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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뒤 욕심 더 커진 골프여왕…서른살 은퇴? 실력 되면 ‘G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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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는 16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막하는 유럽여자골프투어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에 출전한다. 지난해 12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아들 정준씨와 결혼한 후 처음 나서는 대회다. [AFP=연합뉴스]

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는 16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막하는 유럽여자골프투어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에 출전한다. 지난해 12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아들 정준씨와 결혼한 후 처음 나서는 대회다. [AFP=연합뉴스]

홍해에서 불어오는 황사 낀 바람 속에서도 새 신부의 표정은 밝았다. 지난해 12월 30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아들 정준(25)씨와 결혼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5)는 16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인근의 로열 그린 골프장에서 개막하는 유럽여자골프투어(LET)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에 출전한다. 리디아 고는 지난달엔 신혼여행을 갔다가 뉴질랜드의 타라 이티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하는 행운도 누렸다.

리디아 고는 아마추어 시절이던 2012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LPGA 투어에서 통산 19승을 거뒀다. 지난해엔 LPGA 투어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을 포함, 3승을 거두며 상금왕(436만4403 달러), 올해의 선수, 평균 타수 등 주요 부문을 석권했다. 현재 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다.

대회를 앞둔 14일 로열 그린 골프장에서 리디아 고를 만났다.

결혼 후 처음 출전하는 대회인데 달라진 게 있나.
“아내로서 첫 경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남편은 결혼 전에도 내가 잘 칠 때도, 못 칠 때도 상관없이 격려해줬다. 그게 큰 힘이 됐다. 그래서 결혼 후에도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슬럼프를 겪었는데 남편 정준씨를 만난 뒤 성적이 좋아진 것 같다.
“그런 것 같다. 남편은 골프선수 리디아 고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 고보경을 좋아해 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마음도 편하고, 잘 되는 것 같다.”
출전 계획과 일정이 결혼 전과 달라지나.
“변하는 건 없다. 남편도 바쁘게 일하고, 나도 변함없이 대회에 출전해야 한다. 서로 존중하고 자기 일을 열심히 하기로 했다. 앞으로 5주간 보지 못하는데 그런 점에서 서로 이해한다.”
계속 이렇게 지낼 건가. 예전에는 서른 살에 은퇴한다고 했는데.
“실력이 안 된다면 그 이전에라도 그만둬야 하지만 꼭 서른 살 은퇴하겠다는 말을 지킬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일단 단기 목표는 2024년 올림픽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과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것이다. 명예의 전당은 2포인트 남았다. 그 다음 일은 이후에 더 생각해 보겠다.”
중동에서 열리는 이 대회엔 굳이 출전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2년 전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우승자로서 지난해에 나오기로 했는데 개막 직전 코로나에 걸리는 바람에 참가하지 못했다. 우승자로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또 올해는 남녀 상금이 같아졌는데(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남자 대회 사우디 인터내셔널 상금이 500만 달러다) 남녀평등의 역사적인 이벤트라는 생각에 출전 결심을 굳혔다.”
지난해 수상한 트로피들을 함께 들고 기뻐하는 정준씨(오른쪽)와 리디아 고. [AFP=연합뉴스]

지난해 수상한 트로피들을 함께 들고 기뻐하는 정준씨(오른쪽)와 리디아 고. [AFP=연합뉴스]

남편과는 자주 연락하나.
“여기서는 시차가 반대여서 아침저녁으로 통화한다. 한국에 있을 때는 시차 탓에 하루 한 번 전화하기도 쉽지 않았다.”
대기업 집안과 결혼했는데.
“시부모님이 정말 편하게 해주신다.  보통 가정과 다름없다.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BMW 챔피언십 때는 시부모님이 오셔서 ‘편하게 경기하라’고 응원해주셨다. 2주 전엔 작은 시누이와 시어머니, 남편과 함께 슬립오버 파티(한 집에 모여 함께 즐기는 밤샘 파티)를 했다. 영화를 함께 보고 월남쌈과 수육, 된장찌개를 해 먹었다. 이런 가족 분위기가 참 좋다.”
신혼집은 어디에 마련했나.
“일 때문에 나는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 남편은 캘리포니아의 샌프란시스코에 산다. 남편이 출장이 워낙 많고, 나도 대회에 출전해야 해서 자주 만나지 못한다. 결혼 전 사귈 때도 골프장에서 만날 때가 허다했다.”
대회 준비는 잘 됐나.
“지난 겨울 이전보다 무게를 늘려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이번 대회는 바람이 많이 불고 러프가 좀 더 길어져서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즐기면서 경기하고 시즌을 위해 점검하는 경기로 만들겠다. 시즌 첫 경기라서 욕심도 생긴다. 바람과 싸우지 않고 적응하도록 노력하겠다.”

리디아 고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우리는 동갑인데 남편이 두 살 많은 것으로 기사에 계속 나온다. 누군가 잘못 쓴 것 같다. 꼭 수정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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