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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4강 문 여는 골든벨 될 것"…콜린 벨 여자 축구대표팀 감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콜린 벨 여자축구국가대표팀 감독 인터뷰.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 송봉근 기자

콜린 벨 여자축구국가대표팀 감독 인터뷰.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 송봉근 기자

"한국 여자축구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위치에 데려가고 싶습니다."

오는 7월 호주·뉴질랜드에서 열리는 2023 여자 월드컵 준비가 한창인 콜린 벨(62·영국)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는 4년 전 프랑스 월드컵에서 한국이 조별리그 3전 전패로 탈락한 직후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한국 여자대표팀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이었다. 최근 전지훈련지였던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벨 감독은 "지난 3년간 밤낮으로 축구 생각만 했다. 지난 3년간 내가 구현하고자 하는 축구를 아직 100% 완성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100%로 향해 진화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월드컵 4강 문을 여는 초인종 '골든벨'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벨 감독. 연합뉴스

월드컵 4강 문을 여는 초인종 '골든벨'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벨 감독. 연합뉴스

여자대표팀은 울산에서 4개국 친선대회인 '아널드 클라크컵(17일 개막)'을 준비했다. 영국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사실상의 '월드컵 모의고사'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위 잉글랜드, 17위 이탈리아, 20위 벨기에 등 유럽 강팀들이 참가하기 때문이다. 반년 뒤 한국이 월드컵에서 만날 상대보다 강하다. 한국(15위)은 월드컵 조별리그(H조)에서 독일(2위), 콜롬비아(27위), 모로코(76위)와 맞붙는다.

벨 감독은 "이번 대회는 일주일 안에 3경기를 치른다는 점에서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경험하게 될 빡빡한 일정과 닮았다.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미리 월드컵과 비슷한 분위기에 적응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유럽 팀과 실전을 치르면서 조직력을 다지는 동시에 강한 의지와 투혼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벨 감독은 유렵을 평정한 명장 출신이다. 송봉근 기자

벨 감독은 유렵을 평정한 명장 출신이다. 송봉근 기자

벨 감독은 여자 프로팀 감독을 맡아 유럽을 평정한 명장이다. 2014~15시즌 독일 여자 분데스리가 FFC 프랑크푸르트 사령탑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일궜다. 2013~14시즌 포칼(독일축구협회컵) 우승과 분데스리가 준우승도 차지했다. 한국 대표팀을 맡아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훈련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가운데서도 지난해 여자 아시안컵에서 한국 사상 최고 성적인 준우승에 올랐다.

2021년 10월 FIFA 랭킹 1위 미국과의 원정 평가전에서 0-0으로 비겨 미국의 홈 22연승 행진을 가로막았다. 벨 감독은 "내 부임 이후 한국 선수 개개인의 스피드는 물론 전술적으로 크게 발전했다"면서 "한국을 이끌고 반드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경기 전 애국가를 따라 부르는 벨(오른쪽) 감독. 사진 대한축구협회

경기 전 애국가를 따라 부르는 벨(오른쪽) 감독. 사진 대한축구협회

벨 감독은 소통의 리더십을 펼친다. 그는 부임과 동시에 한국을 배웠다. 일주일 2~3회, 30분씩 한국어 레슨을 받아 회화와 문법을 익혔다. 그 결과 선수단 미팅을 한국어로 하게 됐다. 국가대항전(A매치) 때 애국가를 따라 부른다. '고강도' '문제없어요' 등은 가장 좋아하는 한국어 표현이다. '지금도 애국가를 외우고 있냐'고 묻자 벨 감독은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이라며 애국가 1절을 흥얼거렸다.

그러면서 "한국어는 1시간 이상 공부하면 머리가 아플 정도로 어려운 언어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의 '진짜 멤버'가 되기 위해선 선수들과 '온전한 소통'을 하기 의사 전달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벨 감독은 훈련 중에 먼저 선수들에게 다가가 한국어로 장난치는 등 격의 없이 대한다. 선수들도 벨 감독을 만난 첫날부터 '콜린'이라고 부르며 따르고 있다.

훈련 중 선수들을 격려하는 벨 감독. 사진 대한축구협회

훈련 중 선수들을 격려하는 벨 감독. 사진 대한축구협회

벨 감독은 요즘 월드컵 상대국 정보 수집이 한창이다. 특히 우승 후보 독일은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 영국 태생 벨 감독은 자신의 지도자 커리어 중 10년 이상을 독일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독일의 에이스이자 주전 공격수 스벤야 후트, 핵심 미드필더 카트린 헨드리히(이상 볼프스부르크), 제니퍼 마로잔(리옹) 등은 그가 FCC 프랑크푸르트 사령탑 시절 지도했던 제자들이다.

벨 감독은 "독일 선수 대부분은 직접 가르치거나 상대 팀으로 만나 특징을 잘 알고 있다. 독일 축구계에 지인이 많아 정보 수집도 유리하다"면서도 "정보 접근성이 어렵다고 준비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콜롬비아와 모로코도 독일 만큼이나 철저히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벨 감독은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전 한국 남자대표팀 감독과도 꾸준히 소통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벤투 감독은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이끌어다. 벨 감독은 "벤투 감독과는 종종 식사하는 편한 사이다. 그의 축구 가치관과 경험에 대해 듣다 보면 2~3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감독 시절), 손흥민 등 월드클래스 선수들을 이끌고 메이저 대회를 누빈 이야기를 통해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털어놨다.

한국은 올해 월드컵에서 2015년 캐나다 대회 이후 8년 만이자 두 번째 16강 진출에 도전한다. 벨 감독은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한국을 이끌고 월드컵에 나가는 것이 자랑스럽다. 똘똘 뭉친다면 세계 어느 팀을 만나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면서 "내 이름 벨(Bell)은 영어로 초인종이라는 뜻도 있다. 월드컵 8강을 넘어 4강 문을 여는 '골든벨'이 되겠다"며 검지 손가락으로 초인종 누르는 시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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