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출금’ 이광철·차규근·이성윤 1심 무죄…검찰 “항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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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전 서울고검장)이 15일 열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금 수사 외압’ 관련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출두하는 이 연구위원. [뉴스1]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전 서울고검장)이 15일 열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금 수사 외압’ 관련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출두하는 이 연구위원. [뉴스1]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 조치는 위법하지 않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법원은 긴급 출국금지 요건을 완벽하게 충족하지 못했던 상황은 인정하면서도, 관련자들을 직권남용으로 처벌할지는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옥곤)는 이규원 춘천지검 검사,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본부장,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직권남용 혐의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이 검사에 대해서는 자격모용(冒用) 공문서 작성 등 일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4개월형을 선고유예했다.

이 검사 등은 2019년 3월 김 전 차관이 인천공항에서 출국을 시도하자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출국금지한 혐의로 기소됐다. 차 전 본부장은 김 전 차관의 출국 정보 등을 무단으로 조회하고, 이 전 비서관은 당시 과거사진상조사단에 있던 이 검사와 차 전 본부장 사이를 조율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출금조치) 당시 파악된 사실관계만으로는 김 전 차관이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객관적·합리적으로 뒷받침될 만큼에 이르지는 못했다”며 검찰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어떠한 범죄 혐의도 없는 무고한 일반인의 출국을 저지한 경우와는 달리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항공기 이륙시간을 불과 1시간 30분가량 남겨둔 상황에서, 수사대상자가 될 것이 확실한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를 저지한 것은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이어 “출국을 그대로 용인했을 경우 재수사가 난항에 빠져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필요성과 상당성도 인정했다.

다만 이 검사가 긴급 출국금지 요청 과정에서 서울동부지검장의 대리인 자격을 모용한 서류를 작성해 인천공항 출입국청 담당자에게 보낸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 검사가 사전에 동부지검장에게 승인을 요청한 사실이 없고, 추후 후속 조처를 한 사실도 없는 점을 고려했다. 이 검사가 출국금지 과정에서 생산된 서류를 자신의 집으로 가져가 별도로 보관한 공용서류은닉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한편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이 검사에 대한 수사에 돌입하자 이를 무마한 혐의를 받았던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전 서울고검장)에 대해서도 이날 같은 재판부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이 연구위원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던 2019년 6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이 검사를 수사하겠다고 하자 외압을 가해 중단시킨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 연구위원이 직접 또는 하급 직원을 통해 안양지청에 수사 무마를 종용했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증거조사를 통해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사정이 밝혀지기도 했다”며 일부 통화에 대해서는 안양지청 측이 자의적인 해석으로 사건을 무마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재판 결과를 받아든 검찰은 “1심 판결은 증거관계와 법리에 비추어 전반적으로 도저히 수긍할 수 없어 항소를 통해 반드시 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이 연구위원은 “정의와 상식에 맞는 재판을 해준 재판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에 대한 이날 법원의 판단을 두고 긴급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자의적일 수 있고,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중요성을 낮게 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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