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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백발시위' 다롄까지 번졌다…"의료보조금 왜 깎나" 항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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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우한 도심의 중산공원과 해방대도 앞에서 의료보조금 삭감에 반대하는 노인층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 RFA 캡처

지난 15일 우한 도심의 중산공원과 해방대도 앞에서 의료보조금 삭감에 반대하는 노인층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 RFA 캡처

수백 명의 퇴직자가 15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과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서 의료보조금 삭감에 반대하는 대규모 가두시위를 벌였다고 로이터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이번 시위는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정치협상회의)를 몇 주 앞두고 일어나 파장이 주목된다. 이와 관련 이번 시위는 노년층 중심이라 ‘백발(白髮) 운동’으로 번지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지난 8일 의료보조금 삭감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섰던 우한 퇴직자들은 시 정부의 수 차례 해명에도 불구하고 15일 오전 도심에 모여 셰허(協和)의원 앞 해방대도(解放大道)를 따라 ‘인터내셔널가(국제공산당가)’와 항일전쟁 당시의 항전가요 ‘단결이 힘이다(團結就是力量)’ 등을 부르며 행진했다. 같은 날 다롄에서도 퇴직자 수천 명이 인민광장 앞 시청사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으며 일부 참가자는 경찰에 체포돼 버스로 연행됐다고 RFA는 보도했다.

시위에 참여한 우한 시민에 따르면 이달 1일 시행된 새로운 의료보험 정책에 따라 매달 260위안(약 4만8000원) 정도 받아왔던 의약품 구입보조금이 80위안(1만5000원) 대로 70% 가까이 줄어들면서 시위가 시작됐다.

중국 우한의 의료보험 정책 조정에 반대하는 퇴직자 시위가 벌어진 중산공원 지하철 역사가 임시 폐쇄됐다. 명보 캡처

중국 우한의 의료보험 정책 조정에 반대하는 퇴직자 시위가 벌어진 중산공원 지하철 역사가 임시 폐쇄됐다. 명보 캡처

이번 의료보험 정책 조정은 지난 3년간 중국이 검사·봉쇄·격리 등 거액이 소요되는 제로코로나 방역을 강행하면서 지방 정부 재정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이뤄졌다. 중국의 의료보험은 기본적으로 호적 소재지에 따라 도시직장, 도시지역, 농촌합작사로 나눠 중앙이 아닌 지방 정부에서 책임져 왔다. 하지만 제로코로나 비용과 심각한 노령화, 인구 감소, 지방 정부 재정 악화 등이 겹치면서 의료보험 기금이 고갈돼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는 ‘개인구좌’와 ‘정부기금’으로 나눠있던 자금을 통합해 직접 보조금은 줄이고 병원비 지원을 확대하는 개혁을 시작했다.

그러자 노년층 사이에서 “병에 걸리면 보험금이 부족하고, 병이 없으면 혜택이 없다”며 불만이 커졌다. 특히 3년 전 첫 도시 전면 봉쇄를 경험한 우한에서는 지난해 말 갑작스러운 방역 완화로 기저질환에 취약한 노인층이 대거 숨지자 그동안 쌓인 반감이 분출하며 시위를 촉발했다. ‘미국의 소리(VOA)’는 이번 의료보험 정책 개편으로 개인구좌에 쌓인 의료보조금을 삭감하면 그 여파로 병으로 숨지는 노인이 늘어나고, 따라서 정부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여기는 여론이 있다고 소개했다.

15일 우한 도심의 중산공원 인근 해방대도 앞에서 의료보조금 삭감에 반대하는 노인들이 시가 행진을 하고 있다. 명보 캡처

15일 우한 도심의 중산공원 인근 해방대도 앞에서 의료보조금 삭감에 반대하는 노인들이 시가 행진을 하고 있다. 명보 캡처

민생 해결 국민투표 요구 SNS에 등장 

한편 10년 만에 국가주석과 총리·부총리·국무위원 등을 투표로 선출하는 양회를 앞두고 ‘2023 국민투표(全民公投)’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등장했다. 지난 14일 트위터에 “2023년 양회에서 전 국민 무료 의료, 무료 교육, 무료 양로 등 눈앞의 민생 문제 해결을 강렬히 요구한다”며 “(고위 간부에 제공되는) 특별 공급, 특별 간호를 폐지하고, 해외에 대규모 자금 지원을 없애 민생을 전면 보호하라”는 민생 우선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글이 유포되기 시작했다. 단 트위터는 중국에서는 차단돼 있어 중국 내에선 직접 접속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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