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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점 누려온 금융·통신 수술대 올랐다…尹 “실질적 경쟁시스템 강화하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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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금융·통신 업계를 두고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주재한 제13차 비상경제 민생회의에서 한 말인데, 회의를 전후해 용산에선 과점이란 말이 자주 언급됐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높은 진입장벽으로 과점 체제를 구축, 돈 잔치를 벌여온 금융·통신업계 전반이 수술대에 오른 것”이라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여러 정책적 노력으로 물가·금리 상승세가 꺾이기는 했지만, 그간 가파른 상승의 여파로 취약계층과 서민들은 여전히 어렵다”며 “특히 난방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교통 등 공공요금 인상 계획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에너지 요금과 통신·금융 비용을 “국민 생활과 직결된 4대 민생 분야”라고 규정한 윤 대통령은 부담을 줄일 방안을 마련하라고 관련 부처에 직접 지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보기 드물게 생중계로 공개된 발언에서 윤 대통령은 “도로·철도·우편 등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요금은 최대한 상반기 동결 기조로 운영하고, 지방정부도 민생의 한 축으로서 지방 공공요금 안정을 위해 함께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에 대해 윤 대통령은 “서민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요금 인상의 폭과 속도를 조절하고 취약계층을 더 두텁게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과 금융 부문을 언급할 때 윤 대통령은 “고통을 분담하라”라거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표현을 썼다. 윤 대통령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과점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특허사업”이라며 “정부 차원의 제도개선 노력과 함께 업계에서도 물가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비공개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과점체제인 은행·통신업계의 실질적인 경쟁시스템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오후엔 최상목 경제수석이 회의 내용에 대해 브리핑했다. 최 수석은 “윤 대통령은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에게 과점체제인 은행과 통신 산업의 실질적인 경쟁시스템 강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고 그 결과를 별도로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최 수석은 “두 부문이 민간 기업이기는 하지만, 분명히 정부의 인허가를 받아 진입 장벽이 쳐진 곳이다. 경쟁 촉진을 위한 정부 노력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전북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서 열린 군산조선소 재가동 선박 블록 첫 출항식 행사에 참석해 권오갑 HD현대 회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전북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서 열린 군산조선소 재가동 선박 블록 첫 출항식 행사에 참석해 권오갑 HD현대 회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금융에 대해선 고금리 부담을 지적하며 “은행 산업의 과점 폐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이 예대 마진을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거둔 뒤, 이를 성과급이나 퇴직금 등으로 나눠 갖는 구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과점 체제를 완화할 경쟁 촉진 방안으로 최 수석은 예대금리차 공시를 비롯해 대환대출·예금비교추천 플랫폼을 예로 들었다. IT와 금융의 융합을 가속하는 방안도 거론했는데, 금산 분리 완화 가능성에 대해선 “다른 이슈가 있는, 다른 성격의 문제”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통신업계에 대해서도 “필수재로서 통신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시장에서 통신의 품질과 요금, 서비스 개선을 위한 건전한 경쟁이 촉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과점하고 있는 현 시스템에서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 편익을 증진하겠다는 의도다. 최 수석은 “최근 네트워크 혁신을 위한 투자가 정체돼 있다”며 “이동통신 요금제도 통신사별로 큰 차이가 없어 실질적인 국민의 선택권이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회의에서 “신규 사업자 진입 장벽 완화 등을 포함한 통신 시장 경쟁 촉진 방안을 상반기 내에 마련하겠다”고 보고했다.

공공요금은 올해 상반기 동결하고, 에너지요금 인상 속도도 늦추기로 했다. 최 수석은 “고속도로, 철도, 우편, 광역 상수도 등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요금은 동결하겠다”며 “지방 공공요금도 최대한 동결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생 안정을 위한 지방정부 협력과 고통 분담에 상응하는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특별교부세 추가 지급 등 인센티브를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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