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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軍과 일한다' 대놓고 명시…정찰풍선 제재 기관 파헤치니

중앙일보

입력

지난 1일 미국 몬태나주 상공에서 발견된 중국 정찰 풍선. 아래 태양광판과 센서 장비가 부착돼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일 미국 몬태나주 상공에서 발견된 중국 정찰 풍선. 아래 태양광판과 센서 장비가 부착돼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이 중국 ‘정찰 풍선’ 개발과 관련 있다며 수출 제재 대상으로 지목한 중국의 6개 기관은 어떤 곳일까. 미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인민해방군의 정찰 풍선 및 비행체 개발을 비롯한 군 현대화에 기여했다”며 기업 5곳과 연구소 1곳이 들어간 수출 제재 명단을 발표했다. 정찰 풍선을 수거해 조사 중인 미국이 발표한 만큼 연관성이 있는 업체일 가능성이 높다.

13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중 이글스먼항공과학기술유한공사(EMAST)가 과거 정찰 풍선 개발에 성공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를 성층권에 정찰 풍선망을 만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중앙일보가 중국 내 공개된 정보를 토대로 제재 대상 6개 기관을 추적해본 결과 기업들은 모두 군·민 합동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반도체와 이미지 센서 운용 등 단순 기상 관측용 풍선의 부품으로 보기 힘든 정황이 상당수 발견됐다.

중국전자과학기술공사 제48연구소

중국전자과학기술공사 48연구소 홈페이지. 후난성 창사에 위치하고 있으며 마이크로 전자소재, 태양전지, 광전자 재료 연구 개발 및 생산을 위한 국가급 전문기관이다. 사진 중국전자과학기술공사 48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중국전자과학기술공사 48연구소 홈페이지. 후난성 창사에 위치하고 있으며 마이크로 전자소재, 태양전지, 광전자 재료 연구 개발 및 생산을 위한 국가급 전문기관이다. 사진 중국전자과학기술공사 48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중국전자과학기술공사 제48연구소는 제재 명단에 오른 6개 기관 중 유일한 정부 연구소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후난성(湖南省) 창사시(長沙市)에 위치하고 있으며 마이크로 전자소재, 태양전지, 광전자 재료 연구 개발 및 생산을 위한 국가급 전문기관이다. 중국 내 주요 반도체 장비 공급과 태양 전지에 대한 설계 및 가공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 하이테크 산업화 시범 공정 기지라는 설명도 올라 있다.

중국 전자과기공사 48연구소 홈페이지 올라온 초박막형 태양전지 웨이퍼. 사진 48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특수한 온도와 압력에서 전기 신호로 변환해내는 센서 칩. 사진 중국전자과기공사 48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연구소는 스스로 군·민 겸용의 중추적 과학 연구 생산 단지라고 지칭한다. 산하에 국방과학기술성장혁신센터, 태양광장비공학기술센터, 국방기술중점실험실 등이 있다. 완성된 제품군에는 특수한 온도와 압력에서 전기 신호로 변환해내는 센서 칩과 얇은 웨이퍼 형태의 초박형 태양 전지가 올라와 있다.

이글스먼항공과학기술유한공사(EMAST)

이글스먼항공과학기술유한공사(EMAST)가 정찰 위성을 만든 곳으로 지목된 뒤 홈페이지가 폐쇄됐다. 기업 정보를 공개하는 중국 홈페이지 ‘아이치차’(愛企査)에 따르면 EMAST는 지능형 무인기 제조, 위성항법서비스, 통신 장비 개발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 EMAST 홈페이지 캡처

이글스먼항공과학기술유한공사(EMAST)가 정찰 위성을 만든 곳으로 지목된 뒤 홈페이지가 폐쇄됐다. 기업 정보를 공개하는 중국 홈페이지 ‘아이치차’(愛企査)에 따르면 EMAST는 지능형 무인기 제조, 위성항법서비스, 통신 장비 개발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 EMAST 홈페이지 캡처

EMAST는 NYT가 정찰 풍선을 개발했다고 지목한 업체다. 기업 정보를 공개하는 중국 홈페이지 ‘아이치차’(愛企査)에 따르면 2004년 베이징에서 설립됐으며 업체 대표자는 우저(武哲) 베이항대(베이징 항공우주대학) 교수로 돼 있다.

2019년 8월 난팡(南方)일보는 우 교수가 성층권인 고도 2㎞ 상공에 무인 풍선을 띄워 세계를 한바퀴 도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우 교수는 “공기 역학적으로 제어되는 성층권 비행선을 통해 전 세계를 비행한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길이 약 100m 규모로 영하 43도의 극저온에서 초당 10.3m의 속도로 날았다고 한다. 그는 풍선의 궤적도 공개했는데 태평양과 미국 남부를 지나는 모습이 담겼다.

