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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예명 '김착한' 사명 '착한이'...참 독특한 김성태 정신세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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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스홀딩스’‘착한이인베스트’‘오목대홀딩스’‘희호컴퍼니’‘고구려37’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수사 과정에서 등장한 김성태 전 회장 소유의 5개 비상장 회사의 이름이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칼라스홀딩스를 제외한 4개의 회사에서 총 538억2264만원을 횡령(횡령·배임 총액 592억여원)해 이 중 약 100억원(800만 달러+α)을 북한에 건넸다고 파악했다. 칼라스홀딩스는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지주회사격이지만 나머지 4개는 자금회전을 위해 만든 페이퍼컴퍼니다. 페이퍼컴퍼니의 이름에는 김 전 회장의 독특한 정신세계가 담겨있다.

해외 도피생활 중 태국에서 체포된 쌍방울 그룹의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이 지난달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압송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해외 도피생활 중 태국에서 체포된 쌍방울 그룹의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이 지난달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압송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착한이인베스트먼트 

비자금 형성 과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회사는 ‘착한이인베스트먼트’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받은 김 전 회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자신의 매제였던 김모 전 그룹 재경총괄본부장과 공모해 지난 2019년 1월~2021년 2월 이 회사에서 총 39회에 걸쳐 194억9600여만원을 빼돌렸다고 보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이 법인 계좌에서 나온 돈을 그룹 임직원 또는 자신의 지인 A(43)씨 등의 계좌로 반복 이체하고 수표를 출금한 뒤 이를 쪼개는 방식으로 세탁해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회사 이름은 김 전 회장이 골프장이나 식당 예약 등에 자주 사용하는 ‘김착한’이라는 예명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전직 쌍방울 그룹 임원은 “‘착하게 살겠다’는 뜻을 담은 예명”이라고 말했다. 해외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진 A씨는 이 회사의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김 전 회장의 본인 지분은 40%지만, A씨 명의 등으로 되어 있는 지분 역시 실소유주는 김 전 회장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2021년 착한이인베스트 감사보고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2021년 착한이인베스트 감사보고서

고구려37

12억1000만원의 자금을 조달한 작은 '저수지'인 고구려37은 고구려의 북방 정복사에 심취해 있던 김 전 회장의 로망을 담은 이름이라고 한다. 기원전 37년은 고구려가 건국 시기로 공인된 해다. 김 전 회장의 경기도 포천시에 추진하던 골프장의 가칭도 ‘고구려CC’였다. 김 전 회장의 한 지인은 “고구려를 테마로 한 영화 제작에도 관심을 뒀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이 회사의 명목상 대표이사에 전북 전주에 기반을 두고 대부업을 할 때부터 함께 했던 '어둠의 세계'의 후배이자 최측근 박모(52)씨를 올려놨다. 박씨는 지난해 8월 필로폰 투약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재판에 넘겨진 박씨는 1심에서 징역 1년에 추징금 200만원을 선고 받고 수감됐다가 14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김 전 회장은 북한에 제시한 ‘북남협력사업제안서’에도 합작 법인의 법인명을 ‘(가칭)고구려주식회사’이라고 붙였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2019년 10월 쌍방울 주요사항보고서(전환사채권발행결정)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2019년 10월 쌍방울 주요사항보고서(전환사채권발행결정)

오목대홀딩스 

 김 전 회장 등이 101억5800만원을 꺼내 쓴 페이퍼컴퍼니 오목대홀딩스의 이름은 전북 전주 한옥마을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누각의 이름인 ‘오목대’ 그대로 붙였다. 오목대는 조선의 초대 국왕 태조 이성계가 고려군 사령관으로서 왜구를 무찌른 황산대첩을 거둔 뒤 잔치를 벌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황산(荒山)은 김 전 회장의 고향인 전라북도 남원 지리산 부근이다. 지난달 17일 김 전 회장이 태국에서 압송돼 입국장을 통과할 때 손에 쥐고 있었던 책의 제목도 소설 ‘시골무사 이성계’였다. 2019년 9월26일 급조한 희호컴퍼니는 회사 관계자들의 이름 앞뒤 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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