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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바리케이드 쳐진 외딴 공장…초등생 꾄 50대男 거주지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실종 닷새 만인 지난 15일 실종 초등생이 발견된 충북 충주시 소태면의 한 공장 건물. 이 건물 2층에 주거시설로 추정되는 공간이 있다. 최종권 기자

실종 닷새 만인 지난 15일 실종 초등생이 발견된 충북 충주시 소태면의 한 공장 건물. 이 건물 2층에 주거시설로 추정되는 공간이 있다. 최종권 기자

16일 오후 충북 충주시 소태면의 한 2층 공장 건물. 경찰이 강원 춘천에서 집을 나선 뒤 실종됐던 초등학생을 찾았던 곳이다. 공장은 실종아동법 위반 혐의를 받는 A씨(56)가 1~2년 전에 ‘사업한다’며 임차해 쓰고 있었다고 한다.

공장은 마을과 1㎞ 정도 떨어진 외진 곳에 들어서 있었다. 취재진이 찾았을 때 인적은 없었다. 건물 옆엔 SUV 차량만 덩그러니 세워져 있었고 공장 내부는 천막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공장 오른쪽 외벽을 따라 돌아가서야 주거시설이 눈에 들어왔다.

인근 공장 직원 "빈 공장인 줄 알았다" 

이 공장 주변엔 건어물 제조 공장과 철골 구조물 제조 공장이 있지만 A씨와 왕래는 아예 없었다고 한다. 인근 공장에서 일하는 정모(56)씨는 “사람 출입을 못 봤다. 빈 공장인 줄만 알았다”고 말했다. 실제 A씨 임차 공장 입구는 바리케이드가 길게 쳐져 있다.

주민 손모(82)씨는 “주변 공장 근로자들이 일을 마치고 떠나면 밤에는 사람이 다니지 않는 외진 곳”이라며 “실종됐던 학생이 공장 건물 안에 있었다는 사실도 (나중에) 뉴스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했다.

실종 닷새 만인 지난 15일 실종 초등생이 발견된 충북 충주시 소태면의 한 공장 건물(오른쪽).

실종 닷새 만인 지난 15일 실종 초등생이 발견된 충북 충주시 소태면의 한 공장 건물(오른쪽).

경찰에 실종 아동 '없다'고 답해

경찰은 전날(15일) B양(11)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위치를 파악했는데, ‘외딴곳’이라 초조한 상태서 현장에 출동했다고 한다. B양이 강력범죄 피해를 봤을 수 있어서다. 춘천경찰서와 충주경찰서 소속 형사 20여 명은 15일 오전 11시30분쯤 해당 공장을 급습했다.

당시 형사들은 A씨에게 “실종된 B양이 여기에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A씨가 당황해하며 “없다”라고 말했지만, 수상함을 느낀 경찰들은 곧장 공장 전체를 수색했다. 이후 공장 주거시설에 있던 B양을 찾았다. A씨는 곧바로 현행범 체포됐다.

지난 15일 실종 닷새 만에 충북 충주에서 발견된 초등학생 A양(11)이 10일 오후 한 폐쇄회로TV(CCTV)에 포착된 모습. 사진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 블로그 캡처

지난 15일 실종 닷새 만에 충북 충주에서 발견된 초등학생 A양(11)이 10일 오후 한 폐쇄회로TV(CCTV)에 포착된 모습. 사진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 블로그 캡처

피의자 휴대전화 포렌식 중 

현재 춘천경찰서는 A씨에 실종아동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실종아동법상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실종 아동을 경찰관서의 장에게 신고하지 않고 보호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실종아동법에서 의미하는 실종아동은 약취, 유인 또는 유기되거나, 사고를 당하거나, 가출하거나, 길을 잃는 등의 사유로 인해 보호자로부터 이탈된 ‘실종 당시 18세 미만의 아동’을 뜻한다.

경찰 관계자는 “긴급 체포 시한(48시간) 때문에 우선 실종아동법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며 “이후 약취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추가 범죄 혐의를 조사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A씨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B양을 꾀어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정확한 범행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A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 중이다. 포렌식 결과가 나오면, B양과 나눈 대화 내용을 분석해 혐의를 입증할 계획이다.

A씨는 특별한 직업이 없다. 그는 현재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지난 14일 강원 춘천시민들에게 발송된 A양 관련 안전 안내 문자 메시지.

지난 14일 강원 춘천시민들에게 발송된 A양 관련 안전 안내 문자 메시지.

SNS로 유인...서울서 만나 

지금까지 경찰이 파악한 A씨의 행적은 이렇다. B양은 지난 10일 오후 춘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서울행 버스에 올랐다. A씨는 이보다 앞서 B양을 유인한 것으로 보인다. B양 휴대전화 마지막 신호는 서울 송파구 잠실역 인근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서울에서 B양을 만났다. 이후 그는 B양을 충주에서부터 타고 온 자신의 차량에 태운 뒤 다음날인 11일 새벽 충주에 도착했다. 잠실역에서 A씨의 주거지까지 거리는 111㎞에 이른다.

그 사이 B양 가족들은 연락이 되지 않자 11일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당시 경찰은 잠실역 일대를 수색했지만, B양의 흔적을 찾지는 못했다. 수색이 길어지자 경찰은 실종 닷새째인 14일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그러던 중 B양이 14일 오후 8시쯤 “충주에 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어머니에게 보내면서 대략적인 위치가 파악됐다. 이에 경찰은 충주경찰서에 공조 수사를 요청했고 충주경찰은 B양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외버스터미널 주변 등을 중심으로 수색을 벌였다.

B양 심리적 불안감 호소 

이어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B양의 보다 정확한 위치가 파악되자 15일 오전 11시30분쯤 충주시 소태면 공장에 출동하기에 이른다. 발견 당시 B양은 별다른 외상 없었지만,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했다. 현재 B양은 범죄 피해자 지원 기관인 해바라기센터로 인계된 상황이다. 경찰은 B양이 안정을 찾으면 그동안의 행적에 대한 진술을 들을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를 상대로 어떤 목적으로 B양을 데리고 갔는지를 조사하고 있다”며 “조만간 B양의 휴대전화도 확보해 분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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