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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방장관 "우크라, 몇주 내 대반격"…굳이 직접 밝힌 속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국방 연락그룹(UDCG)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국방 연락그룹(UDCG)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가 몇 주 안에 러시아를 상대로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전력 지원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오스틴 장관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국방 연락그룹’(UDCG) 회의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봄에 언젠가 (러시아를 상대로) 공습을 개시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공습 개시가 예상되는 봄을 “불과 몇 주 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전까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결정한 브래들리 장갑차 등 무기체계 전달 및 운용 훈련 제공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UDCG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 공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출범시킨 국제 협의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포함해 한국 등 50여 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美 합참의장 “러시아는 글로벌 왕따”

지난 11일 러시아가 점령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의 한 건물에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1일 러시아가 점령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의 한 건물에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오스틴 장관은 “UDCG의 모든 파트너국은 그들(우크라이나군)이 전투 현장에서 원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장갑 역량과 화력,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며 “우리는 그들이 주도권을 잡을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전선에 새로운 병력을 투입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해선 “병력 다수는 제대로 훈련이 되지 않고 장비도 갖추지 않았다”며 “그들의 인명 손실 수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석한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도 러시아가 현재 우크라이나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에서 “대단히 고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이제 글로벌 왕따(pariah)”라며 “러시아는 전략과 작전, 전술에서 모두 패배했다”고 말했다.

야당 공세에 다급한 美 정부…우크라에 반격 독려  

지난 14일 우크라이나 드미트리우카에서 우크라이나 소년들이 러시아가 패배해 남기고 간 전차를 살펴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14일 우크라이나 드미트리우카에서 우크라이나 소년들이 러시아가 패배해 남기고 간 전차를 살펴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당국자들은 그동안 러시아가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재공세에 나서고 우크라이나 역시 대규모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올 봄이 이번 전쟁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측해 왔다. 하지만 미군 수뇌부가 직접 나서 우크라이나가 봄에 대규모 반격을 벌일 것이라고 한 것은 1년 가까이 전쟁이 이어지며 쌓인 피로감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 등 미국 고위 관리들이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에게 향후 몇달 간이 전쟁의 향방을 바꿀 결정적 시점이며 미국과 우방국의 무기와 원조도 영원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각인시키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에선 우크라이나 지원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맷 게이츠, 마조리 테일러 그린 등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은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을 촉구하는 ‘우크라이나 피로 결의안’을 최근 발의했다.

美·나토 “전투기보다 전차 지원이 우선”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 전투기가 그려진 손수건을 들어올리며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지원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 전투기가 그려진 손수건을 들어올리며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지원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가 계속 요구하고 있는 전투기 지원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접경 지역에 제트 전투기와 헬리콥터 등을 집결시키고 있는 것이 서방 정보당국에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오스틴 장관은 “현재 (러시아의 움직임은) 목격되지 않지만, 러시아는 많은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방공 능력을 지원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 온 게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투기 지원 논의가 이뤄졌느냐’는 질문에 “오늘 발표할 내용은 없다”고 답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이날 열린 나토 긴급 국방장관 회의에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전쟁, 새로운 공습을 준비 중”이라면서도 “전투기 지원은 당장 시급한 것이 아니다. (제공이) 약속된 레오파르트 주력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전달하는 것이 가장 긴급한 우선 순위”라고 말했다. 나토 회원국은 이날 회의에서 주력 전차를 비롯한 무기체계를 우크라이나에 신속히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나토 “핀란드·스웨덴, 가능한 빨리 회원국 비준받아야”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긴급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한 옌스 스톨텐브르그 나토 사무총장. EPA=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긴급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한 옌스 스톨텐브르그 나토 사무총장. EPA=연합뉴스

한편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튀르키예가 스웨덴에 앞서 핀란드의 가입부터 비준할 가능성을 묻는 말에 “핀란드와 스웨덴이 동시에 비준을 받는 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며 “중요한 문제는 양국이 모두 가능한 한 빨리 정식 회원국으로 비준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반 가입’보다 절차만 신속히 이뤄지는 나라부터 단독 가입을 할 수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이다. AP통신도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발언은 양국이 동시에 가입해야 한다는 나토의 오랜 컨센서스와 차이가 있다”고 보도했다.

튀르키예는 최근 스웨덴에서 일어난 반(反)튀르키예 시위에 발끈하면서 스웨덴의 나토 가입 동의 입장을 철회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나토가 새로운 회원국을 맞이하려면 튀르키예를 포함한 30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수다. 이에 대해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이날 “여전히 핀란드와 나토 동반 가입을 희망하고 있다”면서 “이는 나토에도 큰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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