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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크기 '종말의 날 빙하' 빠르게 녹는다…해저로봇 캔 비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해저탐사 로봇 아이스핀이 남극 스웨이츠 빙하 하부를 조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해저탐사 로봇 아이스핀이 남극 스웨이츠 빙하 하부를 조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남극 빙상의 보루이자 ‘종말의 날 빙하(doomsday glacier)’로 불리는 스웨이츠 빙하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빠르게 녹으면서 붕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따뜻한 물이 빙하의 약한 곳으로 스며들면서 기온 상승으로 얼음이 녹는 현상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15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두 개의 논문에 따르면, 13명의 미국·영국 과학자들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팀은 2019년 말부터 2020년 초까지 남극 서부에 있는 스웨이츠 빙하의 가장자리 지점에서 뜨거운 물을 이용해 600m의 깊은 구멍을 뚫었다. 그리고 그 구멍 아래로 해저 탐사 로봇 ‘아이스핀(Icefin)’을 내려보냈다. 기후변화가 빙하와 바다가 만나는 지점, 즉 빙붕(Ice shelf, 바다에 떠 있는 얼음 덩어리)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빙붕은 남극 대륙으로 접근하는 따듯한 물의 흐름을 막아 남극 대륙을 차갑게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이 스웨이츠 빙하에 구멍을 뚫고 해저탐사 로봇을 내려보내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연구팀이 스웨이츠 빙하에 구멍을 뚫고 해저탐사 로봇을 내려보내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연구팀은 상대적으로 따뜻하면서 염분을 지닌 물이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져서 생긴 틈) 같은 구멍으로 흘러 들어가 균열을 넓히고, 매년 30m 이상의 융해를 일으키는 등 빙하의 상태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프로젝트를 이끄는 브리트니 슈미트 코넬대 교수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따뜻한 물이 빙하의 가장 약한 부분으로 들어가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빙붕 아래의 평평한 부분이 해마다 2m에서 5.4m씩 녹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과거 모델링을 통해 예측한 것보다 느린 속도다. 연구팀은 빙붕과 바다 사이에 더 차가운 물 층이 엷게 깔리면서 얼음이 녹는 것이 억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남극의 병뚜껑…“붕괴 시 해수면 3m 상승”

남극 스웨이츠 빙하 가장자리의 모습. AP=연합뉴스

남극 스웨이츠 빙하 가장자리의 모습. AP=연합뉴스

한반도 크기에 육박하는 스웨이츠 빙하는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하면서도 위험한 빙하 중 하나로 꼽힌다. 지구에서 가장 빨리 녹아내리면서 해수면을 재앙적인 수준까지 상승시킬 수 있어 ‘지구 종말의 날 빙하’라는 별명이 붙었다.

실제로 위성 조사 결과, 이 빙하는 1990년대 후반부터 14㎞ 가까이 후퇴하면서 따뜻한 바닷물에 더 많은 얼음 부분이 노출되는 등 점차 기후변화에 취약해지고 있다. 또, 해마다 이 빙하에서 수십억t(톤)의 얼음이 녹아 바다로 유입되고 있으며, 연간 해수면 상승분의 4%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스웨이츠 빙하가 붕괴하면 지구 해수면이 65㎝가량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웨이츠 빙하의 붕괴가 더 위험한 건 이 빙하가 서남극 지역을 둘러싼 얼음층을 보호하는 ‘병뚜껑’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이츠 빙하가 없어지면 병 속에 담긴 내용물, 즉 서남극 빙상이 밖으로 흘러나오면서 해수면을 3m 더 높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도 14일 유엔안보리의 해수면 상승에 대한 회의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특히 저지대 해안에 사는 9억 명 정도에게 심각한 위험이 될 것”이라며 “저지대 공동체나 나라 전체가 영원히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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