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형이 어떻게 나한테 이래"…김성태, 대질서 이화영에 '버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해외 도피생활 중 태국에서 체포된 쌍방울 그룹의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이 지난달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압송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해외 도피생활 중 태국에서 체포된 쌍방울 그룹의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이 지난달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압송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우리 회사 망하게 생겼어. 20년을 알고 지냈는데…형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지난 15일 수원지검에서 진행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의 ‘4자 대질조사’에서 김 전 회장은 이 말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1968년생인 김 전 회장은 1963년생인 이 전 부지사를 ‘형’이라고 불렀다. 김 전 회장은 대질신문 내내 이 전 부지사에게 격앙된 반응을 보인 한편, “우리 입장도 생각해 달라”며 호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15일 오후 5시부터 9시 30분까지 약 4시간 30분 동안 대북송금 혐의를 받는 이 전 부지사와 김 전 회장,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 방용철 쌍방울그룹 부회장를 불러 대질신문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이 전 부지사에게 ‘경기도의 스마트팜 대납’ 등 쌍방울의 대북송금 사실을 알았는지 물었다. 2019년 1월 17일 중국 선양 출장에서 쌍방울 관계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 등을 보여주며 추궁했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는 “경기도(이화영)는 쌍방울의 대북송금에 대해 모른다”는 기존 주장을 어어 갔다. 이 전 부지사가 계속 혐의를 부인하자 검찰은 안 회장에 이어 김 전 회장과 방 부회장 등을 차례로 불러 압박한 것이다.

2018년 10월 25일 방북 결과를 발표하는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 사진 경기도

2018년 10월 25일 방북 결과를 발표하는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 사진 경기도

대질 조사에서 김 전 회장과 안 회장, 방 부회장 등 3명은 “이 전 부지사가 ‘북한에 스마트팜 비용을 지급하지 않으면 경기도 대북사업이 어려워진다’며 먼저 대납을 제안해 쌍방울이 대신 냈다”는 동일한 입장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에게 “우리 쪽 사람 10명이 넘게 구속됐고, 회사도 망하게 생겼다. 우리 식구들은 살아야 하지 않느냐”고 호소했다고 한다.

또 “나 (감옥에) 들어갔다 나오면 70세다”“왜 형 입장만 생각하느냐, 우리 입장도 생각해달라”고 설득하다가 “왜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마셨는데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느냐”“(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전·현직) 공무원들은 왜 거짓말을 하느냐”며 따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화영 계속 부인하자 김성태 ‘격앙’

그런데도 이 전 부지사가 계속 “나는 모르는 일”이라는 취지로 부인하자 김 전 회장은 언성을 높이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측이 대북사업 하려고 안 회장을 끼워넣어 북한과 협약서를 쓴 것 아니냐”고 반박하자, 안 회장과 방 부회장도 나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느냐”며 김 전 회장을 거들었다고 한다.

이 전 부지사가 계속 혐의를 부인하자 김 전 회장은 쌍방울 임원진에 지시해 대북 송금 자금원 등 관련 내부자료를 검찰에 제출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11월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2018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리종혁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환담하고 있다. 현장에는 쌍방울 임원들도 참석했다. 빨간색 동그라미 왼쪽이 쌍방울그룹 부회장 방모씨(구속기소), 오른쪽은 양선길 현 회장이다. 사진 경기도

2018년 11월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2018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리종혁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환담하고 있다. 현장에는 쌍방울 임원들도 참석했다. 빨간색 동그라미 왼쪽이 쌍방울그룹 부회장 방모씨(구속기소), 오른쪽은 양선길 현 회장이다. 사진 경기도

대질 조사 이후 이 전 부지사는 진술을 거부했다. 조사가 끝난 뒤에도 조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이 전 부지사 측은 “검찰이 사전에 협의하지 않고 대질조사를 추진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 정가 관계자는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의 대납을 시인하는 순간, 검찰의 수사가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향하지 않겠느냐”며 “정치적 야심이 큰 이 전 부지사가 쉽게 입을 열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16일에도 구치소에 있는 이 전 부지사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대질신문도 다시 추진했으나 이 전 부지사 측이 거부해 성사되지 않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 전 부지사가 대질신문 조서에 서명하지 않았다고 해도, 다른 관련자 3명의 진술이 동일하다면 이 전 부지사에 대한 간접 증거나 탄핵증거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