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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황제에게 박수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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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송지훈 기자 중앙일보 스포츠부 차장
송지훈 스포츠부 기자

송지훈 스포츠부 기자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8)는 골프 대중화를 이끈 주인공으로 첫 손에 꼽힌다. 1996년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 데뷔를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헬로 월드(Hello world)!”를 외친 이후 골프의 정체성이 확 바뀌었다. 우즈와 손잡은 골프는 ‘부의 상징이자 특권층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스포츠로 거듭났다.

우즈의 전성기와 맞물려 골프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변화를 이끈 키워드는 ‘우즈처럼’이었다. 전 세계 골퍼 사이에 ‘비거리’와 ‘정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맞춤형 근육 단련에서 출발해 장비 개량, 코스 개선에 이르기까지 양적·질적 성장이 휘몰아쳤다.

‘수퍼스타’의 등장과 함께 PGA 투어에도 단비가 내렸다. 우즈가 데뷔할 때 7000만 달러(900억원) 수준이던 연간 총상금 액수는 2000년에 1억6500만 달러(2117억원)로, 2010년에는 3억 달러(3850억원)로 껑충 뛰었다. 많은 이들이 ‘골프’ 하면 여전히 우즈의 얼굴과 이름을, 빨강 셔츠와 검정 바지를, 그리고 2005년 마스터스 16번홀에서 그가 보여준 기적 같은 어프로치 샷을 먼저 떠올린다.

워낙 압도적인 인물이었기에 좌절의 골짜기도 깊었다. 연이은 스캔들과 부상, 그에 따른 부진이 심각했다. 2021년엔 끔찍한 자동차사고도 겪었다. 자신이 세운 재단 주최로 열린 골프대회(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 참가했다가 돌아가던 중 전복사고를 당해 오른쪽 다리와 발목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한때 “골프 생명이 끝났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우즈는 1년 넘는 재활 끝에 기적처럼 부활했다.

영웅의 재기담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환영받는 스토리다. 2년 만에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 다시 나서는 우즈도 “참가에 의의를 두고자 나온 게 아니다. 목표는 우승”이라고 선언했다. 우즈의 도전정신을 일깨운 인물은 미국프로농구(NBA) 최고 스타인 ‘킹’ 르브론 제임스(38)다. 현역 선수로는 황혼기인 그가 지난 8일 NBA 통산 최다 득점 기록을 갈아치운 장면이 우즈의 투지에 불을 붙였다고 한다. ‘황제’ 우즈 또한 PGA 투어에서 1승을 추가하면 샘 스니드(82승)를 넘어 최다 우승 신기록을 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