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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 의리 없더라" 유동규, 이재명 저격…대장동 수사 이 장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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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대장동 의혹’을 중심으로 한 이 대표 관련 수사가 정점에 이르렀다. 검찰은 수사 초기 대장동 개발업자들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이 대표와 연관성 파악에 애를 먹었지만, 유동규·남욱 등의 태도 변화를 계기로 ‘대장동 비리의 몸통은 이재명’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김만배 씨(왼쪽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남욱 변호사. 뉴스1

김만배 씨(왼쪽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남욱 변호사. 뉴스1

이재명 측근들의 ‘유동규 숨기기’ 시도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을 꾸린 건 2021년 9월 29일이다. 수사팀은 출범 당일부터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대표 측근들이 이때부터 유 전 본부장 회유를 시도한 정황은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됐다. 민관유착의 ‘연결고리’였던 유 전 본부장에 입단속을 주문했다는 내용이다.

검찰에 따르면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압수수색 직전인 새벽 5시쯤부터 통신 기록이 남지 않는 텔레그램으로 전화를 걸었다. 유 전 본부장이 받지 않자 정 전 실장은 “안 좋은 마음먹지 말고 통화하자, 동규야”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오전 8시쯤 정 전 실장과 아이폰 영상통화를 한 뒤 유 전 본부장은 휴대전화를 오피스텔 창밖으로 던졌다. 최근에서야 유 전 본부장은 “정진상 실장이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정 전 실장은 “우리는 모르는 척하고 (대통령) 선거를 밀어붙일 테니 그렇게 알고 있어라”고도 했다고 한다.

이 대표의 또 다른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유 전 본부장에 신경을 썼다. 압수수색 전날 오후 11시쯤 먼저 전화를 걸어 5분 17초간 통화했다. 김 부원장은 검찰 출석을 앞둔 유 전 본부장에게 “태백산맥으로 가서 열흘 정도 숨어 지내라”“쓰레기라도 먹고 배탈로 병원에 입원해라”는 등 조사에 협조하지 말 것을 종용했다.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의 증거인멸 정황은 이후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의 근거가 됐다.

유동규의 변심… “이 세계에 그런 것 없더라” 이재명 저격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중앙포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중앙포토

유 전 본부장은 스스로를 ‘삼국지 장비’에 비유하며 의리를 중시했다. 그의 태도가 바뀐 건 지난해 새 정부가 출범하고, 수사팀이 새롭게 구성된 이후다. 지난해 10월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유 전 본부장은 “같이 지은 죄는 같이 벌받고, 이재명 명령으로 한 것은 이재명이 (벌) 받아야 할 것”이라며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유 전 본부장은 마음을 바꾼 이유로 “이 세계엔 의리 그런 게 없더라. 제가 지금까지 착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고 했다.

대장동 일당 중 사업을 설계한 남욱 변호사는 미국에 체류하다 2021년 10월 19일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귀국했다. 당시 그는 “이재명 대표와 모르는 사이”라며 의혹을 부인했었다. 하지만 그도 유 전 본부장과 비슷한 시기 이 대표를 겨냥한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남 변호사는 구속 만료 후 첫 재판에서 “천화동인 1호 지분에 이재명 측 지분이 있다고 2015년부터 인지했다. (귀국 당시엔) 선거도 있었고 개인적으로 겁이 났다”고 말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를 비롯한 대장동 일당의 적극적인 진술을 토대로 이 대표 선거캠프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의혹 등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김만배만 ‘이재명 의혹’에 입 닫아

대장동 일당 중 유일하게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만 이 대표와 대장동 의혹의 연관성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과거 동료들이 이 대표를 ‘비리의 몸통’으로 지목하는 상황에서 김씨는 돌연 자해를 시도했다. 지난해 12월 자신의 차량 안에서 날카로운 도구로 목과 가슴 부위를 찌른 것이다.

이에 대해 김씨 측은 “출혈이 심각했고 수술도 받았다. 강압적인 검찰 수사에 압박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 대표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나는 모르는 일”이라거나 “사실이 아니다”라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검찰은 올해 들어 두 차례 이 대표 소환조사를 진행했다. 이 대표는 소환이 가시화되자 “민생을 챙기기도 바쁜데,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검찰이 나를 억지 수사하려 한다”며 여론전에 주력했다. 이 대표에 불리한 진술을 한 대장동 일당에 대해선 “검찰에 포획된 대장동 관련자들의 번복된 진술”이라며 증거 능력을 폄하했다. 이른바 ‘검찰 패싱’ 전략으로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한 뒤 재판에서 적극 의견을 개진하며 혐의를 부인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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