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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엔 립스틱? 요즘엔 향수다!…조·바·딥이 샤넬 ‘넘버5’ 위협

중앙일보

입력

경기 불황 때는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사용 만족도가 높은 립스틱이 잘 팔린다는 뜻에서 ‘립스틱 효과’라는 현상이 있다. 올봄에는 립스틱 효과 대신 ‘향수 효과’라는 말을 써도 좋겠다. 밸런타인데이와 졸업·입학 등 선물 수요가 많은 이달 초, 향수 매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 입학과 밸런타인데이 등 선물 수요가 높아 흔히 뷰티 업계 대목으로 불리는 2월 초 향수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현대백화점

졸업, 입학과 밸런타인데이 등 선물 수요가 높아 흔히 뷰티 업계 대목으로 불리는 2월 초 향수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현대백화점

5만원 립스틱 대신 20만원 향수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달 1~13일 향수 브랜드 관련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3% 늘었다고 14일 밝혔다. 이 회사는 딥티크·바이레도·산타마리아노벨라 등 비교적 고가의 니치(niche·틈새) 향수를 수입, 판매하고 있다. 같은 기간 니치 향수를 구매한 MZ세대 고객 비중은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현대백화점에서도 화장품, 특히 향수의 매출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지난달 말 실내 마스크 규제 완화로 이달 들어서 화장품 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해 18.7% 늘었다. 이 중에서 향수의 매출 증가율이 44.7%로 가장 높았다. 립스틱을 포함한 색조화장품 매출은 33.6% 늘었다. 특히 가격대가 높은 니치 향수의 매출은 같은 기간 61.5% 늘어 독보적이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립스틱은 지난해 야외 마스크 규제가 해제되면서 이미 소비가 많이 회복됐고, 최근에는 실내 마스크까지 해제되면서 오히려 체취 등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이 향수를 더 많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불황에는 ‘작은 사치’, 향기로운 만족감 찾는다

불황형 소비 패턴 중 하나인 '작은 사치'의 대표 품목으로 고가 니치 향수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

불황형 소비 패턴 중 하나인 '작은 사치'의 대표 품목으로 고가 니치 향수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

흔히 불황형 소비 패턴 중 하나로 ‘작은 사치(small luxury)’를 꼽는다. 사치스러운 느낌을 주면서도 가격이 합리적이어서 만족감을 가지고 소비한다는 뜻이다. 명품 가방보다는 명품 화장품을, 코스 요리보다는 값비싼 디저트를 택하는 식이다.

그동안 화장품 업계에서 작은 사치 아이템은 립스틱으로 통했다. 4만~5만원을 들여 샤넬·디올 등의 브랜드를 소유한다는 개념에서다. 최근에는 이런 소비 행태가 향수로 확대되고 있다. 마스크를 썼던 코로나19 기간 동안 국내 향수 시장이 부쩍 커진 데다, 개성 표출을 위해 나만의 향을 찾는 젊은 세대들이 늘면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향수 시장 규모는 2018년 5900억원대에서 2021년 7470억원으로 성장했다. 2025년에는 9300억원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프리미엄 시장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2025년까지 18.8%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흔한 명품 대신, ‘조·바·딥’ 떴다 

그 중에서도 단연 니치 향수가 주목받는다. 본래는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의미지만, 유명 브랜드가 아닌 개성 있으면서도 값이 비싼 향수 브랜드를 의미한다. 향수는 화장품 군에 속해 있지만, 기능보다는 감성 소비의 영역으로 분류된다. 자기표현을 위한 특화 상품으로 대중적 상품보다 나만의 향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전통적으로 유명한 샤넬·디올·불가리 대신 이른바 ‘조·바·딥(조말론 런던·바이레도·딥티크)’으로 불리는 3대 니치 브랜드가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샤넬의 시장 점유율은 2018년 10.3%에서 2021년 10.5%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지만, 조·바·딥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각각 5.6→8.4%, 2.8→4.8%, 2.2→3.5%로 뛰었다. 디올(-0.2%)과 불가리(-0.7%)의 점유율은 되레 줄어들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최근에는 ‘니치 중의 니치’로 꼽히는 30만원대(75mL 기준) 초고가 브랜드도 인기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35만원대인 프랑스 ‘메모 파리’의 이달(1~13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8.6% 증가했다. 한 병(100mL)에 최고 64만원인 프랑스 ‘엑스니힐로’ 매출도 122% 급신장했다.

니치 향수 성장세에 주요 패션·뷰티 업체들도 관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백화점 자회사인 한섬은 지난해 니치 향수 전문 편집숍 리퀴드 퍼퓸바의 대표 매장을 서울 청담동에 냈다. LF는 지난해 12월 니치 향수 편집숍 ‘조보이’ 매장을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냈다.

주요 패션, 뷰티 기업이 니치 향수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문을 연 니치 향수 편집숍 '조보이'의 매장 전경. 사진 LF

주요 패션, 뷰티 기업이 니치 향수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문을 연 니치 향수 편집숍 '조보이'의 매장 전경. 사진 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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