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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다음 타깃' 거론 몰도바...대통령이 "러, 정부 전복 시도 포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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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서쪽 국경과 접한 유럽 최빈국 몰도바를 침공할 가능성이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된 가운데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이 러시아가 자국 정부를 전복하려는 음모를 꾸몄다고 주장했다.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이 지난 10일 몰도바 수도 키시나우에 있는 관저에서 언론 브리핑에 참석했다. 산두 대통령은 13일 러시아가 자국 정부를 전복하려는 계획을 꾸몄다고 주장했다. EPA=연합뉴스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이 지난 10일 몰도바 수도 키시나우에 있는 관저에서 언론 브리핑에 참석했다. 산두 대통령은 13일 러시아가 자국 정부를 전복하려는 계획을 꾸몄다고 주장했다. EPA=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산두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러시아가 사보타주(파괴 공작)를 이용해 헌정질서를 전복시켜 합법적 권력을 러시아의 통제를 받는 불법적인 것으로 바꾸려 한다”면서 “이를 통해 몰도바의 유럽연합(EU) 가입을 막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용하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러시아가 군사 훈련을 받은 자국민이나 벨라루스·세르비아·몬테네그로 등의 국적자를 사복으로 위장하게 해 몰도바에 보낸 후 정부 건물을 공격하거나 인질을 잡는 등의 폭력적인 행동을 할 계획이었다는 정황이 파악됐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내용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보기관의 계획을 최근 입수해 몰도바 정부에 전달하면서 알려졌다. 앞서 지난 9일에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특별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몰도바를 파괴하고 점령할 계획이라는 정보가 있다”고 한 바 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러시아의 몰도바 정부 전복 계획에 대한 진위를 미 당국이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러시아가 보여온 행동 범위를 벗어나는 것은 아니며, 우리는 절대적으로 몰도바 정부와 국민의 편에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외무부는 14일 “완전히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면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강력한 대결 구도 안으로 몰도바를 끌어들이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러 성향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지난해 3월 공개한 지도 속 러시아군의 몰도바 공격 경로.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친러 성향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지난해 3월 공개한 지도 속 러시아군의 몰도바 공격 경로.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1991년 옛 소련에서 분리·독립한 몰도바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후 지속해서 러시아의 다음 타깃으로 꼽히며 침공설이 제기됐다. 몰도바는 2020년 친서방 정권이 들어선 후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1992년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일부 동부 지역을 장악해 ‘트란스니스트리아’(트리드네스트로비예·인구 47만명)라는 이름으로 별도 독립한 상황에서 몰도바의 친서방 정책은 러시아엔 눈엣가시로 여겨졌다.

러시아의 몰도바 침공 가능성은 최근 들어 더 높아졌다. 지난해 말 몰도바 정보안보국(SIS)은 늦어도 올해 3~4월에는 러시아가 공세를 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일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서방이 몰도바를 반러시아 국가로 만들어 우크라이나의 길을 따르게 하고 있다”고 위협했고, 지난 10일에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쏜 미사일이 몰도바 영공을 통과해 전쟁 위기감이 고조됐다.

만약 러시아군이 몰도바를 침공하면, 미군과 나토군이 우크라이나에서처럼 군사적 개입을 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더 심각한 비극이 벌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울러 러시아가 몰도바를 장악하면, 우크라이나는 동부에 이어 남서부 전선도 확대돼 군사적으로 더욱 취약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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