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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쉐이크 마시며 버텨"…200시간 넘게 버틴 기적의 생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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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규모 7.8의 지진이 강타한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집계된 사망자 수가 4만1000명을 넘어섰다. 사진은 1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동부 아디야만에서 건물 잔해에 갇혀 있던 77세 여성 파트마 구잉게르가 구조되는 모습. TRT하버 홈페이지 캡처

지난 6일 규모 7.8의 지진이 강타한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집계된 사망자 수가 4만1000명을 넘어섰다. 사진은 1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동부 아디야만에서 건물 잔해에 갇혀 있던 77세 여성 파트마 구잉게르가 구조되는 모습. TRT하버 홈페이지 캡처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강진이 발생한 지 열흘째인 15일(현지시간)에도 잔해 속 생존자들의 기적 같은 구조 소식이 이어졌다.

튀르키예 국영방송 TRT 하베르와 아나돌루 통신에 따르면, 지진 발생 후 222시간(9일 6시간) 만인 이날 오전 10시쯤 튀르키예 남부 카라만마라슈의 건물 잔해에서 42세 여성이 구조됐다. 현지 방송은 이 생존자가 들것에 실려 구급차로 옮겨지는 장면을 전했다.

이와 함께 전날 튀르키예 남동부 아디야만에서 건물 잔해에 갇혀 있던 77세 여성 파트마 구잉게르가 구조됐다. 지진 발생 212시간 만이었다. 구조대원들은 "구조를 포기해야 하나 싶었는데, 너무 기뻐서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감격했다. 45세 남성 라마잔 유셀도 아디야만에서 지진 발생 207시간 만에 완전히 무너진 건물 속에서 빠져나왔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에선 한 부녀가 209시간 만에 함께 극적으로 구출됐다. 또 카라만마라슈에서는 바키 예니나르(21)와 무하메드 에네스 예니나르(17) 형제가 약 200시간 만에 구조됐다. 바키는 구조 직후 "단백질 쉐이크를 마시면서 버텼다"고 말했다.

18세인 무하메드 카퍼 세틴도 198시간 만에 아디야만의 무너진 가옥에서 구조됐다. 구조대원들은 구조에 앞서 집 구조를 미리 파악한 뒤 세틴의 위치를 추측했다고 한다. 한 대원은 "우리가 굴착기로 잔해를 덜어냈을 때 구멍이 생겼고, 그 틈으로 '여기 있다'는 세틴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안타키야에선 시리아인 남성과 '파트마'라는 이름의 여성이 200시간 이상 버티다 구조됐다. 이들은 "아직 (잔해 아래) 살아 있는 사람들이 더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1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 안타키야에서 '파트마'라는 이름의 여성이 200시간 만에 잔해 속에서 구조됐다. AP=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 안타키야에서 '파트마'라는 이름의 여성이 200시간 만에 잔해 속에서 구조됐다. AP=연합뉴스

생존자 수색과 구조작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집계된 사망자 수는 14일 기준 4만1200명을 넘어섰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날 "이번 지진으로 인한 희생된 튀르키예 국민은 3만5418명"이라고 밝혔다.

튀르키예 건국 이후 최대 희생자를 냈던 1939년 12월 북동부 에르진잔 지진의 사망자 수(3만2968명)를 이미 넘어선 것이다. 이와 관련, 한스 클루게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사무소 국장은 "지난 100년간 유럽 지역에서 발생한 자연재해 중 최악"이라고 말했다.

시리아에선 총 5814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상자와 실종자 수가 많아 사망자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부상자 수는 10만5505명으로 이중 1만3000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며 "21만1000명이 살던 건물 4만7000채가 이번 지진으로 무너졌거나 더는 살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외무부에 따르면 100여개국에서 온 9200명 이상의 구조 인력이 수색 활동을 계속 벌이고 있다.

지진 발생 9일째인 1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안타키야에서 한 여성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구조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진 발생 9일째인 1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안타키야에서 한 여성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구조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매몰자의 생존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면서 구조작업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이와 관련, 에두아르도 레이노소 앙굴로 멕시코국립자치대 공학연구소 교수는 "잔해에 갇힌 사람의 생존 가능성은 5일이 지나면 매우 낮아지고, 예외는 있으나 9일 이후엔 0%에 가깝다"고 말했다.

실제로 튀르키예 당국에 따르면 지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 10개 주(州) 가운데 7개 주가 사실상 더는 구조 활동을 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리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시리아 민간 구조대 '하얀 헬맷'의 레드 알 살레도 대표는 "시리아 북서부에서 생존자 수색 작업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구호 활동도 매몰자 구조에서 추위와 배고픔, 전염병 등 2차 재난에 노출된 생존자들에 대한 후속 지원으로 바뀌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일부 지역에선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을 철거하는 작업이 시작된 상태다.

정신적인 후유증을 호소하는 생존자도 늘고 있다. 튀르키예 남부 이스켄데룬의 한 야전병원 근무자는 "몸이 다쳐 실려온 생존자들이 이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강진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한 시리아인은 "9살 아들이 밤마다 작은 소리에도 '아빠, 여진이야!'라고 외친다. 잊을만하면 그날의 악몽이 떠오른다"고 통신에 말했다.

지진 피해가 가장 컸던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에서 14일(현지시간) 마치 폭격을 당한 듯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옆으로 한 사람이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진 피해가 가장 컸던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에서 14일(현지시간) 마치 폭격을 당한 듯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옆으로 한 사람이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편 지진 피해가 큰 시리아 북서부의 반군 지역에도 국제사회의 구호품이 전달될 길이 추가로 마련됐다. 유엔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튀르키예에서 반군이 장악한 시리아 북서부로 국제사회의 구호물자를 전달할 국경 통로 두 곳을 3개월간 추가 개방하기로 합의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WHO에 따르면 튀르키예·시리아 양국에서 인도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지진 피해자들은 약 2600만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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