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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대체율 올려도 노인빈곤 그대로"…출산·軍인센티브 늘리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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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 시민이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원본부를 지나고 있다. 뉴스1

한 시민이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원본부를 지나고 있다. 뉴스1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여부를 두고 연금개혁 전문가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소득대체율을 올려도 노인 빈곤 해소 효과가 미미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앙일보 리셋코리아 연금분과 위원인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강훈식·고영인·김민석·신현영·한정애 의원이 주최하는 ‘미래세대·일하는시민의 연금개혁 목소리’ 토론회에서 이 같은 분석 결과를 공개한다.

국회 연금개혁특위 산하 민간 자문위원회는 최근 국민연금 보험료를 9%에서 15%로 올리되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자는 안과 50%로 올리자는 안을 두고 맞서 있다. 40% 유지파는 미래 세대 부담을 줄이려면 소득대체율을 올리지 말고 보험료를 우선 올리자고 주장한다. 50% 상향파는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해 노후 빈곤율을 낮춰야 한다고 맞선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오 위원장은 15일 미리 공개한 자료에서 소득대체율을 2028년 50%로 올릴 경우 국민연금 액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계산했다. 월 소득 100만원의 10년 가입자는 4만8000원, 20년 가입자는 9만7000원, 30년 가입자는 14만5000원 오른다.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 구간(월 286만원)인 사람이 20년 지나면 14만3000원 오른다. 고소득자(월 590만원 이상)는 10년 가입할 경우 10만7000원, 20년 21만원, 30년 32만2000원 오른다.

오 위원장은 “소득대체율 인상 효과는 한창 후에 나타나는 데다, 미래의 빈곤 노인이 될 가능성이 큰 저소득층의 연금이 얼마 안 오르기 때문에 빈곤 개선 효과가 미미하다”며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고, 가입기간이 긴 사람에게 혜택이 더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소득대체율을 올린다고 당장 연금이 뛰지 않는다. 노후 연금은 소득대체율 기간별로 계산해 합산한다. 50%로 올리더라도 그 이전 가입기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오 위원장은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보험료를 5%p 더 올려야 하는데, 이럴 경우 보험료 인상이 더 어려워지고 후세대 부담만 더 키우게 된다”며 “연금 약자인 미래세대와 불안정 취업자(비정규직 등)를 챙기는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가입기간 늘리기에 집중하자고 제안한다. 출산 크레디트(둘째 자녀 출산 부모부터 최대 50개월의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추가하는 제도)를 첫째 아이로 확대하고, 군 복무와 실업 크레디트는 전 기간으로 확대하자고 한다. 또 국민연금 가입상한연령을 59세에서 64세로 올리고, 농어민이나 저소득 직장인·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연금 관련 이미지. shutterstock

연금 관련 이미지. shutterstock

오 위원장은 “미래 노인빈곤을 줄이려면 기초연금을 두텁게 지원하는 게 효과적이다. 중간층 이상은 퇴직연금을 정상화해 실질적으로 소득대체율 40% 수준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게 하자”고 말했다. 오 위원장 분석에 따르면 보험료를 15%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현행대로 40%로 유지하면 기금 소진 시기가 2055년에서 2070년으로,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2065년으로 늦춰진다고 한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미리 배포한 토론문에서 “현재 보험료를 유지할 경우 미래 세대의 노후 보장을 위한 사회지출 부담이 커지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는 현재 세대가 미래 세대의 노후를 저당잡는 일”이라면서 “현재를 구성하고 있는 우리가 어떻게 책임 있는 자세로 미래 세대를 맞이할 것이냐. 이는 단계적인 보험료 인상으로 함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이들(일자리가 불안정한 사람 등)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보험료 추가 인상 수반) 대신 크레디트,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의무가입기간 확대 등으로 가입기간을 실질적으로 늘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형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는 “연금개혁 논의 과정에서 ‘누가 더 힘든지’ ‘내가 낸 것보다 더 받는지’ 같은 욕망과 ‘불행 배틀’의 관성에 벗어나 새로운 사회적 연대 강화를 고민해야 한다”며 “현행 국민연금의 구조를 방치하고 보험료 인상의 결정이 더 유예될수록 미래 세대의 반발은 더 커지고 사회적 신뢰가 더 붕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임병덕 한국프리랜서협회 이사는 “프리랜서는 단기 프로젝트가 반복돼 소득이 불안정하고 노후 준비가 어렵기 때문에 사회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그런데도 국민연금의 프리랜서 노동자 관련 논의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임 이사는 모든 프리랜서의 국민연금 의무 가입, 사업주의 보험료 절반 부담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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