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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부 격상 합의…유공자 ‘격’ 높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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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한 유공자를 기리는 국가보훈처(處)가 국가보훈부(部)로 격상된다. 국가 위상에 걸맞게 유공자의 ‘격’을 높이는 것이다. 외교부 산하에 재외동포청도 신설한다.

여야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는 14일 국회에서 ‘3+3 정책협의체’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국회 행안위의 심의·의결을 거쳐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국회가 정부 조직개편에 일부라도 합의한 건 윤석열 정부 출범 281일 만이다. 윤 대통령의 핵심 대선 공약인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는 이견을 좁히지 못해 추후 협의로 넘겼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기자들에게 “보훈 가족에 대한 예우·지원을 위해 보훈처를 보훈부로 격상하고, 750만 재외동포 지원을 위해 재외동포청을 신설하는 데 양당의 이견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국민 약속이고 공약이기 때문에 여가부 폐지 방침에 변함이 없지만,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았다”며 “향후 항공우주청 신설과 관련된 안이 정부로부터 넘어오면 함께 여야 원내대표 간 협의사항으로 다루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야는 이날 대통령과 정무직 공공기관장 임기 일치 문제도 합의하지 못하고 원내대표 협의로 넘겼다. 민주당은 “정권이 바뀌었다고 공공기관장을 물갈이하는 것은 독립성을 해치는 일”이라며 방송통신위원장·국민권익위원장 등 임기제 정무직 기관장은 제외하고 행정부 산하 기관장만 일치시키자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여가부를 폐지하는 대신 보건복지부 산하에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신설해 기능을 이관하고 보훈부 승격과 재외동포청 신설을 포함하는 정부 조직개편안을 확정했다. 같은 달 국민의힘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민주당의 반대에 막혀 속도를 내지 못했다.

결국 비쟁점 조직개편에 우선 합의하면서 윤석열 정부 조직개편이 첫발을 떼게 됐다. 여권 관계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검찰 수사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격화되는 상황에서 작게나마 협치를 이뤄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했다.

보훈처의 ‘부’ 승격은 1961년 전신인 군사원호청 출범 이후 62년 만의 일이다. 원호청은 1962년 원호처로 승격된 뒤 1985년 국무총리 산하의 보훈처로 새로 출범했다. 돕고 보살펴준다는 의미인 ‘원호’가 유공자 예우보다 시혜의 성격이 두드러진다는 지적 때문이다.

‘대통령·정무직 공공기관장 임기 일치’는  여야 합의 못해

이후에도 보훈처장의 직급이 ‘차관급’↔‘장관급’을 오락가락하며 입지가 불안정해 일관된 정책을 펼치기에 한계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1962년 차관급에서 1970년 장관급→1980년 차관급→1985년 장관급→1998년 차관급→2004년 장관급→2008년 차관급→2017년 장관급 등으로 정권마다 수시로 바꿨기 때문이다.

현재 보훈처장은 장관급으로 명시돼 있지만, 국무위원이 아니어서 국무회의 발언권과 부령 발령권 등에서 제한이 있다. 예산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2012년과 2022년 사이 국가 예산이 72%, 이 중 복지 예산이 146% 각각 증가할 때 보훈 예산은 2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부는 보훈부 승격이 국민 통합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민식 보훈처장은 “국가를 위한 희생을 어떻게 대우하는지가 그 나라 국격을 보여준다”며 “미국,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처럼 보훈 부처를 ‘부’로 운영하는 건 결국 국가 정체성 확립과 국민통합에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산하에 신설하는 재외동포청은 각 부처와 기관에 흩어져 있던 재외동포 정책을 통합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영사·출입국·병역 등 서비스는 물론 교류·협력, 차세대 동포 교육 등을 통합 수행하게 된다. 기존엔 외교부·법무부·교육부·병무청 등에 나뉘어 있었다. 이에 윤 대통령은 “관련 업무가 각 부처에 산재한 탓에 발생하던 중복 지원과 사각지대 현상을 재외동포청 신설을 통해 해결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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