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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 서류탈락뒤 "간신배"...친윤 저격수 돌변한 '보수 유튜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건희 여사 팬클럽 ‘건희사랑’ 회장을 지낸 강신업 변호사가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검을 방문했다. 뉴스1

김건희 여사 팬클럽 ‘건희사랑’ 회장을 지낸 강신업 변호사가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검을 방문했다. 뉴스1

 보수 성향의 강성 유튜버들이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자격심사에서 탈락한 이후 친윤계 공격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5일 국민의힘은 서류심사를 통해 유튜버 출신의 출마를 사실상 원천봉쇄했다.

최고위원 선거에 나섰던 유튜브 채널 ‘신의 한수’의 신혜식 대표는 지난 10일 “(친윤계 후보들이) 지지세를 박박 긁어모아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우파 세력을 개·돼지로 본 ‘친윤 간신배’들 때문에 이들의 선거가 어지러워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당대회 투표가) 결선으로 가게 되면 천하람 대표 후보의 표는 안철수 대표 후보에게 가지만 황교안 대표 후보 지지층은 김기현 대표 후보에게로 흡수가 안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영상은 7만명 가량이 시청했다.

그는 최근 “결선투표가 유력하다. 황교안 대표 후보의 표심이 무섭다”거나 “‘안철수 바람’이 불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연일 올리고 있다.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를 운영하는 신혜식 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출마 관련 영상. 유튜브 채널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를 운영하는 신혜식 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출마 관련 영상. 유튜브 채널

대표 후보로 등록했던 김건희 여사 팬클럽 ‘건희사랑’ 회장 출신 강신업 변호사도 탈락 이후 친윤계 공격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12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몰아내는 게 문제가 아니다”라며 “장제원·이철규 의원 등 ‘십상시’를 척결하는 게 더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13일에는 친윤계를 향해 “‘용당간(용산 간신, 국민의힘 간신)’이 전당대회를 망쳤다”는 주장도 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에 출마했던 강신업 변호사(가운데)와 최고위원 후보에 도전한 신혜식 씨(왼쪽), 김세의 씨의 포스터. 페이스북 캡처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에 출마했던 강신업 변호사(가운데)와 최고위원 후보에 도전한 신혜식 씨(왼쪽), 김세의 씨의 포스터. 페이스북 캡처

최고위원 선거에 나섰던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의 김세의 대표는 친윤계 주류가 미는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후보를 공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8일 페이스북에 2012년 18대 대선 당시 심상정 진보정의당(현 정의당) 후보를 지지하고 박근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를 비판한 장 후보의 과거 글을 올렸다. 김 대표는 “장예찬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하했다. 이런 식이라면 왜 전당대회를 하는 것이냐”라고 맹비난했다.

보수 유튜버들은 지난해 친윤계가 이준석 전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할 때 장외에서 여론전을 이끌며 친윤계와 사실상 호흡을 맞췄다. ‘당원권 정지’ 중징계를 받은 이 전 대표의 의혹이 처음 불거진 것도 가세연을 통해서였다.

그랬던 이들이 최근 친윤계를 향해 각을 세우는 건 예비심사 탈락이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5일 예비심사 통과자(대표 후보 6명, 최고위원 후보 13명)를 추린 뒤 지난 10일 예비경선(컷오프)을 통해 대표 후보 4명, 최고위원 8명을 본경선 진출자로 정했다. 보수 유튜버 입장에선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하고 4000만원을 기탁금으로 냈지만 예비경선을 뛸 기회조차 얻지 못한 것이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예비심사 탈락과 관련한 명확한 기준과 사유가 공표된 적 없다 보니 유튜버의 반발심이 표출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김세의 대표가 운영하는 가세연이 최근 올린 라이브 방송 썸네일. 유튜브 캡처

김세의 대표가 운영하는 가세연이 최근 올린 라이브 방송 썸네일. 유튜브 캡처

정치권에선 이들 보수 유튜버의 ‘변신’이 당권 경쟁 구도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의한수·신튜브(197만명), 강신업TV(13만명), 가세연(83만명) 등 이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많은 열혈 당원이 기존 신문이나 방송 뉴스뿐 아니라 보수 유튜브에서 상당한 정보를 얻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강성 보수 성향의 당원이 유튜버의 발언에 적잖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출마했다가 서류탈락한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 가세연 캡처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출마했다가 서류탈락한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 가세연 캡처

다만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보수 유튜브의 시청자는 극우 보수 성향이어서 오히려 이들의 지지를 받는 후보는 확장성이 제한되는 역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이들이 친윤계 후보를 비판하고 있지만, 남은 기간 동안 얼마든지 다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유튜버들이 전대 레이스 초반에 자신들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친윤계에 날을 세우는 것”이라며 “차후 양측의 이해관계가 들어맞으면 갑자기 친윤계 지지로 선회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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