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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칩거 '남미 트럼프' 침묵 깼다 "3월 브라질서 룰라와 싸울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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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르 보우소나루(67) 전 브라질 대통령. 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 캡처

자이르 보우소나루(67) 전 브라질 대통령. 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 캡처

‘남미의 도널드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성향 자이르 보우소나루(67) 전 브라질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스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3월에 브라질로 돌아가 야당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지난달 8일 대선 결과에 불만을 가진 지지자들의 브라질 의회·대법원 습격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지난해 말 미국 플로리다로 넘어가 수개 월째 칩거 생활을 이어 온 이후 주요 매체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WSJ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최근 미 플로리다 올랜도의 한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우파 운동은 죽지 않았고 계속될 것”이라면서 귀국 의향을 밝혔다. 그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7) 브라질 대통령을 겨냥해 “의회 및 주정부의 협력자들과 친기업 정책을 추진하고, 가족주의에 반하는 현 정부 정책들과 낙태권 및 총기 규제 등에 대항해 싸울 것”이라고도 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자들이 벌인 폭동 사태와 관련해선 “나는 결백하며 조사를 기꺼이 받겠다”고 말했다. 앞서 브라질 대법원은 소요 사태를 부추긴 혐의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수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나는 거기에 있지도 않았는데 수사 당국은 나에게 초점을 맞춘다”면서 “룰라 정부를 전복시키려 했다는데, 무슨 쿠데타냐? 거기에 무슨 사령관이 있었나? 군대는 어디 있고, 폭탄은 어디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집으로 정말 가고 싶지만, 돌아가면 갑자기 구금 명령이 내려질 수도 있을 거라 본다”고 덧붙였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지난달 8일(현지시간)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의 행정관구에 침입에 대법원, 대통령궁 등을 습격했다. AFP=연합뉴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지난달 8일(현지시간)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의 행정관구에 침입에 대법원, 대통령궁 등을 습격했다. AFP=연합뉴스

앞서 지난달 8일 브라질 수도에서 보우소나루 지지자 수천 명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의회·대통령궁·대법원 등 헌법 기관에 침입하고 기물을 파손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건으로 1800명 넘게 체포되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 사건은 트럼프 전 미 대통령 지지자들이 2021년 1월 6일 벌인 ‘미 의회 습격 사건’과 판박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대선 결과와 관련해 “패배는 선거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며 “대선이 사기라고 하는 게 아니라 선거 과정이 편향됐다는 말”이라고 말했다. 그가 공개적으로 패배를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30일 결선투표에서 룰라 대통령에게 패배한 이후로 승복 연설을 하지 않은 채 잠적했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WSJ에 “나는 우파의 국가적 지도자”라며 “현재로선 나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함께하고 있다”면서 “농업 관련 기업들, 대부분의 복음주의자들, 총기 소유주들이 나를 지지했다”고 말했다. 다만 ‘차기 대선에 다시 출마할 것이냐’는 질의에는 “결정하지 못했다. 선거는 생각보다 훨씬 힘들다”고 답변했다. WSJ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5000곳 넘는 지역구의 우파 후보자들을 지원할 계획을 밝혔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19일(현지시간) 브라질 남부 포르투알레그리에서 룰라 현 브라질 대통령이 대선 2차 결선 투표를 앞두고 유세를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지난해 10월 19일(현지시간) 브라질 남부 포르투알레그리에서 룰라 현 브라질 대통령이 대선 2차 결선 투표를 앞두고 유세를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앞서 룰라 대통령이 지난 10일 미 백악관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것과 관련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룰라는 단지 본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어 한다”며 평가절하했다.

재임 기간 극우 성향과 극단적 언행으로 논란이 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재임했다. 대선 기간 “투표용지가 비밀의 방으로 넘어간다” “어떤 일이 일어났고 뭔가가 바뀐다” 등 교묘한 발언으로 선거 부정 의혹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작년 10월 30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룰라 대통령에게 패배한 뒤엔 관례를 깨고 대통령 이·취임식에 불참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브라질의 한 프로 격투기 선수의 저택에서 생활해 왔다. 간간이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먹는 사진 등이 소셜미디어(SNS)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달 8일 브라질 의회 폭동 사건 직후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선 사기 음모론’을 주장하는 게시물을 공유했다가 몇 시간 뒤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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