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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차이나 한중비전포럼

“봉쇄 해제로 봄날 맞은 중국 경제 W자 반등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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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코로나 고삐 푼 중국, 어디로 갈까

중국이 팬데믹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올해는 여행·외식 등 서비스 소비가 중국 경기 회복을 견인할 전망이다. 지난 해 12월 중국 허난성의 한 식당 모습. [신화=연합뉴스]

중국이 팬데믹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올해는 여행·외식 등 서비스 소비가 중국 경기 회복을 견인할 전망이다. 지난 해 12월 중국 허난성의 한 식당 모습. [신화=연합뉴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갑자기 위드 코로나로 바뀌며 중국 사회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경기 회복이 본격화할 경우 우리 경제도 예상보다 빨리 호전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한반도평화만들기재단(이사장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산하 한중비전포럼은 지난 13일 서울 중구 HSBC 빌딩에서 ‘코로나 정책 변화 이후 중국은 어디로 가나’를 주제로 중국의 달라지는 경제와 정치 상황이 한국에 주는 함의를 살폈다.

‘제조업, 내수, 점진’ 3대 키워드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금융지정학연구센터장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금융지정학연구센터장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금융지정학연구센터장(발제)=올해 중국 경제는 2021년의 재연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2020년 2.2% 성장에 그쳤다가 2021년엔 상황이 안정되며 8.1% 성장했다. 지난해 3%로 부진했던 성장이 올해는 방역 완화에 힘입어 반등할 조짐이다. 골이 깊었던 여행, 외식 등의 서비스 소비가 회복을 주도할 것이다. 2024년에도 선진국의 금리 인상 등이 끝나며 세계 경제 회복이 기대돼 중국의 거시경제 여건은 나쁘지 않다. 올해 중국 경제 정책의 기조로 ‘제조업, 내수, 점진’의 세 가지 키워드를 꼽고 싶다. 중국은 제조업 고도화를 통해 미국과의 대결에 대비한다는 자세다. 또 미국의 압박 등에 직면해 내수 확대를 발전의 동력으로 삼으려 한다. 2021년 등장한 공동부유는 정치적 구호의 성격이 짙어 점진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의 최근 부동산 부양책은 전면적인 것은 아니다. 짓던 주택을 완공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차원이다. 근년 들어 중국 성장세가 둔화하며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 그러나 이게 중국의 몰락을 뜻하는 건 아니다. 미국과 대등한 경제 규모의 국가가 하나 더 탄생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여행·외식 등 서비스 소비 늘어나
규제 완화하며 올 5.5% 이상 성장
한국은 단기적 수출 회복에 도움
중국 눈높이 못 맞추면 그림의 떡

시진핑 3기, 정책적 탄력성·유연성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발제)=중국의 갑작스러운 코로나 정책 전환과 관련해 백지시위가 영향을 줬다는 ‘대중 시위 주도론’과 정부의 원래 계획에 따른 것이란 ‘정부 주도론’ 등 두 견해가 있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한 배경에 지난 3년간 누적된 결과가 있다. 막대한 방역 비용, 지방정부의 엄청난 부채, 실업 급증, 경제 성장률 하락, 국민의 생활 불편 등이 쌓이고 쌓였다. 이후 중앙 정부의 방역 완화 방침을 지방 정부가 폐기로 받아들였고, 중앙 정부가 이를 승인하면서 끝내는 폐기로 이어졌다. 백지시위는 이를 촉진했던 하나의 요인이지 방역 정책을 변화시킨 주요 원인은 아니다. 중국이 오미크론 변이를 검사와 봉쇄로 막겠다고 생각한 건 바람을 손으로 막겠다는 생각만큼 어리석은 것이었다. 이런 판단 오류는 방역 전문가 집단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소수파는 제로 코로나 정책의 완화 혹은 폐기를, 다수파는 고수를 주장했는데 다수파 의견이 정부 정책으로 채택된 결과다. 이런 코로나 정책 전환 과정을 볼 때 시진핑 3기 정부는 공산당의 통치 정당성 강화를 위해서라면 기존 핵심 정책을 얼마든지 수정하는 것과 같은 정책적 탄력성과 유연성의 모습을 보일 것이다.

중국의 국산화 비중 확대 노력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사회)=코로나 봉쇄의 갑작스러운 해제가 중국은 물론 한국 등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올해 중국 경제는 W자가 위로 올라가는 패턴이 나타날 것이다. 1분기는 트라우마 치료기로 강한 경기 부양책이 나올 전망이다. 2분기는 리창 신임 총리의 경제정책 실험기다. 중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통화 증가율을 8%에서 12%로 늘렸는데 그 효과는 3분기에 반영된다. 4분기는 중국이 잠재성장률을 회복하는 시기다. 방법은 부동산과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푸는 것으로 올해 5.5% 이상의 성장이 예상된다. 중국 경기의 봄날은 세계 경제의 봄날이 될 텐데 우리가 중국의 눈높이를 못 맞추면 중국 시장은 그림의 떡이 될 것이다.