EMAST 지분 구조를 보면 군민통합발전산업투자펀드(7.49%), 상하이군ㆍ민투자기금(5.8%) 등 군과 관련된 자금이 들어가 있다. 2019년 풍선을 개발한 베이항대 우저 교수가 실제관리권자다. 사진 아이치차 홈페이지 캡처

EMAST 지분 구조를 보면 군민통합발전산업투자펀드(7.49%), 상하이군ㆍ민투자기금(5.8%) 등 군과 관련된 자금이 들어가 있다. 2019년 풍선을 개발한 베이항대 우저 교수가 실제관리권자다. 사진 아이치차 홈페이지 캡처

홈페이지는 삭제됐지만 기업 정보에선 EMAST가 지능형 무인기 제조, 위성항법서비스, 통신 장비 개발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한다고 나온다. 특히 출자 구조가 주목된다. 22.42%의 지분을 소유한 우저 교수 외에 군·민통합발전산업투자펀드(7.49%), 상하이군·민투자기금(5.8%) 등 군과 관련된 자금이 들어가 있다. 민간 기업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중국 군 유관 회사였던 셈이다. 미국이 제재한 또 다른 기업인 산시이글스먼과기공사도 EMAST가 100% 지분을 소유한 자회사다.

둥관항공원격탐지과기공사ㆍ베이징난장항공기술공사ㆍ광저우항공과학기술유한공사

제재 기업으로 지목된 광저우항공과기공사는 군용 무인기를 개발한다. 사진 광저우항공과기공사 홈페이지 캡처

제재 기업으로 지목된 광저우항공과기공사는 군용 무인기를 개발한다. 사진 광저우항공과기공사 홈페이지 캡처

둥관항공원격탐지과기공사는 6개 기관 중 가장 최근인 2019년 1월 설립됐으며 설립 목적은 비행선 원격 탐지 기술과 이미지 센서 개발, 고분자 필름 소재 연구 등이다. 구체적인 제품은 현재 홈페이지가 폐쇄돼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투자 지분에 군 관련 기금이 들어있진 않지만 이 업체 역시 우저 교수가 감사로 들어가 있다. 무인 풍선과 원격 탐지가 함께 연구됐음을 짐작하게 한다.

베이징난장항공기술공사는 우주 영구 정박 비행체, 왕복 재사용 비행체 및 우주 운송 도구를 개발하는 회사다. 홈페이지를 통해 베이항대(베이징 항공우주대학)와 협력한 군·민·산·학 체계로 개발한다고 명시했다. 광저우항공과기공사는 군용 무인기를 개발한다.

2019년 8월 난팡(南方)일보는 우저 교수가 성층권인 고도 2㎞ 상공에 무인 풍선을 띄워 세계를 한바퀴 도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그가 공개한 풍선의 궤적에는 미국 남부를 지나 태평양을 건너는 모습이 담겼다. 사진 난팡일보 홈페이지 캡처

2019년 8월 난팡(南方)일보는 우저 교수가 성층권인 고도 2㎞ 상공에 무인 풍선을 띄워 세계를 한바퀴 도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그가 공개한 풍선의 궤적에는 미국 남부를 지나 태평양을 건너는 모습이 담겼다. 사진 난팡일보 홈페이지 캡처

중국은 정찰 풍선이 아니라 기상 관측용 민간 비행선이라고 주장했지만 관련 기업들의 제품 목록을 살펴보면 풍선, 무인기부터 태양광, 이미지 센서, 반도체까지 망라돼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이유가 유추된다.

한편 중국은 미국의 제재에 대응하는 보복 조치를 취할 것임을 예고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미국이 무력을 남용하고 과잉대응하며 사태를 고조시키고 이를 빌미로 중국 기업과 기관을 불법 제재한 것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주권과 안전을 해친 미국의 관련 실체(개인 또는 단체)에 대해 법에 따라 반격 조치를 취함으로써 국가의 주권과 정당한 권익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왕 대변인은 또 “지난해 5월 이후 미국은 본토에서 대량의 고공 기구(풍선)를 날렸고 (풍선들이) 지속해서 전 세계를 돌며 중국 관련 부서의 승인 없이 신장ㆍ티베트 등을 포함해 최소 10여 차례 중국 영공을 불법 비행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3~14일 ‘미 측 풍선의 중국 영공 진입’을 주장한 데 이어 구체적인 장소를 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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