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물도 없는데…종이학 보내지 말라" 일본인 때린 日전문가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종이학. 사진 유튜브 화면 캡처

종이학. 사진 유튜브 화면 캡처

 지난주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일어난 대지진으로 양국의 사망자 수가 3만7000여 명을 넘어선 가운데 전 세계의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에서는 “종이학을 보내는 것은 곤란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본에서는 지진·폭우 피해지역에 종이학을 접어 보내는 일이 많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에도 일본인들은 대사관에 종이학을 전달했다. 1000마리의 종이학이 행운을 가져다주고 아픈 사람의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일본 뉴스 프로그램 ‘아베마 프라임’(ABEMA Prime)은 튀르키예의 지원 방안을 논의하며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된 뒤에 1000마리의 종이학은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른다”며 “하지만 빵과 물도 없는 지금 이 시기에 1000마리 종이학은 처치 곤란하다”는 전문가 지적을 전했다.

앞서 일본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위로하기 위해 장애인 센터 회원 40명이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인 파란색과 노란색 종이학을 약 4200마리 접어 전달을 시도했다가 자국 내에서 뭇매 맞은 바 있다.

튀르키예에 재난 긴급 구호팀을 파견하는 일본 비영리단체인 ‘피스 윈즈재팬’(Peace Winds Japan)에서 의사로 활동하는 모토타카이나바는 “현금을 보내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이나바는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시시각각 바뀐다. 물자 공급은 어렵고, 구분하는 작업도 발생한다”며 “물이나 빵, 따뜻한 음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상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마존 사이트에서 클릭 한 번으로 배송되는 상황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의 요구에 맞게 신속하게 변경할 수 있는 돈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동일본 대지진 때도 그 멀리서부터 어떻게 배달하겠냐. 배달할 사람이 없으면 지원 물품은 도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피스 윈즈재팬’에서 홍보 및 기업 제휴를 담당하고 있는 아라이쿄코는 “하루가 아니라 몇 시간마다 필요한 지원 물품이 바뀐다”고 했다.

아라이는 “적시에 물건을 배달하는 것은 어렵고, 특히 해외는 그 나라 사람들에게만 익숙한 음식이 있어서 더욱 그렇다”며 “우리는 구호품을 보낼 때 가급적이면 이웃 나라에서 조달했다. 거리가 가까울수록 더 빨리 도착하고 문화적 격차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일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어떻게 사용될지 잘 살펴보고 생각하고 보내라”라고 했다.

12일 오후 인천 중구의 한 물류센터에서 관계자가 튀르키예 지진 구호물품을 지게차로 옮기고 있다. 뉴스1

12일 오후 인천 중구의 한 물류센터에서 관계자가 튀르키예 지진 구호물품을 지게차로 옮기고 있다. 뉴스1

국내에서도 기부 행렬이 이어지자 주한튀르키예대사관도 SNS를 통해 “구호 물품 중에 중고 물품은 받지 않는다”라고 공지했다. 중고품에 묻어있는 곰팡이나 세균 등에 의한 위생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일각에서 구호단체를 사칭한 조직이 활동하자 대사관 측은 “신뢰할 수 있고 잘 알려진 조직을 통해 구호품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주한튀르키예대사관이 공유한 현지에서 필요한 물품 리스트는 △캔 등 상하지 않는 음식 △방한용품 △생리대 △옷 △텐트 △배터리 △침대 △텐트용 매트리스 △침낭 △가스스토브 △보온병 △히터 △이동식 화장실 등이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