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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일자리 사라지니, 고용의 양도 질도 다 나빠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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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고용시장에 다시 냉기가 돌기 시작했다.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 폭이 2021년 3월 이후 가장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나마 취업자가 증가한 건 고령층 덕이다. 늘어난 취업자 수 97% 이상을 60세 이상이 차지했다.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 동향에 따르면 1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만1000명(1.5%) 늘어난 2736만3000명을 기록했다. 22개월 만에 취업자 수 증가 폭이 가장 적었다. 전년 대비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지난해 5월 93만5000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 뒤로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경기 둔화가 고용 상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제조업 취업자 수가 감소로 전환하면서 취업자 증가 폭이 둔화했다”며 “전자부품과 컴퓨터, 영상음향, 통신 등 경기 위축이 반영됐다고 생각한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업종별로 보면 지난달 고용시장에서 숙박·음식점업(21만4000명)과 보건·사회복지업(22만명)이 취업자 증가를 주도했다. 제조업은 전년 같은 달보다 3만5000명이 줄어 2021년 10월(-1만3000명) 이후 15개월 만에 감소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건설·운수창고업에서도 취업자 수가 감소하는 등 수출 부진으로 인한 경기 위축이 고용시장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취업자가 늘었다고는 해도 97.3%가 60세 이상의 고령층이다. 60대가 고용을 떠받치는 모양새다. 60세 이상 인구 자체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생계난으로 취업 시장에 뛰어드는 고령층도 늘어나는 추세다. 연령별로 보면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40만 명 늘었다. 40대와 20대는 각각 6만3000명, 4만3000명 취업자가 감소한 것과 더욱 대비된다. 50대와 30대는 소폭 증가했다. 60세 미만에서 증가한 취업자 수를 다 합치더라도 60세 이상의 3%도 되지 않는다.

20대 취업자는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으로 줄고 있다. 40대는 취업자 감소가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고용 허리’로 불리는 40대와 ‘신입사원’ 연령대에 해당하는 20대의 고용 상황이 특히 안 좋다.

통계청은 청년층과 40대의 인구가 감소하면서 취업자도 줄었다고 했지만, 인구 감소 영향만은 아니다. 지난달 20대 실업률은 5.8%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대비 실업자 수를 비율로 나타낸 수치다. 전 세대 중에서 20대만 유일하게 실업률이 높아졌다. 고용의 양은 물론 질까지 악화하는 상황이다.

취업자 수 증가 폭 둔화는 점차 심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말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으면서 올해 취업자 수가 전년보다 10만 명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1월을 시작으로 취업자 수 증가 폭은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라는 의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제조업·건설 부분 취업자가 크게 줄었다는 게 중요한 부분”이라며 “제조업 등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서비스업으로 흘러간 것으로 보이는데 서비스업 경기가 어려워지면 취업자 증가 폭이 더 많이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용은 경기에 후행하는 만큼 하반기 경기가 좋아진다고 해도 금방 취업자가 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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