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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시비곡직 가려야" 불만에…韓 "우리 입장은 원칙적" 반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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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방문 중인 한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14일(현지시간) 중국 정찰풍선 문제와 관련해 “어떤 나라도 정찰 도구로 다른 나라의 영토 주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며 비판적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이 당국자는 “꼭 중국이 아니더라도 이런 행위를 하면 비판받을 수 있다고 본다”며 “우리 입장은 원칙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현동 외교부 제1차관(오른쪽),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주미 한국대사관 제공

조현동 외교부 제1차관(오른쪽),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주미 한국대사관 제공

그는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특파원들과 간담회 도중 “중국이 한국의 정찰풍선 관련 입장 표명에 불만을 표출했다”는 얘기가 나오자 “중국이 정확히 어떤 부분에 이의나 불만을 제기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제한 뒤 이같이 말했다. 이어 “우리는 원칙적인 시각에서, 또 국제법적 시각에서 그런 식의 행위는 용납할 수 없고, 미국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지난 13일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 직후 공동회견에서 중국 정찰풍선 관련 질문에 “우리는 다른 나라의 영토 주권에 대한 어떠한 침해도 용납할 수 없고, 이에 대해 국제법에 따라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음을 이미 분명히 해왔다”면서 “우리는 미국의 동맹으로서 이 이슈에 대해 미국이 공식적으로 밝힌 바를 신뢰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쑨웨이둥(孫衛東)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14일 정재호 주중 대사를 만나 “한국이 시비곡직(是非曲直, 옳고 그름과 굽고 곧음)을 분명히 가려 객관적이고 이성적이며 공정한 판단을 내리길 희망했다”면서 한국이 미국과 입장을 같이한 데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조 차관의 발언을 전하며 “미국의 편집증적인 ‘중국 위협’에 동맹국들이 동원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14일 베이징에 위치한 중국 외교부에서 정재호 주중 한국 대사(왼쪽)와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 누리집 캡처

14일 베이징에 위치한 중국 외교부에서 정재호 주중 한국 대사(왼쪽)와 쑨웨이둥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 누리집 캡처

고위 당국자는 정찰풍선 이슈와 관련된 미국과 한국 정부의 정보 공유 정도에 대해 “미국이 (이 문제를) 중국과 어떻게 풀어갈지 우리와 공유하진 않는다”면서도 “과거에 없던 사례이니만큼 미국 측이 심각하게 보는 건 분명한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미·중 관계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관계이니만큼 (미국이) 나름대로 관리해나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찰풍선의 한국 영공 진입 여부에 대해선 “국방부가 (진입 사실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안다”며 “제가 아는 한 정찰풍선 이슈가 우리나라와 관련해 제기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다만 “풍선이 굉장히 높은 고도를 날아간다는 점에서 생각할 때 어느 나라 상공을 지났는지 정확히 추적하는 건 기술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간담회에선 정찰풍선 외에도 한·일 문제, 북한 핵실험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해법 관련 논의의 진전 여부와 관련해 이 당국자는 “단기간에 결론내기 어려운 민감한 이슈임을 이해해달라”면서 “일부 진전은 있어도 전체적인 그림이 다 나오기 전에 이를 얘기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을 아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해안에서 격추된 중국 정찰 풍선이 바다로 떠내려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해안에서 격추된 중국 정찰 풍선이 바다로 떠내려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면서 “국장급, 차관급에 이어 장관급 협의도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머지않은 장래에 결론에 이르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일 외교장관 회담 및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강제징용 같은 민감하고 급박한 현안이 잘 해결되는 게 먼저”라면서 “아직 정상회담을 협의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고 답했다.

북한의 7차 핵실험 준비 상황과 관련해선 “준비가 완료됐으며 북한 지도부의 결정만 남았다는 수개월 전 평가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최근 건군절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한 것과 관련한 예비 평가를 미국과 공유했다고도 했다.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에 대해선 “미국은 한국이 군사적 지원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그러한 입장 범위 내에서 우리가 협의하고 기여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조현동 외교부 제1차관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에 참석해 있다. 주미 한국대사관 제공

조현동 외교부 제1차관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에 참석해 있다. 주미 한국대사관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추진과 관련해선 “미국과 긴밀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확정되는 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날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기자들과 만나 “한·미·일 3국 협력은 우리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3국은 각자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토대로 협력을 더욱 심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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