▶조은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시진핑 3기의 중국 정책 방향이 한국과 한·중 협력 측면에 미칠 영향에 대해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단기적 관점에서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경기 회복과 수요 확대가 계속된다면 한국의 대중 수출 일부는 회복될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선 우리가 대중 수출 증가세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중국의 기술추격과 제조업의 국산화 비중 확대로 중국 자체의 독립적인 생태계가 만들어진다면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의 중간재 수입 수요는 감소할 수 있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중국 시장은 한국뿐 아니라 모든 나라에 중요하다. 우리는 인도가 중국과 대립만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이 두 나라는 군사훈련도 함께 한다. 일부 대립하는 장면은 국내 정치에 이용되는 측면이 강하다. 중국은 동남아·서남아·중앙아·유럽 등으로 무역 리스크를 분산해 관리하고, 또 반도체 분야에서도 한국보다 대만을 더 활용한다. 이제 중국의 리오프닝 시점을 맞아 우리 기업이 중국에 들어가 무얼 할 수 있고 또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민주화 누르고, 복지서비스 강화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금융지정학연구센터장, 은종학 국민대 교수, 위성락 한반도평화만들기 사무총장,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 조은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진호 단국대 교수, 윤종석 서울시립대 교수,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조영남 서울대 교수. 우상조 기자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금융지정학연구센터장, 은종학 국민대 교수, 위성락 한반도평화만들기 사무총장,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 조은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진호 단국대 교수, 윤종석 서울시립대 교수,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조영남 서울대 교수. 우상조 기자

▶은종학 국민대 사회과학대 국제학부 교수=중국이 부동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많은 기업이 청산될 것이다. 국가가 매물을 우선 수용해 상당 부분을 서민 장기임대 아파트 같은 형태로 ‘공동부유’ 테마와 엮어 다시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1990년대 말 교육·주택·의료의 많은 부분을 상품화했다. 그러나 지금 기조는 복지국가 식으로 국가가 개입해 민영화된 부분을 다시 끌어들이는 쪽으로 가고 있다. 싱가포르처럼 민주화는 누르고 복지나 공공서비스는 강화하는 형태다.

▶이희옥 교수=중국에선 갑작스러운 봉쇄 해제 이후 ‘이러려고 방역했나’ 하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윤종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중국 당국이 강고한 체제를 가지고 일관된 집행을 해오다 방역 정책을 전환했다고 하지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중국이 정책만으로 코로나를 억제했다고 보긴 어렵다. 사회 전체가 코로나 시기를 어떻게 견뎠는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개인이나 집단의 자구적인 움직임도 중요하다. 이러한 움직임을 정치적 리스크로만 여겨선 안 된다. 향후 중국 사회가 코로나 사태로 드러난 민낯과 약점을 어떻게 보완하는지 주목해야 한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중국이 코로나 정책을 바꾼 이유가 단순히 민심의 이반이나 반정부 시위에 놀랐기 때문이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나름 계획대로 정책을 추진해온 결과로 보인다. 다만 정책 전환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 시기가 앞당겨진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물론 정책이 급선회하며 나타난 저항이나 시위 등은 중국의 당-국가 체제 정무 능력에 생채기를 냈다. 단기간에 이런 반대 움직임이 조직화해 발전하기는 쉽지 않지만, 만약 누적된 불만이 더 커지면 체제 능력에 대한 신뢰의 위기를 가져올 게 분명하다.

지난해 대규모 시위가 남긴 것

▶위성락 한반도평화만들기 사무총장=중국 연구에서 사료가 중요하긴 하지만 권위주의나 전체주의 체제에서 나온 사료를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대부분 체제에 유리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악화하면 기본 원칙의 연장선에서 논리를 끌어다 자기합리화를 하게 마련이다. 문건은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또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오래 유지한 이유가 다수의 방역 전문가 의견을 따랐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 전문가들이 중국 지도부의 의중을 미리 읽은 건 아닐까? 민주화된 한국에서도 ‘관변’ 전문가 논란이 있는데 권위주의 체제인 중국에서 과연 그런 일이 없는지 의문이다.

▶이하경 중앙일보 대기자=중국의 방역 정책 전환엔 대중의 달라진 인식도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지난해 여름부터 시위가 잇따르다 연말에 대형 시위가 터졌다. 미 시카고대 배링턴 무어 교수가 “자산계급이 없으면 민주주의도 없다(No Bourgeois, No Democracy)”라 하지 않았나. 사람은 먹고살 만해지면 인간으로 존중받고 싶은 법이다. 지난 3년에 걸친 중국의 강력한 방역통제 탓에 이런 욕구가 터져 나온 게 아닌가 싶다. 중국 정부가 이번엔 봉합하고 넘어갔지만, 이런 경험이 향후 중국이라는 거대한 체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이희옥 교수=코로나 봉쇄 해제로 일상이 회복되며 한·중 정상회담 논의도 나온다. 문제는 정상회담 의제로 담을 만한 내용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은 향후 한중 관계 관련해 조급함을 버리고 전략적이며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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