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길 꽈당, 구청 70% 배상?…종이박스 사건은 달랐다

  • 카드 발행 일시2023.02.15

당신의 사건 5. 빙판길 넘어져 치료비 1500만원…내 책임인가요?

퇴장하는가 싶던 영하권 추위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무척 추웠던 이번 겨울, 눈·비·물 때문에 생긴 빙판길 사고도 많았습니다. 출근하러, 밥 먹으러, 쓰레기 버리러, 운동하러 나가는 모든 길이 말 그대로 ‘살얼음판’이었네요. 꽁꽁 언 길에서 넘어지면 크게 다칠 수 있고, 일 쉬고 병원 다니다 보면 통장도 다칠 수 있죠.

2018년의 마지막 날, 강한수(가명)씨는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근처 도로를 걷다가 빙판에서 미끄러져 크게 다쳤습니다. 왼쪽 복사뼈가 부러져 휠체어를 타야 했고, 그러다 보니 종아리 근육이 약해져 일하는 데 지장이 생겼습니다. 치료비에만 1500만원이 넘는 돈이 들어갔고요.

이쯤 되니 ‘넘어진 내 잘못 뿐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빙판을 못 본 탓도 있겠지만 빙판을 한수씨가 만든 것도 아니니까요. 빙판은 옆에 있던 환경미화시설물에서 나온 수돗물이 도로까지 흘렀는데, 추운 날씨 때문에 얼어붙어 생긴 거였어요.

‘조심 또 조심’이 중요하겠지만 강한수(가명)씨처럼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근 빙판길 사고 손해배상 판결 10건을 분석한 〈당신의 법정〉에서 소송 방법을 찬찬히 알려드리겠습니다.

겨울철 빙판길엔 한 걸음 떼기도 조마조마합니다. 사진은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의 한 주택가 골목의 모습. 연합뉴스

겨울철 빙판길엔 한 걸음 떼기도 조마조마합니다. 사진은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의 한 주택가 골목의 모습. 연합뉴스

❓ 질문①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까요?

넘어진 장소를 기준으로 ‘여기 눈이 쌓이거나 오물이 있다면 치울 사람이 누구인가’를 생각해 보면 해당 도로 관리 책임자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 도로에서 넘어졌다면 아파트 관리 주체(입주자대표회의가 보험을 든 경우 해당 보험사), 주차장에서 사고가 났다면 주차장 운영사, 골프장 내 카트 도로에서 넘어졌다면 그 골프장을 운영하는 회사, 식당 근처에서 넘어졌다면 건물주를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어요.

한수씨의 경우 물이 흘러나온 환경미화시설을 잘 관리했어야 할 용산구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한수씨 사건에서 법원은 구청에 70% 책임이 있다고 보고 3081만원(치료비, 위자료, 일 못 한 것 보상 등)을 주라고 했습니다(서울서부지법 2021년 8월 선고).

📖 관련 법령은?

용어사전민법 758조

①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공작물점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점유자가 손해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소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사고 난 곳이 스케이트장이라도 운영회사 상대로 소송 가능합니다. 다만 “빙상 위에서 이뤄지는 운동은 그 자체에 부상 발생 위험이 내재돼 있어” 더욱 조심해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라, 있는 난간도 안 잡고 앞사람을 급히 따라가다 넘어졌다면 빙질에 이상이 있는 게 아니고서야 100% 넘어진 사람 과실로 봅니다(의정부지법 고양지원 2020년 2월 선고). 하지만 펜스에 손잡이가 없었던 빙상장에서 벌어진 사고에 대해 빙상장의 책임을 30%로 본 사례도 있습니다(부산지법 서부지원, 지난달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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