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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억 빼돌려 40억 부동산투자…구로주택조합 사기 징역30년

중앙일보

입력

아파트를 짓겠다고 지역주택조합을 만든 뒤 조합원을 속여 수백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법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이상주)는 15일 서울 구로동 지역주택조합(이하 조합) 업무대행사 대표였던 류모(60)씨, 조합 추진위원장이었던 이모(80)씨, 조합원 모집대행사 대표였던 한모(61)씨에게 각각 징역 30년, 징역 12년,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류씨와 이씨에겐 각각 62억1900만원, 550만원을 추징하라고 명령했다.

서울남부지법. 뉴스1

서울남부지법. 뉴스1

앞서 서울남부지검 형사1부는 2016년 1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서울 구로동에 25층짜리 아파트를 짓겠다며 조합원을 모집한 뒤 토지사용권을 확보한 토지 비율을 부풀리는 방식(20~30%→60~80%)으로 거짓말을 하고, 조합원 477명으로부터 계약금 약 239억원을 편취한 혐의(사기)로 2021년 12월 8일 류씨와 이씨를 각각 구속기소하고, 한씨는 불구속기소했다.

지역주택조합 설립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대지 면적의 80% 이상에 대해 토지사용권을 확보해야 하고, 사업계획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95% 이상에 대해 토지를 매입해야 한다. 그러나 류씨 일당이 만든 조합은 토지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토지사용권은 25%, 토지매입률은 2.7%(2018년 말 기준)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이들은 ‘대지 면적 60~80%의 토지사용권이 확보돼 2021년이면 입주가 가능하다’는 취지로 홍보해 조합원을 모은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이 같은 공소사실에 대해 “(류씨 일당이) 정상적으로 이 사업을 추진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다만 공소사실 일부는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검찰이 파악한 피해자 477명 중 402명, 피해액 239억원 중 206억1700만원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류씨와 이씨가 2017~2020년 조합 자금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허위 증빙서류를 신탁사에 제출해 토지용역대금을 받거나, 조합과 무관한 비용을 사업비에 끼워 넣는 방식으로 조합 추진위에 23억원의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 류씨가 조합으로부터 받은 업무대행비 등 법인 자금 42억원을 빼돌려 부동산 개발 사업에 투자하거나 타 지역 부동산 매입 비용으로 사용한 횡령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이들에게 돈을 뜯긴 조합원 대부분은 내 집 마련을 위해 저축한 돈 전부를 쏟아부은 무주택자였다. 류씨 일당이 재판에 넘겨진 뒤 시간이 흐르면서 지친 일부 피해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재판부는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새 아파트에 대한 열망이 큰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피해자들 전 재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조합 가입 계약금을 편취한 범행”이라며 “피해자들의 경제 형편이나 처지를 볼 때 이들의 미래를 나락에 빠뜨릴 정도로 매우 중한 죄를 저질렀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400명이 넘는 피해자와 가족들이 직접 증인으로 출석해 재산상 손해와 좌절감, 상실감, 나아가 자살 시도 등 정신적 피해를 생생히 호소했다”며 “그런데도 피해 회복에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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