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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정찰풍선, 뒤늦게 화낸 日 "격추 위해 자위대법 규정 재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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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중국발 '정찰 풍선' 파장이 동아시아로도 번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14일 과거 일본 영공에서 여러 차례 발견됐던 풍선 형태의 미확인 기구가 중국의 무인 정찰 기구로 강하게 추정된다고 발표하며 중국에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 일본은 앞으로 정찰 풍선이 발견될 경우 이를 격추할 수 있도록 자위대법에 규정된 무기 사용 요건도 완화할 방침이다.

지난 1일 미국 몬태나주 상공에서 촬영된 중국 정찰 풍선. AFP=연합뉴스

지난 1일 미국 몬태나주 상공에서 촬영된 중국 정찰 풍선. AFP=연합뉴스

15일 NHK 등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 관계자는 이날 집권 자민당 회의에서 중국의 정찰 풍선 문제와 관련해 "자위대법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무기 사용 규칙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자위대법은 타국 비행체가 일본 영공에 침입했을 경우 정당방위나 긴급 피난이 요구되는 경우에만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항공기 이동 경로의 안전 확보 등을 위해서도 무기 사용이 가능하도록 해 정찰 풍선에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하마다 야스카즈(浜田靖一) 방위상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타국 비행체가 영공에 진입하면 자위대 전투기가 공대공 미사일을 포함해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해 정찰 풍선을 격추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자위대법은 외국 항공기가 영공을 침입하면 자위대가 이 항공기의 착륙 혹은 퇴거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유인 항공기 대응에 치중했으나, 이번엔 정찰 풍선은 물론 무인기 침입 가능성까지 고려해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중국에 재발 방지 요구"

앞서 일본 방위성은 14일 발표한 자료에서 "2019년, 2020년, 2021년 것을 포함해 과거 일본 영공 내에서 발견된 특정 기구형 비행물체를 분석한 결과, 중국이 날린 무인 정찰용 기구라고 강하게 추정된다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이어 이 사건과 관련해 "외교 경로를 통해 중국 정부에 사실관계 확인과 함께 앞으로 이런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강하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도 15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과거 일본 영공에서 확인된 무인 정찰 기구로 추정되는 중국 정찰 풍선과 관련해 "외교 경로를 통해 중국 정부에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강하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6월 일본 센다이에서 발견된 중국 정찰 풍선으로 추정되는 비행물체. AFP=연합뉴스

지난 2020년 6월 일본 센다이에서 발견된 중국 정찰 풍선으로 추정되는 비행물체. AFP=연합뉴스

방위성에 따르면 풍선형의 비행 물체는 2019년 가고시마(鹿児島)현 사쓰미센다이(薩摩川内)시와 2020년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臺)시, 2021년 아오모리(靑森)현 하치노헤(八戶)시 등에서 발견됐다. 2022년 1월에도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규슈(九州) 서쪽 공해 상에서 소속 불명의 풍선을 확인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 정찰 풍선이 세계 곳곳에서 활동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한 후 일본 정부도 이 풍선들의 정체를 분석해 왔으며, 미국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이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고 방위성은 밝혔다.

"중·일 갈등 요인 될 수도" 

방위성 발표 이후 일본 정부가 그동안 이 문제에 허술하게 대응해왔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15일 자민당 회의에서 방위상을 지낸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당 안전보장조사회장은 "중국 비행체라고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면 큰 문제이지만, 파악했는데도 항의하지 않았다면 더 큰 문제"라며 "일본의 방위에 큰 구멍이 있었다고 보이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실제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이 문제와 관련해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2020년 미야기현에서 하얀 구체가 목격됐을 때 고노 다로(河野太郎) 당시 방위상은 "일본의 안전보장에 영향은 없다"고 일축했다. 하마다 방위상은 미국이 문제화할 때까지 일본 내 정찰 풍선 발견을 공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발표할 경우) 일본의 정보 수집 능력이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일본이 태도를 바꾼 것은 미국의 공조 요구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1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회담에서 중국 정찰 풍선 대응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중국 외교부는 같은 날 "일본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취하길 바라며, 미국을 추종해 문제를 확대하지 않길 희망한다"고 압박했다.

그럼에도 일본이 공개적으로 중국을 겨냥하고 나서면서 정찰 풍선 문제는 중·일 관계의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교도통신은 전망했다.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이날 "앞으로 외국 정부의 무인 정찰용 기구 등과 관련해 동맹국과 긴밀하게 제휴하며 정보 수집, 경계 감시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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