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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버냉키' 일본은행 수장 된다…경제학자 출신 첫 지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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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신임 총재로 경제학자인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71) 전 일본은행 심의위원을 공식 지명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내정자가 지난 10일 기자단에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내정자가 지난 10일 기자단에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14일 오는 4월 8일 퇴임하는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현 일본은행 총재의 후임으로 우에다 전 심의위원을 기용하겠다는 인사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또 3월 19일 임기가 만료되는 부총재 2인의 후임자로는 히미노 료조(氷見野良三·62) 전 금융청 장관, 우치다 신이치(内田真一·60) 일본은행 이사를 지명했다.

일본은행 총재와 부총재는 중의원(하원)·참의원(상원) 동의를 거쳐 임명되며 임기는 모두 5년이다.

경제학자 출신, '일본의 버냉키'

우에다 전 심의위원은 도쿄대를 졸업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도쿄대, 교리쓰여대 등에서 교수를 역임한 금융학자다. 그가 취임하면 전후 학자 출신으로 일본은행 총재가 된 첫 사례가 된다. 그동안 이 자리는 일본은행이나 재무성(옛 대장성) 출신 인물들이 주로 맡아왔다.

연구자인 동시에 1985년부터 2년간 재무성 금융연구관으로, 1998년~2005년에는 일본은행 정책위원회 심의위원으로 일하며 실제 정책 입안에도 관여해왔다. 일본이 경제침체 국면에 진입한 1990년대 말부터 심의위원을 맡아 일본은행의 제로금리 정책, 양적 금융완화 정책 도입에도 깊이 개입했다. 일본 언론들은 우에다에 대해 "이론과 실무를 겸비했다"며 "20년 넘는 장기 금융완화 정책에 정통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10일 우에다의 발탁 소식이 알려진 후 트위터에 "우에다는 일본의 벤 버냉키"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버냉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맡아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했다. 우에다와 버냉키는 둘 다 MIT 박사 출신으로, 중앙은행의 이론적 지주로 꼽히는 스탠리 피셔 전 미국 연준 부의장의 제자이기도 하다.

금융완화 정책 출구 찾을까

우에다 내정자가 '아베노믹스'의 한 축인 금융완화를 이끌어온 구로다 총재의 정책을 계승할지 변화를 모색할지에 대해선 판단하기 이른 상황이다. 그는 10일 총재 기용설이 보도된 뒤 취재진에 "현재의 일본은행 정책은 적절하며, 금융완화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급격한 정책 변화는 없을 것을 예고했다.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왼쪽)와 후임자로 내정된 우에다 전 심의위원(오른쪽). 교도=연합뉴스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왼쪽)와 후임자로 내정된 우에다 전 심의위원(오른쪽). 교도=연합뉴스

하지만 닛케이는 "급격한 엔화 가치 하락과 이례적인 물가 상승, 장기금리 왜곡 등을 불러온 대규모 금융완화에서 출구를 찾는 것이 새로운 일본은행 총재의 역할"이라며 "우에다 전 심의위원이 총재에 오르면 완만하게 금융완화의 출구를 모색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그는 지난해 7월 닛케이에 기고한 글에서 "많은 사람의 예상을 뛰어넘어 장기화된 이례적인 금융완화 틀의 미래에 대해서는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금융완화 정책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일본은행의 전직 간부는 아사히신문에 "(우에다는) 아베노믹스에 집착하지 않고 경제 정세에 따라 정통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중장기적으로 금융정책 정상화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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