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만 1만 명…'당대 최고의 주역가' 대산 김석진 옹 별세

제자만 1만 명…'당대 최고의 주역가' 대산 김석진 옹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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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대 제일의 주역가’로 꼽히던 대산(大山) 김석진 옹이 15일 분당제생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95세.

김 옹은 1928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조부 김병철에게 한학을 배웠고, 19살 때 쌀 세 말을 등에 지고 대둔산 석천암으로 야산 이달(也山) 이달(李達ㆍ1889~1958) 선생을 찾아갔다. 당시 야산은 주역에 통달해 ‘이주역’으로 불리던 인물이다. 3년 전 작고한 재야 사학자 이이화 씨가 야산의 아들이다.

야산의 제자가 된 김 옹은 13년 동안 주역과 서경, 시경을 익혔다.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옆길로 새지 않고 정면에서 주역을 파고들었다.

주역의 대가 대산 김석진 옹이 지난달 27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주역의 대가 대산 김석진 옹이 지난달 27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 옹은 30년 넘게 주역을 가르쳤다. 제자만 1만 명이 넘는다. 서울ㆍ인천ㆍ대전ㆍ청주ㆍ춘천ㆍ제주 등 전국을 돌며 강의를 했다. 그래도 단 한 번의 결강도 없었다. 생전에 김 옹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비바람이 몰아쳐 제주행 비행기가 결항이 되던 날에도 막상 공항에 가면 날씨가 풀렸다”고 말한 바 있다. 약국을 운영하는 한 수강생은 대산 선생의 강의를 듣기 위해 춘천에서 대전으로 아예 이사를 왔을 정도였다.

김 옹은 단군 시대에 기록됐다는 민족 경전인 『천부경』을 윷놀이에 빗대어 푼 적도 있다.

“‘천부경’에는 하늘의 이치가 담겨 있다. 국조 단군께서 비사체(秘辭體ㆍ주로 예언 등의 비밀을 글 속에 숨겨둔 문체)로 하늘ㆍ땅ㆍ사람의 변화 이치를 밝힌 경전이다. 그런 이치가 우리의 고유한 윷놀이에도 담겨 있다.”

윷은 예부터 박달나무로 만들었다. 대산 선생은 “박달나무 한 가지가 태극이다. 그것을 꺾어서 쪼개면 음양이 나온다. 그걸 또 쪼개면 음양에서 다시 음양이 나온다. 그래서 윷가락 네 개가 나온다. 그게 사상(四象)이다”라며 “그런데 윷가락 넷은 앞뒤가 있으니 팔괘가 되는 거다. 또 말밭의 도ㆍ개ㆍ걸ㆍ윷ㆍ모는 오행을 의미한다. 윷에는 태극ㆍ음양ㆍ사상ㆍ오행ㆍ팔괘 등 우주의 운행 원리가 다 들어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고인은 윷은 우주를 가지고 노는 거라고 했다. “윷은 늘 해가 바뀌는 설날에 놀았다. 해가 바뀌는 이치, 우주가 바뀌는 이치를 가지고 논 거다. 그래서 윷놀이에는 잡고 잡히는 이치, 앞서고 뒤서는 이치, 살고 죽고, 죽고 사는 이치가 들어 있다”고 말했다.

윷놀이와 천부경의 공통점을 이렇게 짚었다. “1년에서 가장 큰 변화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거다. 가을은 결실을 상징한다. 우주에서 가장 큰 변화도 선천(先天)에서 후천(後天)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윷도, ‘천부경’도 그걸 말하고 있다. 나는 1947년이 선천의 마지막 해라고 본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새 정부가 1948년에 세워진 거다. 선천은 군주의 시대, 후천은 민주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김 옹은 “우리에게 ‘천부경’이 있다면 중국에는 『주역』이 있다. 우리에게 윷판이 있다면, 중국에는 바둑판이 있다. 둘 다 우주가 돌아가는 이치를 담고 있다. ‘천부경’과 『주역』은 서로 통한다”고 말했다. 또 『주역』의 본질에 대해서도 강조한 바 있다. “흔히 천문ㆍ지리ㆍ점ㆍ사주명리ㆍ관상 등을 『주역』의 전부로 알고 있다. 그건 오해다. 그것의 근원이 『주역』이다. 『주역』의 본질은 천지만물이 변화하는 이치를 설명한 거다.”

대산 김석진 옹은 지난달 27일 본지와 가진 마지막 인터뷰에서 "올해는 모든 걸 바꾸는 혁신의 해"라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대산 김석진 옹은 지난달 27일 본지와 가진 마지막 인터뷰에서 "올해는 모든 걸 바꾸는 혁신의 해"라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지난달 27일 김 옹은 ‘2023년 주역적 전망’에 대해 본지와 인터뷰를 했다. 그게 ‘마지막 인터뷰’가 됐다. 당시 김 옹은 인터뷰에서 “올해는 모든 걸 바꾸는 개혁과 혁신의 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온 세계가 그렇다. 개혁에는 힘이 필요하다. 그 힘을 얻으려면 소자(小子)가 아니라 장부(丈夫)와 함께해야 한다”며 “개혁과 변화의 성패가 여기에 달렸다. 국운도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장례는 한국홍역학회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22호실, 영결식은 16일 오후 8시, 발인 17일 오전 8시, 장지는 세종시 대전공원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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