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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웃돈 미 소매판매…긴축 장기화에 울고, '노랜딩'에 웃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뉴욕증권거래소(NYSE) [REUTERS=연합뉴스]

뉴욕증권거래소(NYSE) [REUTERS=연합뉴스]

최근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가 잇따라 시장의 기대치를 웃돌면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1월 소매판매는 6970억 달러를 기록해 계절 조정 기준 전달보다 3% 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9%)를 1%포인트 이상 웃돌고, 2022년 1월(4.9%) 이후 1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달 소매 판매는 식음료(7.2%)와 자동차 및 부품(5.9%) 부문에서 급증했다. 가구(4.4%) 소비도 늘어났다. 휘발유와 자동차를 제외한 근원 소매 판매도 전달보다 2.6% 늘어 2년여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는 고용시장 활황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인플레이션 여파로 소비를 줄였던 미국인이 늘어난 고용과 임금 상승에 힘입어 소비를 늘렸다는 것이다. 미 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1월 고용상황 보고서를 보면 비농업 일자리는 시장 전망치의 3배에 가까운 51만7000개 늘었고, 실업률(3.4%)은 1969년 5월 이후 최저치였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 나온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대비 6.4% 올라 예상치(6.2%)를 상회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런 지표는 지난해부터 이어온 미국의 고강도 긴축 노력이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근로자 임금이 상승해 소비를 촉진하고, 이는 물가 상승 압박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수 있다. 미국에서 더 오랜 기간, 더 높은 수준의 금리가 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다.

경제분석기관인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오렌클라흐킨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수치는 경제를 식히고 인플레이션을 2% 목표치로 낮추기 위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뒷받침한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을 인용해 시장의 기준금리 예상치가 오는 8월 5.28%에서 정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4.5~4.75%다.

하지만 누적된 긴축에도 미 경제가 탄탄한 모습을 보이는 점에서 긍정적인 해석도 나온다. 미국 경제가 ‘경착륙’은 물론 ‘연착륙’조차 겪지 않은 채, 침체나 둔화 없이 고공비행할 수 있다는 이른바 ‘무착륙(no-landing)’ 시나리오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폴 애쉬워스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미국 경제가 1분기에 침체를 쉽게 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미국 뉴욕증시도 우려보다는 기대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장 초반 하락세를 보이다가 소매판매 호조 소식이 전해지며 반등에 성공했다. 나스닥(0.92%),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0.28%), 다우지수(0.11%)가 전장 대비 상승 마감했다.

야누스 헨더슨 인베스터스의 매트 페론 리서치 디렉터는 “1월 소매 판매는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고 고용 보고서와 함께 경제의 회복력을 보여줬다”며 “이는 경제는 강하고 인플레이션은 줄어드는 골디락스 분위기를 뒷받침한다”고 이날 증시를 해석했다.

시장은 앞으로 발표될 주요 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혼재된 지표와 그에 따른 해석이 아직 어느 한쪽의 손을 완전히 들어주지 않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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