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해외시장 공략 효과…식품업계 ‘3조 클럽’ 8개로 늘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지난 15일 오후 인천 신흥동에 있는 CJ제일제당 공장. 지난해 전 세계에서 1조 원어치가 팔린 ‘비비고 만두’의 대표적 생산기지다. 미국·독일·일본·베트남 등 6개국 36곳에 있는 글로벌 만두 공장의 원조 격이기도 하다.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만두소를 구성하는 돼지고기와 야채의 향내가 코를 찔렀다. 이곳에서는 국내에서 인기 있는 ‘왕교자’와 미국에서 판매 1위인 ‘치킨고수만두’ 등을 주로 생산한다. 개당 35g인 왕교자만 하루에 150t씩 만든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비비고 만두는 개당 400원쯤 한다. 이런 낮은 가격으로도 글로벌 판매 1조원을 기록하는 비결은 남다른 연구개발(R&D)이다. 이곳에선 재료를 갈기보다 칼로 썰어서 맛을 낸다. 만두피 반죽도 9000번 가까이 치대 쫄깃함을 살린다. 장광문 CJ제일제당 혁신팀 과장은 “이런 쫄깃함과 살아있는 식감이 해외에서 인기 비결 중 하나”라고 자랑했다. 만두를 포함해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식품사업에서 매출 11조1042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기업이 식품 사업만으로 연간 매출 10조원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16일 관련 업계와 증권가 등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을 선두로 지난해 국내 식품 업계에서 매출 3조원 이상을 올린 이른바 ‘3조 클럽’ 기업이 기존 4곳(CJ제일제당, 동원F&B, 대상, 현대그린푸드)에서 8곳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제과(4조745억원)와 SPC삼립(3조3145억원), 오뚜기(3조1833억원·잠정공시), 농심(3조1291억원)이 추가되면서다. 〈그래픽 참조〉

이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복합위기 상황 속에서 거둔 성적이다. 해외 시장 공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식품으로만 해외에서 5조181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식품 매출 중 47%다. 이 회사 만두의 미국 시장 점유율(그로서리 채널 기준)은 41.4%에 이른다. 치킨·가공밥도 해외에서 많이 팔렸다. ‘종가’ 김치로 유명한 대상과 ‘빼빼로’를 앞세운 롯데제과의 해외 사업 비중도 각각 35%, 19.5%에 이른다. 국내 식자재 사업이 주력인 현대그린푸드를 빼고는 동원F&B, SPC삼립 등도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가 농심이다. 해외 사업 비중이 2017년 25.1%에서 지난해 35.9%로 높아졌다. 농심 관계자는 “K푸드 수요 증가와 지난해 본격적으로 가동한 미국 제2공장 생산량 증가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익성이 낮다는 게 이들 기업의 약점이다. ‘3조 클럽’ 기업 중에선 CJ제일제당과 오뚜기의 영업이익률이 각각 5.6%, 5.8%로 업계 평균(5%)을 넘었다. 다른 6곳은 2.7~3.6%에 그쳤다.

실제로 이들은 최근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물류비·전기·가스요금 인상 등으로 이익률이 낮아졌다는 입장이다. 같은 이유로 지난해 제품 가격을 줄줄이 올리기도 했다. 일부 기업은 새해 들어서도 가격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식품 가격 인상은 물가를 올리고, 서민의 생활 고충을 키운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2021년 한국의 엥겔지수(전체 소비 지출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비해 1.4%포인트 증가해 미국 등 주요국(G5 국가 평균 0.9%포인트)에 비해 높게 올랐다는 보고서를 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류 등으로 긍정적 여건이 마련된 만큼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상품 개발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 미래 성장동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