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서울 초등학교도 학생 없어 문 닫는데 교부금 다툼 할 땐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오는 3월 폐교하는 화양초등학교. 장윤서 기자

오는 3월 폐교하는 화양초등학교. 장윤서 기자

학령인구 감소로 40년 된 화양초 문 닫아

대도시마저 잇따른 폐교에 장기 대책 시급

농어촌에서 잇따른 초·중·고교 폐교가 서울까지 퍼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든 화양초등학교가 오는 3월 문을 닫는다고 어제 발표했다. 40년 전 개교한 화양초 재학생 62명은 인근 성수·장안 초등학교로 전학을 가야 한다. 서울 지역의 폐교는 2015년 홍일초등학교가 통폐합된 이후 네 번째다. 염강초등학교와 공진중학교가 2020년 문을 닫은 데 이어 내년엔 도봉고등학교가 일반고 가운데 처음으로 폐교한다. 대구에선 2012년 이후 10년간 10개 학교가 문을 닫는 등 전국 대도시가 비슷한 어려움에 직면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읍·면 지역 학교들이 직격탄을 맞은 와중에도 대도시는 상황이 나은 편이었지만, 이젠 수도권조차 버티기 힘들 정도로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있다. 서울의 초등학교 입학생은 올해 처음 6만 명대로 떨어졌다. 이 아이들이 태어난 2016년의 합계출산율은 1.17명이었으나 2018년에는 1명 선마저 무너져 0.98을 기록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0년 788만 명이었던 학령인구는 지난해 748만 명으로 줄었고 앞으로 10년간 200만 명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폐교 도미노를 피하기가 어렵다.

예견되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이 대표적이다. 내국세수 20.79%에 교육세 세수 일부를 더한 교육교부금은 학생 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에 따른 세수 증가로 규모가 커졌다. 교부금이 넘쳐나자 교육청마다 코로나19 등 갖은 명목을 달아 교실에 선심성 현금을 뿌리고도 남아돌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가 이 중 일부를 지방 대학 살리기에 쓰기 위해 고등·평생교육특별회계에 충당하려 했으나 교육감 등의 반대로 절반만 반영하는 데 그쳤다. 시·도 교육청은 초·중·고교만 관할하고 대학은 교육부 소관인 데서 발생한 폐해다.

사학연금 위기도 심각하다. 폐교로 실직한 사립학교 교직원은 30대 나이라도 평생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 때문에 부담이 가중된다. 문을 닫는 대학까지 늘면서 폐교를 이유로 연금을 받는 수급자가 2017년 46명에서 4년 새 336명으로 늘어났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 인근 상권이 타격을 입는다. 서울에서 주민 반대로 폐교 계획이 무산되는 일도 벌어졌다. 반면에 신도시에는 학교가 모자라 과밀학급에서 수업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학교 신설 요건을 현실에 맞게 완화·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한 건물을 쓰는 ‘초·중학교’나 공동학구제·광역학구제 같은 방안들이 제시된다.

시·도 교육청은 지금 교육교부금 지키기에나 골몰할 때가 아니다. 교육부와 머리를 맞대고 저출산에 적응할 큰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학생 급감이 초래할 전방위 위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