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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진의 지금 중국은] 코로나 피크 후 기지개 켜는 중국 소비시장 주목하라

중앙일보

입력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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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수가 정점을 통과(피크 아웃) 했다는 중국 관영 매체의 보도가 있었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자료가 하나 있다. 구글에서 ‘발열’ 단어의 검색량이 최고치를 기록하는 시점부터 2~10일이 지나면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정점에 도달한다고 한다. 구글 검색 수가 코로나 진정 시점의 선행지수인 셈이다.

중국 최대 증권사인 중신증권(CITIC Securities)이 이를 참고해서 중국 내 지역별 피크 아웃 시점을 추정했다. 구글 대신 중국 포털 바이두에서 ‘발열’ 단어로 검색한 수를 기준으로 삼았다. 중국판 발열 검색 지수다. 지난 1월 초에 나온 중신증권의 자료에 따르면 허베이, 쓰촨, 후베이, 베이징, 허난, 충칭 등 19개 성시가 지난해 12월 정점을 찍었고, 이어 다른 11개 지역이 1월 상순부터 2월 상순 중에 정점을 통과한다. 적중률이 얼마나 되는지는 전체적으로 비교해 보아야 하겠지만 최근 중국 각 지역의 분위기를 보면 피크를 지난 느낌이다.

이제 관심은 소비 영역으로 향한다.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핵심 관찰 포인트는 지난달 춘제(春節, 춘절) 연휴(1.21~27)의 소비 효과다. 수출과 투자가 계속 부진한 중국은 소비가 중요하다. 올해는 연휴가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데다 코로나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시점과 맞물려 더 큰 관심을 모았다.

춘제 소비의 전형적인 특징 중 하나가 외출 소비다. 대표적인 것이 영화 흥행 수입(박스 오피스)과 여행 수입이다. 중국 온라인 티켓 플랫폼인 마오옌(猫眼, Maoyan Entertainment)은 방역 정책 완화 이후 처음 맞은 올해 춘제 연휴 기간의 박스 오피스 수입액을 67억 6200만 위안(약 1조 2400억 원) 규모로 집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증가했고, 역대 최고치였던 2021년에 이어 두 번째 기록이다.

국내 여행객 수는 3억 800만 명, 국내 여행 수입은 3758억 위안(약 68조 4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3.1%와 30%나 증가했다.

소비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일까. 좀 더 들여다보면 다른 측면을 볼 수 있다. 국내 여행 수입은 1년 전과 비교하면 두 자릿수로 많이 증가했지만,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73.1% 수준에 그친다. 또한 해외 이동 제한이 없던 정상 시기에 춘제 외출 소비에 포함됐던 해외여행이 올해는 효과를 내지 못한 부분도 따져볼 수 있다. 일례로 올해 춘제 기간에 홍콩을 찾은 중국(본토)인은 9만 4880명인데 이는 2019년 같은 기간 수치의 6.8%에 불과하다.(홍콩관광발전국 통계)

영화 관람과 여행은 모두 선택형 소비에 속하지만 1인당 소비액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 올해의 경우 각 지역 영화관의 티켓 한 장 가격은 평균 50위안(약 9120원)이었는데, 중국 문화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1인당 국내 여행 평균 소비액은 그보다 25배 가까이 많은 1238위안(약 22만 6000원)이다. 홍콩에 가서 소비한다면 5990 홍콩달러(약 94만 원)로 국내 여행보다 4배 이상 많아진다.(홍콩관광발전국) 올해 춘제 연휴는 중국 소비자들이 적은 돈(영화 관람)은 썼지만, 아직 큰돈(해외여행)은 쓰지 않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교통 운수에서도 유사한 상황을 발견할 수 있다. 철도 여객은 급속히 회복하고 있는데 도로 여객은 회복 속도가 더디다. 철도는 주로 명절 귀성객 등 장거리 여객이다. 이들 대부분은 고향에 도착하면 주로 집에서 머물고 외출은 하지 않는다. 소비 효과 측면에서 단거리 이동자 수가 많은 도로 여객의 회복 여부가 훨씬 중요하다. 결국 중국의 소비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여러 가지 요인으로 순수 여행 목적의 국내 단거리 이동과 해외여행이 여전히 제한적이다. 현재 상황에서 춘제 동향만으로 소비의 회복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그럼에도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과 소비 동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적지 않다.

중국의 국내외 무역과 국제 경제 협력을 주관하는 상무부는 지난달 30일 왕원타오(王文濤) 부장 주재로 전국 상무 부처 화상회의를 열어 소비 회복과 확대를 우선순위에 둔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왕 부장은 2007년부터 시진핑 국가주석과 일한 경험이 있고, 시 주석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보다 앞서 19일에는 셩치우핑(盛秋平) 부부장이 2023년을 ‘소비 진작의 해’로 선포한 바 있다.

미국의 대중국 압박과 조치가 강화된 이후 한국에서는 디커플링(탈동조화) 이슈와 탈중국에 대한 논쟁이 거세다. 중국 내에선 사업 여건이 바뀌어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시의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 다만 최근의 지정학적 갈등과 리스크 요인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자칫 지척에 있는 거대 소비시장을 놓쳐서는 곤란하다. 불황에서 회복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는 이 시장은 서방국가 시장과는 이질적이고 불확실성도 있지만 개척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성과를 낼 수 있는 곳이다.

중국 소비시장은 각 지방 단위로 개척하는 것이 정석이다. 마침 지방 정부의 동향도 긍정적이다. 연중 최대 정치 행사인 3월 전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1월 중순에 집중적으로 개최된 각 지방 양회는 일제히 소비 촉진을 강조하고 나섰다.

수도 베이징시는 국제 소비 중심 도시 건설 계획의 일환으로 물류기지 건설을 강화하고 ‘15분 시민 편의 생활권’을 80개 운영할 방침이다. 디지털 소비, 문화소비, 녹색소비, 빙설 소비를 육성하고 신에너지 차량, 양로 서비스도 강화한다.

대외무역 중심지인 남부 광둥성은 지능형 가전, 신에너지 차량, 요식, 문화 관광, 육아 등의 소비를 확대하는 방침을 정했다. 이 밖에도 저장성, 상하이시, 쓰촨성, 충칭시, 산둥성 등 경제가 발달한 지역은 물론 후난성, 허베이성, 지린성, 산시(山西)성, 시장(西藏)자치구, 신장(新疆)위구르족자치구에 이르기까지 지방 정부들은 소비 촉진을 강조하고 있다. 전자소비쿠폰·직접 보조금 지급과 실물 보조 제공, 관광업 활성화 등 다양한 시책이 나올 것으로 중국 현지 소식통들은 보고 있다.

올해 한중 지방 정부 간 경제교류 협력이 활발해지고 우리 기업들은 중국 지방 소비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기를 기대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박한진 중국경제관측연구소 소장

더차이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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