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과 7박9일 튀르키예 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직장인 김민주(31)씨는 최근 튀르키예 지진 소식을 듣고 여행사에 패키지 여행 예약 취소가 가능한지 문의했다가 황당한 답변을 받았다. 1인당 120만원짜리 여행상품 금액의 40%를 취소 위약금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었다.설상가상으로 여행일 10일 안 쪽이면 취소 위약금이 70%라고 했다.
김씨는 “여행사는 정부의 여행금지 방침이 없고 여행사가 판단하는 천재지변 등에 해당하지 않아 취소 위약금을 내야 한다고 했다. 외교부는 여행사가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었다”며 “100만원 상당의 돈이 너무 아깝지만 위험을 걱정하는 주변 어른들 얘기도 있고 재난으로 초상집 분위기인 곳에 가서 웃으며 놀 수 없을 것 같아 취소했다”고 말했다.
“여진 이어지고 불안한데 취소 위약금 40%”
규모 7.8 강진이 튀르키예 남부를 강타해 3만여 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에 튀르키예 여행 취소를 결심했다가 취소 위약금에 놀란 여행객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회원 수 218만 명의 여행 온라인 커뮤니티 ‘유랑’에 올라온 ‘튀르키예 여행 예정 그대로 갈 거냐’는 제목의 글에는 “여행사에서 취소가 안 된다 해서 당혹스럽다” “수수료 내고 취소했다”는 댓글이 달렸다. 위약금 없이 튀르키예 여행 상품 환불이 가능한지 함께 알아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는 6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했다.
각 여행사가 고지한 취소 위약금이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표준약관과 크게 차이가 난다는 지적도 있다. 김씨의 경우 표준약관에 따르면 여행 10일 전 취소이기에 15% 금액만 위약금으로 물면 되지만, 김씨가 고른 여행사의 해당 패키지 상품의 경우 여행사 A가 계약한 항공사의 취소료에 따라 설정한 특별약관에 근거해 여행 출발 10일 전이라도 취소 위약금을 40%나 지불해야 한다.
“관광지, 진앙으로부터 1000km 밖”
여행사들은 튀르키예 관광 상황은 천재지변에 해당하지 않기에 위약금 없이 환불 취소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나투어·모두투어·참좋은여행 등 주요 여행사들은 이스탄불 공항부터 튀르키예 주요 관광지 모두 지진 피해 지역으로부터 1000km 떨어져 있어 여행하는 데 지장이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진앙과 가장 가까운 관광지인 카파도키아와도 300km 이상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여행사 C 관계자는 “과거 동일본 대지진이나 사이판 태풍 때처럼 현지 교통망이 끊기거나 항공편 차질 있을 때는 여행사가 선제적으로 환불 조치를 했지만 튀르키예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행사들은 패키지 상품 가격의 70~80% 해당하는 항공편이나 호텔 업체가 환불을 해주면, 여행사가 위약금 없이 환불해주는 경우도 고려할 수 있지만, 관련 업체들이 모두 수수료 없이 환불해주는 상황을 거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가 튀르키예 동남부 일부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내렸지만 여행사들은 관광지에 해당하는 곳이 아니라는 설명을 반복중이다. 지난 7일 외교부는 카흐라만마라쉬·말라티야·아드야만·오스마니예·아다나·하타이 등 6개 주에는 여행경보 1단계(여행유의)를, 디야르바크르·샨르우르파·가지안테프·킬리스 등 4개 주에는 여행경보 3단계(출국권고)를 발령했다.
외교부는 여행 취소 환불 문제는 약관에 따라 정해지는 것으로, 외교부의 ‘여행경보’도 권고일 뿐 강제조치는 아니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