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민 깊어지는 한은…정부는 금리 내리자는데, 美 또 올릴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현재 3.25%에서 3.50%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현재 3.25%에서 3.50%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오는 23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긴축 기조는 더 굳건해지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금리 인하’ 압박은 더 거세지고 있어서다.

지난달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베이비스텝)한 3.5%로 결정했다. 며칠 후 이창용 한은 총재가 외신기자간담회에서 “금리가 이미 높은 수준”이라고 언급하는 등 비둘기(완화 선호) 색채를 드러내자 시장은 2월 동결 및 연내 인하 가능성에 베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달 초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와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미 소매판매 등이 시장 전망치를 웃돌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더 높고, 긴 수준의 금리를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한ㆍ미 기준금리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여파로 이달 초 1210원대였던 달러당 원화값은 16일 1284.8원까지 하락했고, 국고채 3년물도 지난 15일 3.502%를 기록하는 등 한 달 만에 기준금리를 넘어섰다.

5% 안팎의 고(高)물가 흐름에, 외환시장 파장까지 고려하면 기준금리를 더 올리는 게 맞는 수순이다. 하지만 빠르게 식어가는 경기를 진작하고, 고금리에 따른 서민의 이자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압박이 만만찮다. 시장이 기준금리 동결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우선 1월 소비자물가가 5.2%로 예상치를 소폭 상회했지만, 난방비 등 공공요금 인상 요인이 크기 때문에 상반기에는 안정적으로 4%대에 접어들 거란 관측이 나온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열어두되 2월엔 동결해서 그간 금리 인상의 효과를 확인하는 시간을 갖지 않을까 싶다”며 “2분기에 전세값이 하향 안정세에 들어가면 물가 관리에 큰 부담이 없을 거라 본다”고 말했다. 다만 “환율이 변수일 수 있는데 달러당 원화값이 더 급격하게 하락(환율은 상승)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은행 고금리로 인해 국민들 고통이 크다”고 지적하는 등 정부의 ‘정책 공조’ 압박이 커지는 점도 부담이다. 김진욱 씨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매파적인(긴축 선호) 신호와 함께 기준금리는 동결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는 이미 올해 1분기부터 수출 회복과 주택시장의 연착륙으로 전환된 것으로 판단되고, 긴축 통화정책의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은행, 미국연방준비제도(Fed)]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은행, 미국연방준비제도(Fed)]

소수지만 2월 기준금리 인상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한다”며 “물가가 여전히 잡히지 않고 있고 글로벌 통화긴축 움직임이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현재 4.5~4.75%인 기준금리를 연내 5.25~5.5%까지 올릴 경우 한ㆍ미 금리 차가 현재 1.25%포인트에서 2%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역대 최대 역전 폭은 2000년 5~10월 1.5%포인트다. 한ㆍ미 금리 차 역전이 심해지면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가 더 높아지면서 자본 유출이 심화할 수 있다. 또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

일각에선 올해 4월 주상영ㆍ박기영 금통위원이 임기를 마친다는 점을 금리 인상의 변수로 꼽는다. 정부와 호흡을 맞출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인사로 바뀔 수 있는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 요구가 하반기 본격화할 수 있다. 이 점을 감안하면 시점상 이번이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적기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그렇다고 일단 기준금리를 올려놓고 연내 인하하는 건 통화정책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2월 금통위에서 예상보다 치열한 토론이 벌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