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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넘보는 아우…SUV도 전기차도 몸집 키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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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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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목받는 자동차 차체 디자인의 흐름은 이렇게 압축할 수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장에 쏟아지고 있는 신차는 차체를 확 키운 게 특징이다. 이렇게 몸집을 키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윗등급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아우가 형님 자리를 탐내는 격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출시한 신형 코나가 대표적이다. 완전변경 모델인 코나는 차체 크기를 확 키웠다. 코나는 전장 4350㎜, 축간거리 2660㎜로 이전보다 각각 145㎜, 60㎜ 길어졌다. 그만큼 실내 공간이 넓어졌다. 새로운 디자인을 두른 코나는 소형이지만 ‘형님’ 격인 투싼을 넘본다. 투싼은 전장 4630㎜, 축간거리 2755㎜다.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축간거리의 경우 두 차량 간 차이는 95㎜에 불과하다.

현대차그룹의 차체 크기 대형화 경향은 지난해부터 두드러진다. 기아는 지난해 초 니로 완전변경 모델을 선보이며 차체를 키웠다. 니로의 전장은 기존 모델보다 65㎜ 늘어난 4420㎜다.

현대차뿐만이 아니다. 한국GM이 올해 국내에 선보일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전장은 4537㎜다. 구형보다 차체 길이가 282㎜ 늘어났다. 축간거리는 2700㎜로 이전 모델(2555㎜)보다 145㎜가 늘었다. 전장과 축간거리가 크게 늘며 2열 공간이 넉넉해졌다.

이렇게 소형 SUV 간 대형화 경쟁은 소형차 ‘차체 기준’에 육박하고 있다. 자동차관리법에서 소형차는 전장 4.7m, 전폭 1.7m, 전고 2m 이내의 배기량 1000~1600㏄ 차량으로 규정하고 있다.

비단 소형차뿐만이 아니다. 현대차가 지난해 선보인 7세대 그랜저는 전장 5035㎜로 기존(4990㎜)보다 45㎜ 길어졌다. 그랜저의 차량 길이가 5m를 넘어선 건 1986년 1세대 모델 이후 처음이다. 신형 그랜저는 현대차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승용차 모델 중 가장 길다. 차체 대형화를 이끈 SUV 팰리세이드(전장 4995㎜)를 포함해 경쟁 모델인 기아 K8보다 길다.

차체 대형화는 경량화와 엔진 성능 향상 덕분이다. 최근에는 터보엔진이 자리 잡으며 같은 배기량으로 더 높은 출력을 낼 수 있게 됐다. 동일 배기량을 가정하면 터보엔진이 자연 흡기 엔진보다 더 무거운 차체를 움직일 수 있다는 얘기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넉넉한 공간을 원하는 차량 소비 심리에 파워트레인 기술력이 더해지면서 차량 크기가 커지고 있다”며 “차량 대형화는 이제 고객을 유인하는 주요 상품성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대형화 경향은 전기차도 예외가 아니다. 기아는 올해 상반기 대형 SUV 전기차 EV9을 출시할 예정이다. BMW코리아는 이달 21일부터 온라인숍을 통해 대형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 XM의 사전 계약을 시작한다. 벤츠는 최근 대형 전기차 모델인 EQS SUV를 선보였다. 가격은 1억5270만원(EQS 450, 4륜 모델 기준)부터 시작한다.

이런 대형화 흐름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이는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에 달렸다. 일례로 코나의 경우 신차를 선보이면서 트림에 따라 기존보다 가격을 최대 416만원 인상했다. 현대차는 “차체 크기를 키우는 것과 함께 상품성 개선에 따른 비용 인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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