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비 맞고 신난 우리 감독님…이참에 12번째 챔프 가즈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이 챔프전 12번째 우승 문턱에 다가섰다. 올 시즌 정규리그 1위를 이뤄낸 김단비, 위성우 감독, 박혜진(왼쪽부터). 김경록 기자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이 챔프전 12번째 우승 문턱에 다가섰다. 올 시즌 정규리그 1위를 이뤄낸 김단비, 위성우 감독, 박혜진(왼쪽부터). 김경록 기자

여자 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의 훈련장인 서울 성북구의 농구장 코트 천장에는 11개의 챔피언 결정전 우승 깃발이 빼곡히 걸려있다. 조만간 옆으로 한 칸씩 당겨 공간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12번째 우승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3일 부산 BNK를 꺾고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21승4패(전반기 14연승 포함)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남은 5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1위를 확정했다. 다음 달부터 정규리그 4위와 플레이오프를 치러 챔프전 진출, 더 나아가 정상 탈환을 노린다. 최근 우리은행 훈련장에서 위성우(52) 감독과 포워드 김단비(32), 가드 박혜진(32)을 만났다. 이들은 “깃발을 옆으로 조금씩 당기면 추가로 하나 더 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은행의 11차례 챔프전 우승 중 절반이 넘는 6번을 위 감독이 이뤄냈다. 위 감독은 2012년 우리은행을 맡아 11시즌 동안 정규리그 1위를 9번째 달성했다. 김단비가 라운드 MVP 3회, 트리플 더블 3회를 기록하며 팀을 이끌었는데, 올 시즌을 앞두고 신한은행에서만 15년간 뛴 자유계약선수(FA) 김단비를 데려온 것도 위 감독이었다.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박지수가 이끄는 청주 KB에 힘 한 번 못 써보고 졌다. 그러자 2008~2012년에 신한은행 코치로 김단비를 지도했던 위 감독은 엄살을 섞어 “단비야, 무릎 꿇을 테니 도와 달라”고 설득했다. 김단비의 남편인 수구 국가대표 출신 유병진 씨도 “은사인 위 감독님야말로 단비의 마지막을 빛나게 해줄 분”이라고 말해줬다.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이 챔프전 12번째 우승 문턱에 다가섰다. 올 시즌 정규리그 1위를 이뤄낸 박혜진, 위성우 감독, 김단비(왼쪽부터). 김경록 기자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이 챔프전 12번째 우승 문턱에 다가섰다. 올 시즌 정규리그 1위를 이뤄낸 박혜진, 위성우 감독, 김단비(왼쪽부터). 김경록 기자

위성우 감독은 30~40대 땐 호통치며 혹독한 훈련을 시키는 ‘호랑이 지도자’로 유명했다. 박혜진은 “2012년 위 감독님이 부임했을 땐 타협이란 게 없었다. 당시 선수들이 패배 의식에 젖어있었다. 지금은 단비 언니, (김)정은 언니 등 고참들이 있으니, 감독님이 화도 줄어들고, 목소리 톤도 낮아졌다. 위 감독님의 스타일은 당근, 당근, 그리고 채찍이다. 혼냈다가도 따로 불러 자신감을 심어준다. 이제 선수들 발걸음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시는 것 같다”고 했다. 김단비도 “신한은행 코치 시절엔 정말 무서웠는데 나이가 드신 뒤 ‘여성화’ 된 것 같다. 제가 아직 멀쩡히 살아 있는 걸 보면 훈련량도 많이 준 거 아니겠냐”며 웃었다.

위 감독은 ‘여성화’란 말에 껄껄 웃더니 “동의한다. 예전엔 지금보다 10배는 더 큰소리를 쳤다”며 “대학생(이화여대) 딸이 있고, 여자팀을 오래 맡다 보니 무심코 지나갈 것도 신경을 쓰게 된다. 한 선수만 칭찬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물론 13일 경기에서도 BNK에 쫓기는 상황이 되자 위 감독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작전타임 때 “대충해! 나가!”라면서 선수들을 질책했다. 그렇지만 승리한 뒤 위 감독이 인터뷰할 때 선수들이 물세례를 퍼붓는 건 달라진 모습이다. 김단비는 “날 가장 많이 흔드시는 게 위 감독님이다. 진지하게 쓰지는 마시고 제 말 끝에 ‘크크크’를 붙여 달라”고 농담했다.

위성우 감독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경기 도중 벤치에 앉은 적이 없다. 업계 4위인 우리은행은 임원 회의 때 위 감독이 서서 지휘하는 영상을 보여주면서 모범적인 리더십으로 소개했다. 위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뛰는데 감독이 어떻게 자리에 앉느냐. 요즘 다리가 아파서 앉고 싶다가도 ‘단비를 힘들게 데려왔는데…’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든다”고 했다.

올라운드 플레이어 김단비가 가세하면서 우리은행은 특유의 끈끈한 수비로 최소 실점(59.6점)을 기록했고, 평균 득점도 73.9점으로 2점 더 늘었다. 기존 에이스 박혜진이 발바닥 부상까지 겹치면서 롤이 줄기는 했지만, 위 감독이 교통정리를 잘하고 있다.

박혜진이 “단비 언니는 이름처럼 단비 같은 존재”라고 하자, 김단비 “난 마지막 우승이 2012년인가 기억도 안 난다. 플레이오프에서 사시나무 떨듯이 떨 것”이라며 박혜진을 바라봤다. 위 감독도 “공은 하나인데 혜진이가 희생 아닌 희생을 해주고 있다. 단기전에서는 경험 많은 혜진이가 단비의 부담을 나눠 가져줄 것”이라고 했다.

위성우 감독
나이: 52세(1971년생)
감독: 우리은행 2012~, 11시즌째
우승: 통합우승 6회, 정규리그 9회


김단비
나이: 32세(1990년생)
포지션: 포워드
소속팀: 신한은행(2007~22), 우리은행(2022~)
우승: 챔프전 5회(신한은행)


박혜진
나이: 32세(1990년생)
포지션: 가드
소속팀: 우리은행(2009~)
우승: 통합우승 6회, 정규리그 9회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