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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찬호의 시선

친명 좌장 정성호의 이중플레이? 정진상·김용 ‘특별면회’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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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강찬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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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원내 최측근인 정성호 의원이 최근 대장동 비리 사건으로 구속된 정진상 전 당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특별면회해 ‘회유성’ 발언을 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왼쪽)과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왼쪽)과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

정 의원은 그동안 “이 대표 개인의 사법 리스크와 민주당 당무는 별개”라고 강조해왔다. 이 대표가 ‘제1야당 대표’란 완장을 벗고 개인 자격으로 수사받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랬던 정 의원이 대장동 비리 의혹으로 구속된 이 대표의 왼팔과 오른팔을 ‘특별면회’ 형식으로 만나 논란이 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니 그 자체가 충격적이다. 수감자와 면회인 간에 칸막이가 쳐진 가운데 10분만 허용되는 일반면회와 달리, 특별면회는 그 3배인 30분간 가능하다. 칸막이도 없어 서로 밀접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가 이뤄진다. 또 일반면회는 대화 내용이 녹취되지만, 특별면회는 녹취가 허용되지 않아 입회 교도관이 대화를 메모하는 게 전부다. 면회시 발언이 논란이 될 경우 “내 말뜻은 그게 아니었다”고 빠져나갈 여지가 생기는 게 ‘특별면회’다.

‘소신발언’ 돋보였던 정성호 의원
구속된 친명 측근 3명 잇단 면회
회유 논란 떠나 그 자체로 부적절

정 의원은 “재판 잘 준비하라는 위로였을 뿐 회유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면회에 입회한 교도관이 작성한 대화록을 검찰이 조사해보니 “알리바이를 만들라” “이대로 가면 이재명이 대통령 된다” 같은 말이 기록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검찰 소식통이 전했다. 소식통은 “대화를 듣고 메모한 교도관이 이런 얘기를 어떻게 지어낼 수 있나. 정 의원은 ‘격려였을 뿐’이라지만 수사하는 검사들 입장에선 ‘끝까지 버티며 입을 다물라’는 단속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정 의원과 지난달 초 통화했던 기자로서도 유감이다. 정 의원은 “요즘 조용히 살고 주로 지역(양주)에만 있는다”고 말했다. 기자가 “검찰 수사와 관련해 이 대표랑 얘기하나”고 물으니 “나, 이재명 하고 전혀 얘기를 안 한다. 정말이다”고 했다. “전혀 얘기를 안 한다고요?”라고 재차 물으니 “안부 전화는 하지만 수사 문제는 얘기 안 해. 그건 당에서 공식적으로 결정할 문제다. (또) 이 대표 본인이 (수사에) 전문가라는데 내가 뭐라 얘기하나”고 대답했다. 정 의원은 “내가 (이재명) 옆에서 이래라 저러라 하는 건, 세상에 비밀이 없는데 바람직하지 않다”라고도 했다. 이어 “날 ‘친명 좌장’이라 부르지 말라. 난 계파에 질색하는 사람이다. (당무는) 이재명 대표가 공조직 통해서 움직이고 해야 하는 거지”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정 의원은 그 시점에서 이미 김용(지난해 12월 9일)에 이어 쌍방울발 3억2000만원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12월 16일)를 특별면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와 통화 뒤인 1월 18일에는 정진상도 특별면회했다고 한다. 한 달여 사이에 대장동 게이트·대북 송금 사건 등 이 대표 의혹과 관련해 구속된 측근 3명을 접견한 것이다.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관련자들이 입을 열기 시작하며 수사 뉴스가 쏟아지던 시점이었다.

정 의원의 말을 ‘소신 발언’으로 여기고 칼럼에 소개까지 했던 기자로선 극도의 서운함을 느꼈다.  “겉으론 ‘탈명(친명 이탈)’, 속으론 ‘찐명(진짜 친명)’의 이중 플레이 아니냐”는 비판이 검찰에서 나오는 것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정 의원은 “검찰이 개인적인 접견과 대화까지 흘리며 먼지털기식 수사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 라인을  면회록 유출 주범으로 찍고 공수처에 고발키로 했다. (공수처의 공정한 수사를 전제로) 정 의원과 검찰 중 누구 말이 옳은지는 추후 판명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이 대표 의혹과 당 간의 거리두기’를 강조해온 정 의원이 이 대표 의혹과 관련돼 구속된 측근 3명을 특별면회해  ‘위로’인지 ‘회유’인지 논란이 될 말을 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민주당에서 드물게 공사를 구별하는 정치인으로 정 의원을 봐온 국민을 실망에 빠뜨리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도 그에게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싶다. 지난달 통화에서 ‘이재명 체포동의안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는 “(부결 당론 대신) 의원 개인의 양식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그 입장만은 지키길 바란다.

이번 기회에 특별면회 제도도 따져봐야 한다. 일반인은 특별면회 따내기가 하늘의 별 따기지만 국회의원 같은 권력층엔 쉽게 허용된다. 법무 전문가는 “특별면회는 녹취가 안 돼 발언의 진위 논란이 생기기 십상”이라며 “수감자가 몸이 불편한 경우 등 말 그대로 ‘특별’한 사안에만 특별면회가 허용돼야 한다”고 했다. 동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