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제자만 1만명 ‘당대 제일의 주역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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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김석진옹

김석진옹

‘당대 제일의 주역가’로 꼽히던 대산(大山) 김석진(사진)옹이 15일 분당제생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95세.

김옹은 1928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조부 김병철에게 한학을 배웠고, 19살 때 ‘이주역’으로 불리던 야산(也山) 이달(李達·1889~1958) 선생을 찾아가 13년 동안 주역과 서경, 시경을 익혔다.

김옹은 이후 30년 넘게 전국을 돌며 주역을 가르쳤다. 제자만 1만 명이 넘는다. 단군 시대에 기록됐다는 『천부경』을 윷놀이에 빗대어 푼 적도 있다. “‘천부경’은 국조 단군께서 비사체(秘辭體·글 속에 예언·비밀을 숨긴 문체)로 하늘·땅·사람의 이치를 밝힌 경전이다. 그 이치가 우리 고유 윷놀이에도 담겨 있다.”

윷은 예부터 박달나무로 만들었다. 박달나무 한 가지가 태극, 그걸 꺾어 쪼개면 음양이 나온다. 윷가락 넷은 사상(四象), 앞뒤가 있으니 팔괘, 도·개·걸·윷·모는 오행을 의미한다. 결국 윷에 태극·음양·사상·오행·팔괘 등 우주의 운행 원리가 다 들어있다는 설명이다.

고인은 “윷은 늘 해가 바뀌는 설날에 놀았다. 해가 바뀌는 이치, 우주가 바뀌는 이치를 가지고 논 거다. 그래서 윷놀이에는 잡고 잡히는 이치, 살고 죽고, 죽고 사는 이치가 들어 있다”고 말했다. 김옹은 “우리에게 ‘천부경’이 있다면 중국에는 『주역』이 있다. 우주가 돌아가는 이치를 담고 있고 서로 통한다”고 말했다.

고인은 지난달 27일 ‘2023년 주역적 전망’에 대해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이게 마지막 인터뷰가 됐다. 당시 김옹은 “올해는 모든 걸 바꾸는 개혁과 혁신의 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온 세계가 그렇다. 개혁에는 힘이 필요하다. 그 힘을 얻으려면 소자(小子)가 아니라 장부(丈夫)와 함께해야 한다”며 “개혁과 변화의 성패가 여기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22호실, 발인은 17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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