 전(34.4%)에 비해 올랐다. 만약 미국 금리 상단이 5.5% 이상으로 올라간다면 현재 한은 기준금리(3.5%)와 2.0%포인트 이상 벌어진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달러 가치가 오르는 ‘킹달러’ 상황이 재연할 수 있다. 수입물가가 올라 국내 물가도 자극한다.

하지만 달러 가치가 일시적으로 오를 순 있어도 지난해 같은 극단적인 ‘킹달러’ 상황이 다시 오기는 힘들다는 반론도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경제가 코로나19를 벗어나 다시 활동을 재개하면,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원화 가치도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환율 불안을 우려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급하게 올리기보다 조금 더 상황을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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