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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 두글자 삭제하자 불법이 합법으로..노란봉투법 소위 통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환노위 고용노동법안 심사소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노조법 2·3조를 개정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심사했다. 연합뉴스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환노위 고용노동법안 심사소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노조법 2·3조를 개정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심사했다. 연합뉴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 소위를 통과했다. 하청업체 노동자가 원청업체를 상대로 파업할 수 있고, 기존엔 불법으로 규정된 쟁의를 합법 영역에 넣는 등 내용이다.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가 있을 때 법원이 그 배상 책임의 귀책을 일일이 따지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갔다.

이날 8명으로 구성된 국회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과반을 차지하는 민주당(4명)과 정의당(1명)이 노조법 개정안 통과를 밀어붙였다. 2014년 쌍용차 정리해고 반대 파업 당시 노조가 사측에 47억 원을 배상해야 할 처지에 놓이자 시민단체가 노란 봉투(월급봉투)에 성금을 모아준 일을 계기로 추진돼 ‘노란봉투법’이란 이름이 붙었다.

김영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이날 오후 환노위 소위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의 거센 반발 속 '노란봉투법' 처리를 강행했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해왔다. 뉴스1

김영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이날 오후 환노위 소위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의 거센 반발 속 '노란봉투법' 처리를 강행했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해왔다. 뉴스1

개정안은 노조법 2조 2호에 명시된 사용자 개념을 확장했다. 현행법은 사용자를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근로자 관련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로 정의한다. 개정안은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추가했다. 하청업체 직원이 원청업체 사장을 사용자로 삼아 파업 등 쟁의에 나설 수 있게 한 것이다.

지금까진 불법으로 규정된 쟁의 행위도 합법이 될 수 있게 바꿨다. 현행 노조법 2조 5호는 노동쟁의를 노조와 사용자 간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해 발생한 분쟁상태로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결정’이란 단어를 삭제했다. 지금까지 임금협상 등 미래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만 쟁의가 허용됐다면, 개정안 통과 뒤엔 현재 근로조건을 이유로도 쟁의할 수 있다. 여권에서 "노조가 불법 행위를 해도 책임을 면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던 대목이다.

개정안은 불법 쟁의 행위에 따른 사용자 측 손해배상 청구가 있을 경우, 법원이 그 손해를 사람별로 일일이 따져 책임을 묻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현행법 3조에는 합법적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선 사용자가 노조나 근로자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하는 내용만 담겨있다. 개정안은 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때, 각 손해의 배상 의무자를 구별해 그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신원보증인에게는 손해배상 책임이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도 새로 넣었다.

소위 위원장이면서 환노위 민주당 간사인 김영진 의원은 개정안에 대해 “(쟁의행위는)근로조건을 향상시켜서 조금 더 낫게 하려는 노력”이라며 “노조법 개정을 통해서 사업자도 노동자와 함께 더 많은 성장을 이끌어가는 선순환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위 위원인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도 “수백만 간접고용 노동자가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3권을 향유할 수 있게 하는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임이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을 마친 후 취재진 질의응답을 받고 있는 김영진 소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뉴스1

임이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을 마친 후 취재진 질의응답을 받고 있는 김영진 소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뉴스1

여당은 즉각 반발했다. 의결 직후 환노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 법은 거대 정치 노조인 민노총의 청부입법에 불과하다"며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말로만 민생을 떠들 뿐 민노총만 바라보며 불법파업 조장법, 민노총 방탄법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노동법은 유기적인데 이렇게 밀어붙이는 건 처음 봤다”며 “대한민국을 노조 공화국으로 만들려고 하냐”라고 했다.

개정안은 안건조정위원회를 거쳐 오는 21일 환노위 전체회의 상정이 유력하다. 환노위는 민주당 9명, 국민의힘 6명, 정의당 1명으로 구성돼 있어 야당의 강행 처리 가능성이 크다. 상임위를 통과한 뒤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되는데, 민주당은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처리를 지연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경우 국회법에 따라 법사위 숙려기간(60일)이 지나면 민주당은 법안을 다시 환노위로 가져와 본회의에 직회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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