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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조 부자된 SH…종부세는 깎이지만 재산세 부담은 그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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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에 들어서는 토지임대부 주택인 고덕강일 공공주택지구 3단지 조감도.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15일 이 공공주택을 고품질 아파트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서울시]

서울 강동구에 들어서는 토지임대부 주택인 고덕강일 공공주택지구 3단지 조감도.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15일 이 공공주택을 고품질 아파트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서울시]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보유한 공공주택의 추정 시세가 76조원 규모로 나타났다.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영향으로 자산 가치가 급등하면서다. 올해 국세인 종합부동산세 제도가 개편되면서 SH는 세금 부담을 일부 덜게 됐다.

SH공사, 공공주택 13만호 자산 공개 

SH공사는 15일 ▶아파트형 임대주택과 ▶다가구·다세대 주택 ▶도시형생활주택 ▶청년신혼부부 매입임대주택 등 공사가 소유한 13만1160호 공공주택의 자치구별·연도별 취득가액과 장부가액, 공시가격 등 자산 내역을 공개했다.

모든 공공주택의 취득가액은 약 21조9625억원이며, 공시가격은 45조6979억원이다. 추정 시세는 76조3847억원에 달한다. 취득한 가격보다 시세가 3.5배 뛴 것이다. 공시가격은 실거래가 보다 다소 낮은 경우가 있는 만큼 SH공사가 보유한 공공주택의 자산 가치는 더 올라갈 수 있다.

SH공사가 보유한 공공주택의 호당 자산가치. 그래픽 김현서 기자

SH공사가 보유한 공공주택의 호당 자산가치. 그래픽 김현서 기자

한숨 돌린 SH...문제는 재산세 

공공주택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지만, 올해 SH공사의 세(稅) 부담은 일부 줄어든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심사소위원회가 14일 종합부동세법(종부세) 개정안을 의결하면서다. 원래 임대 사업 등을 목적으로 3주택 이상을 보유한 경우 종부세 중과 누진세율은 5%였다. ‘초(超) 다주택자’인 SH공사도 이 제도의 적용을 받아 지난해 공공주택 보유분에 대한 종부세 294억원을 납부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투기와 무관한 SH공사와 같은 공공주택사업자에겐 종부세 누진세율을 중과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SH공사가 올해 납부할 공공임대주택 종부세는 132억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보다 162억원 줄어드는 것이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그간 SH공사는 정부가 규정한 임대주택 비율보다 훨씬 많이 지었더니 오히려 재산이 불었다”며 “절감한 종부세는 주거 약자를 위해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방세인 재산세 부담은 줄지 않았다. 지난해 403억원을 냈다. 고덕강일3단지의 건축원가가 3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134채의 공공임대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돈이다.

준공 30년 안팎 아파트 가치 10배↑

아파트형 공공주택의 호당 자산 현황. 그래픽 김현서 기자

아파트형 공공주택의 호당 자산 현황. 그래픽 김현서 기자

이번 SH공사 공개 대상의 80%가량을 차지하는 아파트형 공공주택은 가장 자산가치가 많이 상승했다. 16조2310억원에 취득한 10만5536호가 현재 공시가격으로 따지면 41조3012억원이다. 서울 부동산 가격이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1990년대 전후 서울 곳곳에 건설해둔 대규모 도시개발아파트의 가치도 덩달아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1989~2005년 준공한 34개 공공임대 아파트 단지가 SH공사의 자산 가치 상승에 톡톡히 기여했다. 실제로 30년이 경과한 4만145호의 아파트는 약 2조원을 투입해 아파트를 지어 임대사업을 해왔지만, 지금 추정 시세가 20조원이 넘는다(20조1909억원). 자산가치가 최소 10배로 튄 셈이다.

SH공사는 강남구 대치·수서, 강서구 방화·가양, 노원구 상계·하계, 양천구 신정동 등에 30년이 지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아파트는 시세도 올랐지만, 향후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등 재정비가 이뤄질 경우 더 큰 시세 상승이 기대된다.

김헌동 사장은 “이미 지난해 오세훈 시장 지시로 34개 아파트 단지 재건축 개발 계획을 수립 중”이라며 “가능한 지역은 용도를 상향해 현재 4만 가구인 노후 임대 단지를 10만 가구 이상으로 늘리고 타워팰리스 같은 고급 임대주택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 4구장기전세주택도 ‘쏠쏠’

가치 급등한 강남 4구 장기전세주택. 그래픽 김현서 기자

가치 급등한 강남 4구 장기전세주택. 그래픽 김현서 기자

지난해 기준 전체 임대주택의 약 24%를 차지하는 장기전세주택은 총 2만5797호를 보유하고 있다. SH공사는 7조7739억원에 장기전세주택을 취득했지만, 현재 공시 가격은 약 17조4689억원이다. 장기전세주택은 특히 강남 4구로 불리는 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 공급한 지어뒀던 1만2477호의 시세가 급등했다. 호당 3억2000만원에 지었던 장기전세주택의 현재 추정 시세는 11억9000만원에 이른다.

기존 주택을 매입해 저소득층·청년·신혼부부 등에게 공급하는 매입임대주택은 2만5624호다. 취득가액(5조7315억원)이 장부가(5조3206억원)나 공시가(4조3967억원)보다 오히려 줄었다.

한편 SH공사는 대한민국 공기업 중 처음으로 보유 자산을 전면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 장기전세주택·아파트·매입임대주택의 자산내역을 발표했다. 연내 토지자산과 주택·건물 자산을 추가로 공개할 예정이다.

SH공사가 보유한 공공주택 자산 내역을 공개하고 있는 김헌동 SH공사 사장. 문희철 기자

SH공사가 보유한 공공주택 자산 내역을 공개하고 있는 김헌동 SH공사 사장. 문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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