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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은 불만족, WBC도 불발…악바리 손아섭, 이 악물었다

중앙일보

입력

NC 손아섭이 1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리드파크에서 인터뷰를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투손(미국 애리조나주)=고봉준 기자

NC 손아섭이 1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리드파크에서 인터뷰를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투손(미국 애리조나주)=고봉준 기자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외야수 손아섭(35)은 ‘국가대표 단골손님’으로 통했다.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시작으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2015년 프리미어12, 2017년 WBC,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까지 굵직한 국제무대에서 중심타자로 활약했다.

그러나 다음 달 열리는 WBC 국가대표 명단에서 손아섭이란 이름은 찾을 수 없다. 지난해 부진 때문이다. 138경기에서 타율 0.277 4홈런 48타점 72득점이라는 아쉬운 성적을 냈다. 홈런이 줄어든 것은 차치하더라도, 매년 3할 타율 안팎을 기록하던 정확도가 떨어졌다는 점은 뼈아팠다.

2013년과 2017년 연속해서 출전했던 WBC를 뛰지 못한다는 아쉬움 때문일까. 손아섭은 어느 때보다 이를 악 물고 올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NC의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1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리드파크에서 만난 손아섭은 “지난해에는 무언지 모를 한계를 느꼈다. 혼자서 풀어내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국가대표 탈락은 냉정한 현실이다. 아쉬움은 크지만, 오히려 더 잘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손아섭은 2007년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프로로 데뷔했다. 이어 2010년부터 주전 외야수로 발돋움하며 롯데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이대호(41)를 잇는 롯데의 차세대 프랜차이즈 스타로도 꼽혔다.

그러나 친정팀과의 인연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2021년 페넌트레이스를 마친 뒤 FA 계약을 통해 NC로 이적했다. 4년 총액 98억 원이라는 거액과 함께였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리드파크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NC 손아섭. 사진 NC 다이노스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리드파크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NC 손아섭. 사진 NC 다이노스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안정된 자리를 뒤로하고 새로운 도전을 택한 손아섭. 그러나 지난해 성적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페넌트레이스 초반부터 슬럼프를 겪었고, 이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면서 최근 10년 중 가장 좋지 않은 기록으로 NC에서의 첫 번째 시즌을 마쳤다.

손아섭은 “똑같은 야구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부담감이 컸다. 좋은 대우를 받은 만큼 보답하고 싶었는데 이를 채워드리지 못했다. 욕심이 경직된 마음으로 연결된 느낌이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무언지 모를 한계를 느꼈다. 벽이라고 해야 할까. 혼자서 풀어내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은 많이 편안해졌다”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누구보다 실망감을 느낀 손아섭에겐 올겨울 들어 많은 변화가 생겼다. 먼저 NC 이적 후 처음으로 주장직을 맡았다. 선수단 투표로 결정된 사안이라 의미가 크다. 손아섭은 “투표 과정에서 내가 주장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조금은 불안했다”며 웃고는 “주장직이 체질에는 맞지 않지만, 동료들이 뽑아준 만큼 열심히 할 생각이다. 후배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다가가려고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경기력 차원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다. 포지션 이동이 대표적이다. NC의 새 외국인선수 제이슨 마틴(28·미국)이 중견수를 맡게 되면서 기존 중견수 박건우(33)와 우익수 손아섭의 자리 교체가 불가피해졌다. 일단 강인권(51) 감독은 박건우를 우익수로 돌리고, 손아섭을 좌익수 겸 지명타자로 활용할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손아섭은 “내가 좌익수를 봐야 팀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지명타자도 마찬가지다. 나보다 수비를 잘하는 선수가 있다면 언제든 지명타자로 뛸 준비가 돼있다”고 덧붙였다.

NC 손아섭이 1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리드파크에서 인터뷰를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투손(미국 애리조나주)=고봉준 기자

NC 손아섭이 1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리드파크에서 인터뷰를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투손(미국 애리조나주)=고봉준 기자

타격폼도 손보고 있다. 공을 기다릴 때의 손 위치를 낮추는 것이 교정의 골자. 손아섭은 “손 위치를 내려서 공을 맞히는 면을 넓히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땅볼은 줄어들고 장타는 늘릴 수 있다. 최근 2년간 홈런이 많이 줄어서 고안해낸 방법이다”고 말했다. 달라진 자세를 설명하면서 손수 시범을 보일 때에는 도약의 의지가 한껏 느껴졌다.

NC의 전지훈련지인 리드파크와 WBC 대표팀의 스프링캠프인 키노스포츠콤플렉스는 차로 10분 거리다.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에선 옆동네라고 할 수 있지만, 지금의 손아섭에겐 멀게만 느껴지는 거리이기도 하다.

손아섭은 “만약 지난해 내 성적이 좋았음에도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면 아쉬움이 더 컸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결과는 냉정한 현실이다. 매년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지만, 올겨울에는 더 이를 악물고 있다. 올 시즌이 끝난 뒤에는 빛이 남아있으면 좋겠다”는 다짐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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