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가까이 골프기자를 하면서 프로암에는 한 번도 참가해 본적이 없다. 기회는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저널리즘 교과서에는 기자가 그런 혜택을 받는 건 옳지 않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람코 사우디아라비아 레이디스 인터내셔널 주최측에서 프로암에 참가하겠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흔쾌히 OK했다.
골프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LIV골프의 홈코스 격인 로열 그린 골프장을 로프 안에서 볼 흔치 않은 기회였다. 해외의 큰 대회를 앞두고 한국 선수와 함께 라운드하면서 밀착 취재할 기회이기도 했다. 30년 가까이 운전을 하면서 기름값으로 많은 돈을 썼으니 나도 오일 머니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도 생각했다.

사우디 로열 그린 골프장. 성호준 기자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인근 킹압둘라 경제도시 로열 그린 골프장에서 열린다. 2020년에 시작된 이 대회는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여자 프로 골프 대회다. 올해는 남녀평등 대회로 만들겠다며 상금을 500만 달러(약 64억5000만원)로 다섯 배 올렸다. KLPGA 투어의 최고 상금 대회가 16억6700만원인데, 그 4배다. 그래서인지 태국 등에서 전지훈련하던 한국 선수들도 왔다. 17명이 참가했다. KLPGA에서 뛰는 한 선수는 “전지훈련지에서 세계랭킹으로 대회 참가자격이 된다는 것을 알고 오게 됐다. 상금도 많고 전지훈련 중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서 왔다”고 했다. 일부 선수는 전지훈련 리듬이 깨질 것을 우려해, 일부는 종교적인 이유로 오지 않았다고 한다.
프로암은 프로와 아마추어가 한 팀으로 나서는 대회다. 그 자체로 대회가 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프로 경기를 앞두고 대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된 아마추어를 위해 프로들이 동반라운드하며 봉사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프로암 참가 티켓을 팔기도 한다. 몇 천만원 정도 된다.

로열 그린 골프장 클럽하우스. 성호준 기자
나는 전반 9홀에서 전인지와 한 조가 됐다. 주최측은 대회 로고가 새겨진 모자와 티셔츠를 줬다. 그 옷과 모자로 갈아입었다. 촌스럽게 그러지 않아도 됐지만 그 핑계로 클럽하우스 라커를 이용해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