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힘세진 '푸틴 요리사' 견제한 푸틴, 바그너 용병 철수 명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철수를 명령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13일(현지시간) 영국 미러지는 소식통을 인용해 바그너그룹 용병들은 몇 주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철수하고, 이들 용병의 빈자리는 새로운 정규군이 대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바그너그룹의 수장은 푸틴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이다. 그간 바그너그룹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전과를 올리며 악명을 떨쳐왔다. 특히 최근 동부 전선에서 벌어지는 러시아의 공세를 주도한다고 알려졌다.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011년 모스크바에 있는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011년 모스크바에 있는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서구에선 바그너그룹이 우크라이나 주둔 러시아군의 약 10%를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철수할 경우 전세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소식통은 크렘린궁이 바그너그룹의 힘이 너무 강력해지는 것을 우려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최근 존재감을 키우는 프리고진이 자신의 지위를 위협할까 우려하고 있다.

프리고진은 러시아군 수뇌부를 공개 비판하는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공개 결투를 제안하는 등 파격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프리고진이 정치적 야망 키우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AP=연합뉴스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AP=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는 프리고진은 "정치적 야망이 없다"고 말하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서방에 기대려는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와 부패한 관료들에 맞서는 '포퓰리스트' 전쟁 지도자로 묘사한다고 짚었다.

프리고진은 원래 핫도그 판매상 출신의 레스토랑 사장이었으나, 푸틴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용병 기업을 차려 크렘린궁의 일을 돕기 시작했다. 그간 바그너그룹은 크림반도 강제 병합 당시 러시아군을 돕고, 시리아·리비아 내전과 미국 대선 등에 개입하는 등 크렘린궁의 지시는 뭐든 따른다고 알려져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러시아의 병력 손실이 크자 프리고진은 죄수들을 용병으로 모집해 전장에 동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크렘린궁과 바그너그룹의 이상 기류는 최근 잇따라 감지돼 왔다. 러시아군이 오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앞두고 동부 돈바스 총공세에 나선 가운데 프리고진은 돌연 죄수 모집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바그너그룹의 건물. 로이터=연합뉴스

바그너그룹의 건물. 로이터=연합뉴스

친정부 성향의 러시아 싱크탱크 정치학연구소의 세르게이 마르코프 소장은 NYT에 러시아 고위 관료들이 최근 몇 주간 공보 책임자들에게 "프리고진과 바그너그룹을 너무 홍보하지 말라"는 이례적인 지시를 내렸다고 전하기도 했다. 크렘린궁이 프리고진의 정치적 부상을 견제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러시아 전문가 브루스 존스는 미러지에 "프리고진의 러시아군 공개 비판은 안그래도 프리고진을 잠재적 경쟁자로 여기는 푸틴에 반기를 드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정치학자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프리고진이 자신의 견해를 가진 본격적인 정치인으로 눈에 띄게 변화하면서 크렘린궁과의 관계에 균열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