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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처 62년 만에 ‘부’ 승격, 동포청도 신설 “국가 위상에 맞게 국가 품격도 정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보훈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조직의 위상이 '처'(處)에서 '부'(部)로 높아진다. 국회가 국가보훈처를 보훈부로 승격하는 국가조직법 개정안에 합의하면서다. 재외동포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재외동포청 신설 방안도 개정안 여야 합의 내용에 포함됐다. 국가 위상에 걸맞게 정부 조직을 재정비하자는 데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한 결과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야 간사인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부조직법 관련 3+3 협의체에서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뉴스1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야 간사인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부조직법 관련 3+3 협의체에서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뉴스1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14일 회의를 열고 보훈처의 보훈부 승격과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청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보훈처의 ‘부’ 승격은 1961년 전신인 군사원호청 출범 이후 62년 만의 일이다. 원호청은 1962년 원호처로 승격된 뒤 1985년 국무총리 산하의 보훈처로 새로 출범했다. 돕고 보살펴준다는 의미인 ‘원호’를 놓고 예우보다 시혜의 성격이 두드러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처’로서 불안정한 입지가 일관된 정책을 펼치는 데 한계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보훈처장의 직급 변화에서도 이는 잘 드러난다. 1962년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된 보훈처장의 직급은 1998년 차관급, 2004년 장관급, 2008년 차관급, 2017년 장관급 등으로 수시로 바뀌어왔다. 현재 보훈처장은 장관급으로 명시돼있지만, 국무위원이 아니기 때문에 국무회의 발언권과 부령 발령권 등에서 제한이 있다.

국가보훈처 청사 외벽에 설치된 정전 70주년 공식 브랜드 대형 현수막. 보훈처

국가보훈처 청사 외벽에 설치된 정전 70주년 공식 브랜드 대형 현수막. 보훈처

예산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2012년과 2022년 사이 국가 예산이 72%, 이중 복지 예산이 146% 각각 증가할 때 보훈 예산은 2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보훈처의 오랜 역점사업인 ‘부’ 승격은 별다른 진전이 없다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윤석열 정부는 보훈부 승격을 공식 공약에 넣진 않았지만, 인수위 시절 ‘일류보훈’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보훈기관의 위상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보훈처의 건의를 받아들여 보훈부 승격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보훈부 승격이 국민통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민식 보훈처장은 “국가를 위한 희생을 어떻게 대우하는지가 그 나라 국격을 보여준다”며 “미국,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처럼 보훈 부처를 ‘부’로 운영하는 건 결국 국가정체성 확립과 국민통합에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새해 업무보고를 마친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일부,행안부,국가보훈처, 인사혁신처 합동브리핑에서 2023년 보훈처 중점 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해 업무보고를 마친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일부,행안부,국가보훈처, 인사혁신처 합동브리핑에서 2023년 보훈처 중점 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관 부처와 대등한 협의가 비로소 가능해져 예산 확보와 정책 추진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보훈처는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한 올해 보훈 외교를 펼칠 때도 격상된 위상이 이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새로 설치될 재외동포청은 기존에 각 부처와 기관에 흩어져있던 재외동포 정책을 통합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현재 재외동포 관련 업무는 외교부가 재외동포 지원 정책, 법무부가 출입국 관련 업무, 교육부가 재외동포 교육, 병무청이 병역 관리를 맡는 등 여러 부처에 나뉘어 있었다. 외교부 산하에 있는 재외동포재단은 사업을 시행하는 기관이라 동포 정책 전반을 담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공약으로 "730만명 재외 동포들의 숙원"이라며 재외동포청 신설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동포 관련 업무가 각 부처에 산재한 탓에 발생하던 중복 지원과 사각지대 현상을 재외동포청 신설을 통해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 합의에 따라 신설이 결정된 재외동포청은 영사, 법무, 병무 등 서비스 제공을 비롯해 재외동포 간 교류·협력, 차세대 동포 교육, 문화 홍보 사업 등을 포괄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재외동포정책위원회에서 "재외동포청이 앞으로 재외동포들에게 국내와 같은 수준의 '원스톱' 민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범정부적 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지난달 12일 연두 업무보고에서 재외동포청 신설과 관련해 "730만명의 재외 동포의 권익이 명실상부하게 신장됐다는 점을 체감할 수 있는 조직으로 출범시키겠다"며 "지역별 맞춤형 동포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1997년 재외동포재단 출범 후 현재까지 국회에는 9차례에 걸쳐 재외동포청 신설 혹은 대통령 소속 재외동포위원회 설치 법안이 발의됐지만 여야 입장 차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재외동포청 설립 후 정부 차원에서 중국동포(조선족)에 대한 지원을 검토하면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앞서 외교부도 "재외동포청을 신설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소수민족 문제에 민감한 중국 등과 마찰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교부는 이날 "재외동포청의 조속한 출범을 통해 730만 재외동포의 권익이 실질적으로 신장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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